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석 시집 <유모레스크>중 네 번째로 소개해드릴 시 '그리움'입니다.
그리움
늙는다는 것은 드디어 막다른 골목
불분명하나 확실한 위치로
내가 나를 찾아 가는 발걸음
슬픔은 내 안에 있고
기쁨도 내 안에 있다고
그 발걸음에 장단맞춰 알아 가는 것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얇던 장막이 하루하루 두꺼워져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이 희미해지고
불안해지는 것을 안심하려고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발을 따라 멈추는 것
앞보다는 뒤를 더 많이 보려고
몸을 돌려세워 놓고
그리움에 잡혀 서버리는 것
늙는다는 것은
그리움
그 이상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