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석 시집 <유모레스크>중 다섯 번째로 소개해드릴 시 '죽음에 관하여·4'입니다.
죽음에 관하여 · 4
아침부터 자식들은 고래고래 싸우고
하나도 화 내지 않고
구로구에는 눈이 내린다
눈보라 속의 유리창
따신 안에서
검고 뜨거운 커피를
숨죽이고 마시는 나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것보다
더 맛있는 커피는 있을 것이다
내가 자금 마시고 있는 것보다
더 맛있는 커피는 없을 것이다
위태 위태, 무얼 그렇거고 살랴
전통을 따라 전통을 거역하며 살랴
나는 우주에 살지 않는다
구로구에 산다
다만 시를 지을 뿐
거역할 것 없이 자잘하게
자잘하게 구로구에 산다
대기는 지구의 배경막,
밖에는 산까치가 날아다닌다
눈송이가 기세등등 바람을 일으킨다
나는 관살과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지독히 미워할 뿐
아침부터 자식들은 싸우고
구로구에는 눈이 오고
나는 검고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