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석 시집 <유모레스크>중 여섯 번째로 소개해드릴 시 '말아, 조선말아 · 4'입니다.
말아, 조선말아 · 4
말아, 조선말아
한 번 해 뜨고 한 번 해 지는
낮과 밤아, 달콤한 사계야
시간에는 본래 시간이 없고
나는 고스란히 나를
목이 메도록 자유주의자라 부르지만
잊지 마라, 자유는 본래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하네
내 자잘한 중득도 그러해 왔네
말하자면 에너지 보존법칙은
우주에 있는 자유의 총량이
한순간도 변하지 않는다는거
어찌 이다지도 꽉 막힌 것인가, 이 우주는
어느 자유 한가지를 좀 늘리면
다른 자유를 그만큼 줄여야만 하고
말아, 조선말아, 어느 한때
한 곳의 자유를 불리면
지체 없이 다른 곳의 자유를 줄여야 하니
참말이지 자유에는 공짜가 없네
목숨 짧은 몸
흩어지는 영혼
말아, 조선말아
한 번 해 뜨고 한 번 해 지는
낮과 밤아, 바뀌는 사계야
시간에는 본래 시간이 없고
자유는 본래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하다지만
자유 그것 아니면 죽음을 달라
나는 목적하는 바 아무것도 없이 나를
목이 메도록 자유주의자라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