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영 패러다임에서 ESG붐이 일어난 것은 2021년 무렵이다. '지속가능발전’을 중요 가치로 두면서, 기업의 재무성과와 함께 비재무적 성과도 보기 위해 ESG를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세계 몇몇 나라가 ESG공시를 의무화했고, 우리나라도 강제 의무사항으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경영 전략이라 하더라도 자발성이 아닌, '의무’에 의한 것이라면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정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다면 ESG경영에 관해 기업에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기업의 ESG 경영은 이제 권고사항을 넘어 '규제’가 되어가고 있다. 기업은 의무적으로 ESG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 것이다. 유럽은 2018년 500명 이상 직업을 둔 기업에 ESG 관련보고를 의무화했고,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기업 ESG 정보 공시를 단계적 의무화하기로 했다. 한국도 공시 의무화가 예고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025년부터 국내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2025년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시작으로,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 단계적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에 의한 '강제성’이 부여된다면 원래의 목표를 잃을 수 있다. 정부가 규제한 기준 달성에만 급급해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궁극적 가치를 놓치는 역설이 생길 것이다. 각 기업의 조건과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를 획일화한다면 이들 기업은 정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맞지 않는 톱니바퀴를 굴리느라 삐걱거릴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주주들 사이에서 규범적 ESG 활동을 반대하는 Anti-ESG논란이 일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이를 테면 동물 복지 등 사회 공헌 활동에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과연 '지속발전’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기업의 ESG경영은 '필요’ 하지만, '필수요건’ 이 되어서는 안된다. 분명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기업 내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의한 규제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효과는 미비할 것이다. 공부가 필요하지만, 자발적인 동기가 없는 아이에게 부모가 강요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ESG경영에 관해 기업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정부는 한 발 물러서야 한다. 국가는 ESG 경영 전략을 짜주고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ESG경영을 지원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기업이 E, S, G 중 어느 요소에 중점을 둘 것인지, ESG경영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 자체적으로 세부 사항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업에 족쇄를 채우지 않기를 바란다.
박혜린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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