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 강위석 - 나는 우파

강위석 / 2020-02-06 / 조회: 5,991

강위석 시집 <유모레스크>중 첫 번째 소개드릴 시, 나는 우파입니다.



나는 우파


우파, 

작은 낱말, 

반짝이는 낱말, 

자유로운 낱말, 


자유, 

요새는 더 납작해진 낱말 

적폐가 된 낱말 

불륜이 된 낱말


예를 들면 

나는 오른쪽 어깨를 다쳐 

왼쪽잡이가 될번 했던 

돈 없고 힘 없는 우파


장인이 보도연맹으로 

죽임을 당한 집 

맏사위가 된 우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자기 아버지의 67년 전 죽음을 

하루에도 몇 번이고 통곡하는


그래도 열심히 우파인 

치매를 앓는 내 늙은 사랑의 

남편인 우파


공자 가라사대 

아는 것만 안다고 하고 

찜찜한 것은 모조리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그래서 모르는 것은 모르므로 

무식해지고 외톨이가 된 우파 

갈데 없이 정신 장애자가 되어 

아무래도 한 번은 폭력배가 될 우파

자기의 자유를 죽어도 지키고 

남의 자유를 끔찍하게 존중하고 

모르는 것은 모르는 

그것뿐인 우파


애너키스트면서 

웬 태극기를 들고 

당분간은 나라를 사랑해야 할 나는 

길도 계절도 잃어버린 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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