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패러다임은 이윤추구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역할까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바로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ESG의 등장이다.
ESG를 단순한 유행 정도로 보기 어렵다. ESG에 소홀하다면 기업의 미래를 긍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 ESG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ESG는 비재무적 요소인 친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으로 환경은 기후변화와 탄소저감, 사회는 산업안전, 공정경쟁, 지배구조는 주주권리, 감사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가 ESG에 주목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자율적 행동의 단계를 넘어서 이를 평가하고 투자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글로벌 ESG 투자 규모는 약 30조7000억 달러로 2016년 22조8888억 달러에서 약 34% 증가했고 관련 채권, 주식에 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인 래리 핑크 역시 “앞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투자 결정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며 ESG는 자본시장에서도 핵심 투자 원칙으로 자리잡게 됐다.
국내외 대기업들도 ESG경영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RE100캠페인’ 목표를 애플과 구글은 이미 달성했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2020년에 최초로 가입했다. SK그룹은 국내에서 ESG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ESG경영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기관도 ESG도입에 긍정적이다. 국내 대형은행사 3곳이 ‘적도원칙’에 가입해 환경, 인권존중 등 사회적 가치를 저해한 기업에 대출과 투자 규제방안을 발표했고, 국민연금도 2년 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사회 책임 투자를 늘렸다. 2022년까지 ESG 투자를 전체 기금 자산 절반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동시에 ESG가 재무성과와 투자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면서 ESG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제조업 분야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면 초기 비용이 드는 친환경 설비 개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어렵기 때문에 ESG가 기업의 성장을 막는 장벽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새로운 투자기법의 하나로 주목받는 ESG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ESG투자가 정말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성과 모두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도 존재한다. 물론 개인과 기관을 비롯해 많은 투자자에게 비재무적 가치가 투자결정요인에 반영되지만, 아직 그것이 실제 투자성과로 이어진다는 명확한 근거는 미흡하다.
ESG투자 열풍을 타고 다양한 평가지수가 쏟아지고 있지만 같은 기업에 대해서도 전혀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는 등 아직 보완돼야 할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FTSE 러셀의 ESG 평가에서 가스차 제조회사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MSCI는 테슬라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탄소량 배출과 환경혁신 측면을 고려해 좋은 ESG 등급을 부여했다.
실제로 State Street Global Advisors의 분석에 따르면 MSCI와 Sustainalystics의 ESG 점수 간 상관관계는 0.53으로 상당히 낮았다. 이렇듯 ESG평가기관이 전세계적으로 125개에 달하면서 점수와 평가의 비일관성이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ESG가 자리잡기 위해서 편향된 평가기준도 개선해야 한다. 지금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등급조차도 지배구조에 치우쳐져 있고 환경과 사회분야에 대한 평가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특히 환경분야에 대한 제도의 미비로 인해 ESG 실천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은 정부의 적극적 구조개편을 통해 재생에너지 거래가 용이해졌고 이를 바탕으로 RE100과 ESG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REC) 구매, 제삼자 전력구매계약(PPA) 등 이행방안은 논의되고 있지만 시행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의 원활한 ESG 경영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는 관련제도 개선을 노력해야 한다.
최시은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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