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석 시집 <유모레스크>중 첫 번째 소개드릴 시, 나는 우파입니다.
나는 우파
우파,
작은 낱말,
반짝이는 낱말,
자유로운 낱말,
자유,
요새는 더 납작해진 낱말
적폐가 된 낱말
불륜이 된 낱말
예를 들면
나는 오른쪽 어깨를 다쳐
왼쪽잡이가 될번 했던
돈 없고 힘 없는 우파
장인이 보도연맹으로
죽임을 당한 집
맏사위가 된 우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자기 아버지의 67년 전 죽음을
하루에도 몇 번이고 통곡하는
그래도 열심히 우파인
치매를 앓는 내 늙은 사랑의
남편인 우파
공자 가라사대
아는 것만 안다고 하고
찜찜한 것은 모조리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그래서 모르는 것은 모르므로
무식해지고 외톨이가 된 우파
갈데 없이 정신 장애자가 되어
아무래도 한 번은 폭력배가 될 우파
자기의 자유를 죽어도 지키고
남의 자유를 끔찍하게 존중하고
모르는 것은 모르는
그것뿐인 우파
애너키스트면서
웬 태극기를 들고
당분간은 나라를 사랑해야 할 나는
길도 계절도 잃어버린 우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