이 연구는 지방정부가 자기 책임하에 효율적 인력관리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우리나라의 지방공무원제도가 얼마나 부합되며,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밝히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공 부문의 인력관리는 성과지향적이고 신축적이며, 각 기관의 자기 책임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개혁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면서, 지방행정에서의 자율성 강화와 행정의 전문화에 대한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자치권이 강화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인사제도상 문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사제도의 정비에 관하여 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권한이 미약하다. 정원과 기구의 결정, 공직체계의 분류, 그리고 인력관리를 전담할 인사기관의 설치와 권한에 관해서 지방공무원법이나 대통령령에 세밀하게 규정하였기 때문에 자율성을 발휘하기가 적을 뿐 아니라 획일적이다.
둘째, 인적 자원의 동원권이 제약되어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은 국가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공무원의 임용에 대해서도 그 절차와 방법이 대통령령으로 정해져 있어 각 자치단체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특징 있는 인력을 선발하는 데 제약을 가하고 있다.
셋째, 직위에 대한 정급, 전직과 전보제도에 대해서 법과 대통령령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자치단체가 공무원의 적재적소 배치를 통하여 인력의 효율화를 기하는 데 제약을 가하고 있다.
넷째, 보상 및 징계수단에 대해서도 법령에 규정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장이 공무원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제약되어 있다.
다섯째, 교육훈련, 인사기록 및 통계, 인사교류 등에 관해서도 법령에 지나치게 자세히 규정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인력관리가 시행될 여지가 거의 없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지방공무원제도는 실제 자치단체 내에서 자치단체장과 공무원 사이에 혹은 자치단체 사이에 인력의 운용을 놓고 심각한 갈등이 야기되는 문제를 낳았다. 이 사례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에 대하여 공약한 사항을 이행하는 데 있어서나, 지방공무원을 임용하는 데 있어서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제도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잘못된 인력관리, 나아가 주민에 대한 책임 있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였을 때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지방자치 시대에 있어서 지방자치제도는 다음과 같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개선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독자적인 공무원제도를 운영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지방자치제의 원리에 부합되며, 자기 책임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지방공무원들이 모두 단일집단으로 관리되어 온 관행에 의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둘째, 현재의 지방공무원법이란 통일된 기준을 유지하되 그 규정 사항을 최소화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폭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자치단체간에 지방공무원의 신분취급에 있어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인사자치권의 확대를 통하여 자기 책임성과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특성에 맞는 인력관리에는 아무래도 제약을 가하게 되며, 지방자치제의 기본 원리와도 배치된다. 또한 법령의 내용에 따라 자치권의 범위가 크게 달라지므로, 그 제정 및 개정권을 가지고 있는 중앙정부의 의사가 비공식적인 과정을 거쳐 지방정부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는 지방정부에 독자적인 인사관리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위의 두 가지 대안에 대해서 각각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실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인사권을 인정하려 할 경우에는 지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교육훈련법 및 관계 시행령을 비롯한 행정명령의 다수가 폐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공무원의 관리에 대한 기본적 내용은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되, 지방자치법의 법조문도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가능한 억제하지 않도록 개정되어야 하며, 인력관리에 관한 권한을 지방정부의 조례나 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규정이 보강되어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간에 최소한의 통일된 기준을 유지하려 할 경우는 지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교육훈련법 등의 법률을 유지시킨다. 그러나 각 법률에서 대통령령에 위임된 사항은 모두 조례에 위임하는 것으로 개정하여야 한다. 또한 인사기구, 임용, 공무원의 권리와 책임, 훈련에 관하여 법률에는 기본 원칙만 정하고 그 구체적 내용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상과 같이 지방정부의 인사자치권을 확대하였을 경우에도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장이 객관적 근거가 아니라 본인의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판단에 따라 불공정한 인력관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자치단체장이 단기적 인기획득을 위하여 공무원집단을 지나치게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지방자치제를 시행하는 데 관한 현재의 다른 제도들을 그대로 둔 채 인사자치권만 확대하였을 경우 자치단체장은 적절한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사자치권은 확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사회제도든지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떤 제도를 택하느냐 하는 것은 그 사회의 시대적 선택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 때는 당시의 규범적․실용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의 실시는 우리 사회가 선택한 변화의 방향이다. 따라서 모든 제도는 이에 맞게 정비되는 것이 규범적으로 타당하다. 또한 점차 자기책임성, 다양성 및 변화에 대응하는 신축성이 요구되는 행정환경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거대하고 획일적인 지방공무원제도의 운영보다는 각 자치단체의 독자적인 지방공무원제도의 운영이 더 바람직하다. 또한 이것이 각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자기 책임하에 정부운영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지방정부의 인사자치권은 최대한 확대되어야 한다. 그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주민으로부터의 통제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서 지방정부의 재정 및 인력관리에 관하여 정보가 공개될 뿐 아니라 주민들이 쉽게 그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지방언론에 재정 및 인력의 변동 상황에 관하여 주기적으로 공고한다든지, 정보통신 수단을 이용하여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둘째, 조세제도를 비롯하여 지방정부의 자원 동원에 관한 권한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지방정부간 경쟁을 강화시킨다. 즉, 권한을 주고 방만한 운영을 할 경우 주민들로부터 직접 통제가 가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치단체간의 편차가 심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재정조정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자치권이 강화된 교부세제도를 활용하여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의 재정조정제도가 지방정부의 방만한 운영을 부추기도록 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교부세를 산정하는 데 있어서 사업성 경비와 관련된 항목만 대상으로 한다든지, 기준 재정수요액에서 인건비 항목을 제외한다든지, 혹은 기준 재정수요액의 산정에서 공무원 정원을 단위로 하여 계산되는 비용의 비중을 일정 범위 내로 제한한다든지 등의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자치단체간에 어느 정도의 불평등이 야기됨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발적 노력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