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 11월 25일에 출범하였다. 출범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고 출범 이후에도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평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그것을 압도하였다. 지금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을 의심하고, `인권을 위해’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인권 기관’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공공의 적’으로 비난받게 된 이유는 그 동안 국가인권위원회가 쌓아온 업보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 이후 `인권’이라는 말은 이전에 `민주화’가 누렸던 우월한 사회적 지위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인권’은 그 자체가 도덕적 우위를 점한 개념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비판 없이 이 말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일부 세력들은 `인권’을 앞세워 이념 편향적인 주장들을 내세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념 편향적인 주장과 `인권’이 별 상관이 없거나 `인권’의 이름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인권만을 앞세워 온 `인권근본주의’와 인권을 이데올로기 전파의 도구로 사용한 `인권 인플레이션’이 초래한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라는 말은 `민주화’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었으며, 이념적으로 편향된 특정 집단의 이익을 포장하는 언어로 전락하였다.
`인권’이라는 말이 이렇게 사회적 체면을 상실한 것은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가치 구현과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을 설립 목적으로 내세워 출발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스스로 설립 목적을 훼손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사회적 합의가 어려웠던 사안들에 대해 거침 없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종교적 병역 기피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국가기관으로서 품위를 상실하고 비제도권의 운동권이나 할 수 있는 주장을 해온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런 행적이 헌법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부정한다는 비판을 불러온 것은 당연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 1월 9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을 발표함으로써 다시 한 번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은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장해 온 편향적인 인권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에 대해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권고안을 검토해보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되었다.
이 책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6년 1월 9일 발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인권’ 논의에서 근본 문서 구실을 하고 있는 세계인권선언의 내용과 그것의 철학적 배경을 검토할 것이다. 나아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을 주도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과정과 국가인권위위원회가 설립 이후 수행한 과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인권’은 철학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는 개념임을 밝히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모든 인간이 당연히 누려할 권리로서 `인권’을 가장 잘 보호하고 증진하는 이념과 방법은 바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임을 보여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