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 `개투`에겐 기울어진 운동장 ... 공매도 제도개선 시급

신상훈 / 2022-04-08 / 조회: 4,996       매일산업

공매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일각에서는 공매도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까지 하고 있다. 이들이 공매도를 악한 것으로 인식하게 된 데에는 시장 참여에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매도 자체에 대한 반발에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가 가세한다면 공매도의 순기능을 영영 잃게 될 수 있다. 한국 자본주의가 퇴행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식시장의 혼란을 막는다는 이유로 실행되었던 공매도 금지 조치가 반년의 추가 연장 끝에 해제되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듯하다.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리는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여 주식을 빌려 미리 팔고 이후에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거래 방법이다. 주가 하락에 배팅을 하는 행위이다 보니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오해가 생긴 것이다. 또, 공매도는 외국인들과 기관들이 있지도 않은 주식을 통해 하는 돈놀음이며, 이로인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인식도 팽배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인식과는 다르게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 여러 순기능을 수행한다. 먼저 공매도는 회사의 부정적인 정보들이 가격에 반영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버블을 방지하고 가격발견기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공매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투자수단을 제공하고, 위험회피 수단으로써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실증적 연구로도 입증된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공매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공매도 제도가 개인 투자자들이 참여하기에 구조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을 빌리는 데에서부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는 외국인·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을 빌리는 통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인·기관은 대차거래를 이용하고 개인은 대주거래를 이용한다. 외국인·기관이 이용하는 대차거래는 한국증권금융과 한국예탁결제원 등으로부터 직접 주식을 빌리는 방식이다. 반면 대주거래는 증권사를 거쳐서 주식을 빌린다.


대차거래는 상호 계약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1년 단위의 계약이 많고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비교적 자유로워 장기간에 걸친 대여가 가능하다. 반면에 대주거래는 90일을 만기로 가지며 연장이 가능은 하지만 증권사에 따라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 장기간 대여에 적합하지 않다.


또, 대차거래는 2000여개 상장 회사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에, 대주거래의 대상은 코스피200 과 코스닥150 종목 뿐이다. 심지어 이 중에서도 대주 가능 물량의 대부분이 소수 대형사에 몰려있어 대여시의 제한이 더 크다. 담보금률도 대차거래에서는 5%, 대주거래에서는 40%가 요구되어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이렇듯 불리한 제도 탓에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 개인투자자가 주식거래 비중에서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말도 안되는 수치이다. 이 마저도 공매도 제도를 개선한 후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제도 개선에 참고한 일본의 경우에는 개인투자자가 전체 주식거래에서 차차지하는 비중은 20%이지만, 공매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주식을 빌릴 기회가 넓게 열려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개인들은 전체 상장 회사 중 70%이상의 종목을 대주거래를 통해 수량 제한 없이 마음 껏 빌릴 수 있다. 이는 일본증권금융에서 개인들이 증권사를 통해 대여를 신청한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신청한 양이 일본증권금융의 대주풀의 물량보다 많으면, 미리 구축해놓은 시스템에 따라 주식을 일본증권금융 차원에서 더 빌려와 대여해준다. 일시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거래가 매우 활성화된 일본의 제도를 무작정 들여오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개인들도 주식을 쉽게 빌려 공매도 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한다는 점은 우리가 일본의 사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된다.


시장 참여자들의 정당한 경쟁이 시장을 발전하게 만든다.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과 외국인·기관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 한국이 선진국형 경제구조로 변화함에 따라 공매도 시장의 규모도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시장 참여자간 불평등한 환경에서 크기만 성장한다면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공매도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대여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더 확실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개인투자자들도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장의 한 주체로서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더 많은 참여와 경쟁을 통해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높아진 국격에 맞는 선진화된 자유시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신상훈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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