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금융 산업이 타의에 의한 금융개혁을 하게 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적으로 관치금융에 의한 우리 금융 산업의 자율적 책임경영의 부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우리 금융 산업의 자율적 책임경영의 부재는 1960년대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은행이 독립적 이익경제의 주체로서 그 일익을 담당하는 상인이 아닌, 단지 상업사용인과 같은 산업자본의 조달창구로서의 역할만 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립적 경제주체성을 상실한 우리 은행들은 금융시장의 전면적 개방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갖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금융시장이 대내외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관치금융 하에 형성되어 왔던 은행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여야만 한다. 특히 은행들이 상업사용인으로서의 지위를 탈피하여 진정한 의미의 독립된 상인인 경제주체로서 지위를 갖도록 금융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은행이 주인의 책임 하에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하여 자율적으로 경영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들이 은행임원을 선임함에 있어 은행감독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은행장을 비롯한 은행의 최고경영진들은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은행의 설립 취지에 맞는 책임경영과 경영합리화를 이루기보다는 정부의 눈치 보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지배 방지라는 명목 하에 그간 우리 정부는 은행주식에 대한 동일인 소유한도를 제한하여 주인 없는 은행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용이하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우리 은행들이 더 이상 정치논리가 아닌 순수한 의미에 있어서의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경영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은행의 인사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은행이 인사의 자율성을 갖고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다음과 같이 은행관련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첫째, 은행관련법에서 정하고 있는 은행장 및 임원의 결격요건․자격요건 규정들을 폐지하여야 한다. 금융선진 외국의 경우는 금융기관의 인사에 대하여 전적으로 자율에 일임하고 있으나, 우리 은행법은 민간 기업인 은행의 대표이사인 은행장과 임원들의 결격요건 및 자격요건을 두어 은행인사를 규제하고 있다. 이는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운영되어야 할 기업의 활동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관치금융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은행장 및 임원의 자격에 대해서는 은행법에서 규정하지 않더라도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통하여 충분히 검증될 수 있는 문제라고 사료된다.
그리고 비상임이사회를 통하여 추천된 은행장․감사후보자에 대하여 은행감독원장은 재선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재선정요구권은 은행감독원장이 권한을 남용한 경우에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자유재량행위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은행인사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은행장․감사후보자에 대한 은행감독원장의 재선정요구권이 폐지되어야 한다.
둘째, 은행장․감사 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원이 되는 비상임이사회에 은행 여신규모 5대 기업은 참여할 수 없도록 정한 은행법 및 동 시행령의 관련 규정을 폐지하여야 한다. 이는 현재 금융지주회사의 도입이 검토되고, IMF구제금융시대를 맞이하여 은행 주식소유한도를 확대한 현시점에서 볼 때 외국인과의 역차별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신규모 5대 기업의 비상임이사회 참여배제는 은행이 경영상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은행 간 경쟁이나 금융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되어, 일반적으로 기존 금융기관들의 독점적 지위를 옹호하여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현행 은행법상 동일인이 은행주식의 10%, 25%, 33% 초과 취득 시 은행감독원장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는 규정을 폐지하고 신고만으로 자유롭게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 정부가 1980년대 은행의 민영화를 추진한 이후 줄곧 은행의 소유한도제도를 고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대기업의 경제력집중 방지요, 다른 하나는 대기업에 의한 금융기관의 사금고화의 방지이다.
그러나 경제력집중이라는 문제는 금융산업만의 고유한 문제가 아니며, 대기업의 사금고화는 실례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론적 검증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이러한 이유보다는 주식소유한도를 설정하여 놓음으로써 주인 없는 은행을 만들어 정부가 용이하게 금융기관을 감독하고자 하는 데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이토록 금융시장을 위기에 처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은행경영진과, 은행인사와 경영에 개입하여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한 공무원 및 국가는 예금자 및 주주, 근로자 모두에 대하여 직접적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