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체제의 출범과 OECD 가입으로 인하여 우리 금융시장은 기존의 관치금융 형태로부터 탈피하여야 한다는 절대적 위기감에 처해 있다. 따라서 1997년 1월에 대통령자문기구로 ‘금융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금융산업을 개혁하고자 하고 있다. 이번 금융개혁의 초점은 금융산업의 자율적인 경쟁체제의 실현이라는 점에 두어야 하리라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은행의 신규 진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현행 우리 은행법상에는 은행을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 은행감독원장의 추천을 받아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인가하도록 하고 있다(은행법 제9조 1항). 그리고 인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재경원 장관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재의가 부결된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한국은행법 제39조 1항, 2항).
더욱이 은행감독원장의 추천 심사기준을 은행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단지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규정하여 놓음으로써 심사기준이 은행감독원장에 의하여 자의로 변경될 수 있으며,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인가기준을 은행법에 추상적으로 규정하여 놓음으로써 은행감독원장의 추천을 받았다 할지라도 금통위의 자의적인 결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은행 진입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금융대국을 이룬 유럽국가들이나 미국 등과 비교하여 볼 때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은행설립시의 최저자본금제도로 인해 전국규모 은행은 설립시 최저 1천억 원, 지방은행은 250억 원의 자본금이 든다. 미국이 전국규모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1백만 불을 최저자본금으로 하고, 영국은 1백만 파운드, 일본은 10억 엔, 독일은 500만 에쿠라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지나치게 고액이라고 본다.
따라서 금융시장에 자유경제 논리를 도입하여 경쟁력 있는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우선적으로 인가기관의 자의성이 배제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인가기준을 설정하고 재경원 장관의 재의권과 대통령의 결정권을 삭제해야 한다. 특히 최저자본금 한도액을 대폭 낮추어 외형적 자본금 규모가 은행 진입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건전한 경영능력을 중심으로 은행설립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은행 진입이 자유로워지는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으로는 은행의 부실화와 관련한 예금자 보호 문제가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현행 예금자보호법을 1995년에 입법하여 1997년 1월부터 예금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예금보험제도의 도입 타당성 여부에 대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은행 진입이 자유로운 국가들이 대부분 예금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은행 진입이 자유로웠던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예금보험공사를 통하여 예금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예금보험제도 본래의 취지는 예금자 보호에 있는 것이지 은행의 감독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예금자보호법상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은행감독기능까지 갖도록 되어 있다. 이는 결국 은행감독원의 감독과 함께 은행의 자율경영을 더욱 제한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은행 진입의 자유화를 통하여 발생하는 은행의 부실화로부터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예금보험제도가 본래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예금보험공사의 감독권을 은행감독원으로 이관하여 은행감독이 일원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예금보험공사의 감독권이 상실되는 경우 은행들이 예금보험의 기능을 악용하여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위험가중 보험료율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