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직업공무원제도는 사회의 버팀목이다. 국가발전에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공무원의 신분보장은 절대적인 것이어서는 안 되며, 더욱이 특권적 기득권화해서는 곤란하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공무원 신분보장제도가 너무 강하게 보호되고 있어서 오히려 공직사회의 경직화와 비능률성을 조장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무원 숫자에 대해 과다론과 과소론이 모두 제기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분명 과소한데, 실질적으로는 유휴인력이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 논쟁의 쟁점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규모와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質이다. 능력있고, 국민들의 행정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열심인 공무원은 사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직업공무원제도는 능률적인가? 공무원 자신들도 부정하는 질문이다.
직업공무원제도가 비효율적인 데는 본원적인 까닭도 있고,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본 연구는 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신분보장제도가 제도적 비효율 요인들 중 하나라고 본다. 현재의 공무원 신분보장은 정년보장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제도의 장점은 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시키고, ② 행정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높이며, ③ 창의적이고 의욕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경직된 인사제도는 서정쇄신, 일제숙정 등 정치적 개입을 초래하고 있다. 공무원의 전문성 또한 “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는 수준이다. 일부 공무원에 제한되겠지만, 공무원에 대한 일반적 평가 역시 창의, 열성보다는 복지부동 쪽에 더 가깝다.
공무원 재임용제(계약제)는 이런 경직된 공직사회에 자유경쟁의 개념을 불어넣는다. 신분보장과 승진은 공무원들이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최대의 목적함수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두 요소를 자유경쟁화시켜야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공무원 재임용제는 현재의 공룡 정부를 작지만 능력있고, 의욕에 넘치는 작은 정부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다.
재임용제와 연관성이 있는 제도로는 ① 계급정년제, ② 고위직 계약임명제, ③ 탄력적 임용제 등이 있다. 그러나 계급정년제는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악의 차원에서 고안된 것이며, 지나친 충성경쟁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위직 계약임명제는 많은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고위공무원단(Senior Executive Service)의 구성 등 선결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탄력적 임용제 역시 선진국의 경험상 보조적인 조치는 될 수 있어도 공무원 사회 전반을 개혁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한다.
따라서 자유경쟁화를 통한 공직사회의 혁신을 위해서는 공무원 전원에게 재임용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 개선안에 ‘소급적용’의 문제가 없지 않으나,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계급정년제의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법률적으로는 가능한 방안이다.
그러나 공무원 재임용제의 도입은 전통적인 직업공무원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적 개혁이므로 ① 국민들의 지지, ② 정치지도자의 신념, 그리고 ③ 재임용제도의 정교한 설계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공무원 재임용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므로 재임용제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