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사태’는 플랫폼 기업을 향한 규제의 칼날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다. 지난 10월 15일 판교 SK C&C 데이터 센서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카카오 서비스가 마비됐다. 이 사태로 그동안 서비스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던 국민들이 많은 불편을 느끼고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체감했다. 또, 카카오처럼 여러 산업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플랫폼 기업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사회적 파장이 생길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후로,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플랫폼 기업 규제는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되었던 주제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 근절과 디지털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다른 산업 분야에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행위가 빈번했고 그러한 불공정거래행위를 별도의 특별법으로 규율해왔던 경험이 많기에, 특히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입점 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규율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세계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정부 주도의 사전 규제가 중심이 되고 있다. 미국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플랫폼 기업들에 비판적 입장을 보유한 인사들을 중용하는 등 적극적인 플랫폼 규제를 시행 중이다. 유럽연합은 2020년에 ‘온라인 플랫폼 공정성·투명성 규칙’을 만들었고, 앞으로는 거대 플랫폼 기업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디지털 시장법’을 발효할 예정이다. 중국은 플랫폼 기업의 반독점 규제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고, 알리바바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의 규제를 국내 시장 상황과 면밀한 비교·분석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현재 국내 규제는 유럽연합과 미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해외 사례의 규제 목표는 빅테크의 독과점을 막는 것으로, 명시된 규제 대상 기준에 해당하는 곳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 뿐이다. 반면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의 경우, 앞선 글로벌 기업과 달리 성장 단계에 있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것보다 완전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심지어 국내의 규제는 해외 기업이 피해갈 수 있기에 우리나라 기업은 성장기도 마치지 못한 채 해외 기업에 완전히 뒤처지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해외의 사례를 도입할 때는 해당 국가 및 시장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플랫폼 기업 규제는 혁신을 가두는 감옥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역동적인 기술발전, 시장의 급격한 변화, 지속적 혁신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유연한 태도로 세상의 변화를 이끈다. 또, 이미 완성된 시장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나갈 시장이다. 그러나 기업의 손발을 묶는 규제는 혁신의 움직임을 막고, 결국엔 이용자에게도 피해가 전해진다. 그러므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하며 정부 규제가 역동성과 지속 성장의 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정민영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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