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부의 직업훈련정책은 경제개발을 위한 인력정책의 일환으로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강제와 과도규제, 그리고 공공훈련의 직접적ㆍ독점적 공급을 중심축으로 실시되어 왔다. 이러한 직업훈련정책은 민간직업훈련의 효율성을 저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직업훈련에서의 민간기업들의 무임승차(free riding)가 심각한 초기 경제개발단계에서 농촌의 유휴인력과 미진학 청소년을 기능인력으로 개발하여 공급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어느 정도 경제적 합목적성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직업훈련에 대한 과도규제와 공공직업훈련의 독점적 공급으로 특징지워지는 정부정책은 경제ㆍ기술적 환경의 변화와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며, 오히려 민간주도의 자율적 발전을 방해함은 물론 기업내 훈련의 효율성을 심각히 저해하고 있다.
직업훈련 여건의 변화는 직업훈련의 주체로서의 기업의 자율적 훈련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기업환경 및 기술의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유연기술을 도입하고 작업체제를 재구축함에 따라 근로자훈련의 필요성을 더욱 인식하고 투자를 증가시키는 것과 아울러 현장훈련을 체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근로자 이직률도 최근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 민간주도의 직업훈련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직업훈련 여건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재정립되어야 하는가? 본 논문은 우리나라 직업훈련에서의 정부역할을 시장중심적 지원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중심적 직업훈련체제하에서 민간기업과 민간직업훈련기관이 중심적 역할을 하며 시장기능의 작용에 따라 공급이 직업훈련수요의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며 그리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직업훈련시장을 전적으로 자유방임에 맡겨 둘 수는 없다. 시장실패가 정부간섭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실패의 존재가 자유방임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중심적 지원체제하에서 정부역할의 방향은 시장원리를 거슬리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시장기능을 따르고 촉진하며 그리고 잠재적으로 중요한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하여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화시키면, 정부역할은 민간의 자발적인 판단과 노력에 따른 훈련공급에 긍정적인 유인을 제공하는 것과 직업훈련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적 하부구조의 구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본 연구는 시장중심적 지원체제로의 개혁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대안들을 제시한다.
(1) 민간주도의 자율적 훈련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과도규제체제가 우선 철폐되어야 한다. 따라서 직업훈련 의무제도와 고용보험법상의 직업능력개발사업(실업자 재취업훈련사업을 제외하고)은 폐지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노사의 공동투자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들도 완화되어야 한다.
(2) 분담금/지원금제도보다 덜 시장왜곡적인 방법으로 시장실패를 치유하고 기업의 자발적 훈련을 촉진할 수 있는 긍정적 유인정책들을 확대 또는 도입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방안으로는 직업훈련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고, 금융적 제약에 처한 중소기업의 훈련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대출 및 조건부 지급보증제도를 도입하고,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기업간 공동훈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3) 정부역할을 시장중심적 지원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민간부문의 자율적 직업훈련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하부구조의 구축에 있다. 민간기업의 직업훈련과 공공직업훈련에 대한 금융적 지원은 정부재원의 희소성으로 인하여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도구축(institution building)에 대한 지원은 희소한 정부재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 중 핵심은 효율적인 경쟁적 훈련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직업훈련산업을 하나의 수익성 있는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민간훈련기관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적어도 한시적으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여야 한다. 민간훈련시장의 성공적 창출의 전제조건은 기존의 공공훈련을 축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공훈련기관은 민영화하여야 한다. 시장중심적 지원체제하에서 정부는 주로 노동시장 열위자의 훈련을 위한 재정지원의 역할을 감당하고 민간이 실제 훈련공급을 담당하는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직업훈련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을 통하여 훈련공급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훈련수요자의 선택폭을 확대하기 위하여 훈련바우처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직업훈련시장의 성과를 효율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성과척도의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4) 기술자격제도는 직업훈련체제의 성과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효율적이고 신뢰성있는 기술자격제도는 직업훈련시장에서의 정보의 흐름을 촉진하여 훈련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 때문에 기존 기술자격제도를 시급히 개혁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앞으로 전개될 민간주도의 직업훈련시장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될 고용주단체의 형성과 활동강화를 위하여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