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온라인플랫폼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플랫폼법은 21대 국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였으나 폐기되었고, 현재는 22대 국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재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력한 사전규제를 담고 있어, 스타트업 업계 및 학계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플랫폼법의 추진은 재고되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을 검색 순위 조작과 직원을 동원한 리뷰를 문제로 삼아,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처럼, 온라인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현행 제도로도 얼마든지 제재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온라인플랫폼법을 도입하는 것은 '이중 규제’의 우려가 있다.
국내 유통업계는 항상 규제의 억압 속에서 성장해왔다. 초기에는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대형마트 규제가 도입되었다. 이제는 온라인 유통시장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화살이 온라인 유통플랫폼 분야를 향하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 단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국내 유통업계의 경쟁력을 발목 잡는 제도적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온라인플랫폼법은 여러 측면에서 분명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시장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는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등 플랫폼 시장 규제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유럽의 상황과 다르다. 유럽은 미국 빅테크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라 규제가 유럽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반면에, 한국에서는 국내 온라인플랫폼 기업이 성장하고 있기에 규제는 오히려 독이 된다.
둘째, 국내 온라인플랫폼 사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매출액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 플랫폼을 설정한다. 그러나 해외 온라인플랫폼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위치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 급성장한 알리 익스프레스나 테무의 경우 한국 내 매출액이 최소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아 규제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만이 규제의 대상이 되어 경쟁력을 잃는 결과를 낳는다.
셋째, 규제는 오히려 독점을 유도할 수 있다. 즉, 규제가 자유로운 경쟁을 막아 오히려 기득권을 보호하는 역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거액의 과징금을 낼 여력이 있지만 성장 중인 스타트업은 이에 대응할 수 없다. 따라서 플랫폼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유통산업의 성장성이 저해되고 결국 피해는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국의 플랫폼 제도는 해외와 비교해도 역행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국내 유통플랫폼 기업의 경쟁 국가인 중국의 경우, 범국가 차원의 '디지털 중국’ 전략을 추진 중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자국 산업 강화를 위한 '미국혁신경쟁법(USICA)’을 마련했다. 타 국가들은 자국의 플랫폼 기업을 강화하는 데에 반해 우리나라는 오히려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명목으로 혁신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소비자에게 이익을 제공하고 잠재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온라인플랫폼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혁신을 향한 가장 올바른 길이다. 정부 규제가 경제 전체의 효율을 저해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임동민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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