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보호석1
보호석에 널찍이 자리잡은 여인은
몸집이 큰 데다 배도 많이 불렀다.
비집고 앉는 대신 손잡이를 잡는다.
모르는 새 그녀를
보호하려는 자세를 취한 나 자신을 보고
쓴웃음을 짓는다.
남편도, 부모도, 친구도, 이웃도,
아무것도 아닌 내가…
좀 멋쩍어진 나를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녀에겐 나는 그저 흥미 없는
풍경의 한 부분.
그래도 내 마음은 밝아
혼자 흥얼거린다.
자거라 자거라 귀여운 아가야
꽃 속에 잠드는 범나비같이…
엄마 뱃속
포근한 세상에서 자라는 아기에게
어릴 적 자장가를 흥얼거린다.
지은이: 복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