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전쟁에서 어떻게 대승을 거뒀나

정성우 / 2020-12-10 / 조회: 8,926

백년 전쟁은 영국과 프랑스가 장기간(1337~1453년)에 걸쳐 주로 프랑스 남서부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벌인 전쟁이었다. 이 과정에서 소녀 잔 다르크가 등장했으며 흑태자 에드워드의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크레시 전투(1346년) 또한 백년 전쟁의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다. 크레시 전투에서 프랑스군은 영국군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는데, 프랑스 기사단은 수천 명이 전사한 반면 영국군은 3명만 사망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기본적으로 양국 간 전력 편재 방식의 차이가 있었다. 우선 프랑스는 국왕에 충성을 바치는 귀족 출신의 중무장한 기사단이 전투에 나섰는데, 문제는 이들의 갑옷이 너무 무거웠다는 점이다. 당시 갑옷의 무게는 대략 60kg을 초과했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선 갑옷을 두껍게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영국은 주로 자영농(yeoman)으로 구성된 병력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영국은 참전한 자영농들에게 넉넉한 급료와 면세 혜택, 약간의 토지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그러자 그들은 프랑스를 이기기 위해 '장궁'을 개발했다. 이 '장궁'은 기존의 석궁보다 위력이 강하면서도 연사하는 데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육중한 갑옷을 입은 채로 전장에 나선 프랑스 기사단은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으며 칼마저 빼내어 휘두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영국 궁사들은 장궁을 활용해 그러한 프랑스 기사단을 손쉽게 공략했다.


한마디로 영국 자영농의 자기이익(self-interest)이 방어에 집착한 프랑스 기사단을 이긴 셈이었다. 이처럼 사람들이 소유에 눈을 뜨면 어떻게든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 즉, 이것이 시장경제의 본질이다.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영국의 사례가 엘리자베스 1세 집권기에 있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백성들이 납부한 대로 세금을 거둬들였다. 그 결과 정부 재정은 당연히 충분치 않게 되었지만, 백성들 입장에서는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에스파냐가 무적함대(Armada)를 이끌고 영국을 공격했을 때, 여왕은 백성들에게 '함선을 만들 돈이 없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이에 백성들은 '여왕을 돕고, 나라를 구하자'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요청에 응했다. 만일 영국이 에스파냐에 항복한다면, 자신들이 모은 부와 자산도 잃어버릴 수밖에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백성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바탕으로 여왕은 해적 프랜시스 드레이크와 일종의 '거래'를 했다. 이 '거래'로 인해 드레이크와 해적들은 에스파냐를 물리친다면 영국의 해상 무역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영국은 마침내 에스파냐에 대승을 거뒀다. 이것이 바로 칼레 해전(1588년)이었다.


이처럼 영국은 소유라는 인센티브를 활용함으로써 강대국 에스파냐를 상대로 이길 수 있었다. 당시 영국 백성들과 드레이크를 비롯한 해적들에게는 싸워서 이겨야 할 이유, 즉 자기이익 보호라는 목표가 확실히 있었던 것이다. 이 전쟁의 승리를 계기로 영국은 훗날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영국의 역사적인 사건들은 어떻게 효율적인 정부와 자유·소유를 지닌 구성원들의 관계가 형성되고, 또 그것이 어떻게 승리와 번영을 가져왔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을 깊이 탐구해봐야 하며, 개인의 자유와 소유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고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219 [칼럼] 온플법, 혁신의 길을 막는 법적 장애물
임동민 / 2024-11-25
임동민 2024-11-25
218 [칼럼] 의료수가,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정지윤 / 2024-11-22
정지윤 2024-11-22
217 [칼럼] 한국의 재산세제, 파이 나눠 먹기와 파이 키우기의 갈림길
우수현 / 2024-11-20
우수현 2024-11-20
216 [칼럼] 금융투자소득세, 이대로 두면 자충수일 뿐
정현주 / 2024-10-03
정현주 2024-10-03
215 [칼럼] 벤처 활성화 위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유형준 / 2024-09-26
유형준 2024-09-26
214 [칼럼] 인구 감소 해결 방안은 `이민`, 개방성과 다양성 강화 필요
하헌석 / 2024-09-11
하헌석 2024-09-11
213 [칼럼] 상속세, 받는 만큼 내는 `유산취득세`로 바뀌어야 한다
정재훈 / 2024-09-09
정재훈 2024-09-09
212 [칼럼] 대규모 자금 유출 유발하는 금투세, 현실성 있는 방향으로 보완돼야
정현주 / 2024-08-28
정현주 2024-08-28
211 [칼럼]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전기차, 허황한 꿈에서 벗어날 때
김동욱 / 2024-08-21
김동욱 2024-08-21
210 [칼럼] 기업 후원이 올림픽 성적 뒷받침한다
권민채 / 2024-08-14
권민채 2024-08-14
209 [칼럼] 이사 충실의무 개정안, 기업 부담만 키운다
이형구 / 2024-08-07
이형구 2024-08-07
208 [칼럼] 생산자·소비자 모두 이익 보는 자유무역 필요... 생과일 수입규제 완화해야
김다은 / 2024-06-14
김다은 2024-06-14
207 [칼럼]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 가져올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재검토 마땅
이혜지 / 2024-06-10
이혜지 2024-06-10
206 [칼럼] 횡재세는 금융 기업에 대한 차별적 정책, 폐기가 마땅
강채희 / 2024-04-25
강채희 2024-04-25
205 [칼럼] 블록체인 기술 결합된 세계적 유망 게임 국내규제 심해... P2E 해외로 이동
홍효재 / 2024-04-18
홍효재 202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