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지방 재정분권 실현

윤주진 / 2023-12-26 / 조회: 3,129


vol 08 지방 재정 분권 실현_22대 자유 입법 과제.pdf



지방정부 자율성 제고·규제개혁이 지방시대 재정분권 근본 해법

• 연방정부, 일본 대비 낮은 편에 속하는 지방세 비중…중앙에 대한 재정 의존 심각한 상황

 지방소비세율‧지방교부세율 인상 노력 있으나 근본적 방안으로 보기는 어려워

 탄력세율 확대, 규제혁신 통한 지방정부 경쟁력 강화로 인구‧기업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




■ 들어가며

도시든 농촌이든 해당 지역의 경쟁력은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세수 부족으로 재정적 자립도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 추진 가능한 각종 지역 사업과 복지가 축소되면, 그로 인해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며, 이것이 추가 세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윤석열 정부가 천명한 '지방 시대'가 그 목표를 온전히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전제돼야 할 조건은 다름 아닌 '지방 재정분권'의 실현이다.


현실적으로 여전히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정부의 재정적 의존은 심각한 수준이다.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징수할 수 있는 세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자율적인 세율 조정 등을 통해 지자체 '조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본 보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 재정분권 실현을 위한 입법적 대안을 여러 방면으로 모색하여 보고자 한다. 일방적인 '시혜성' 지원으로는 지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중앙정부가 배분하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비공식적 로비만 성행해 결과적으로 고비용 비효율만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보다는 구조적 차원에서 지방정부의 재정자립을 제고하는 제도 설계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 주요 현황과 현행 제도의 문제점

국가 간 지방 재정분권 수준을 측정·비교하는 통일된 기준이라는 것은 사실 존재할 수 없다. 각국마다 부과하는 조세의 유형, 세율, 대상이 모두 다르고, 특히 연방 국가와 단일 국가 여부에 따라 지방 정부의 개념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준조세와 다름 없는 각종 사회보장기금 부담까지 고려하면 비교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재정분권을 대략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측정 지표가 있다. 지방세 비중, 세입분권, 세출분권, 과세자주권 등이다.


지방세 비중이란 총조세(국세+지방세) 대비 지방세의 비중이다. 세입분권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전체 세입 중 지방정부 세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세입 대신 세출 개념을 적용하면 세출분권이 된다. 과세자주권은 다소 정성적인 기준이다. 재정 편성과 사용과 관련하여 얼마나 지방 정부가 자율적으로 법령, 기준 등을 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 지표다. 이 중에서 OECD 소속 국가의 지방세 비중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OECD 소속 국가 중 한국의 지방세 비중은 13위로 비교적 상위권에 속하며, 평균치를 상회한다. 그러나 지방 분권이 발달한 연방 국가에 비해서는 56% 수준의 낮은 지방세 비중을 보이며, 특히 한국과 마찬가지로 단일국가이자 매우 유사한 조세 제도를 운용 중인 일본은 한국에 비해 2배 높은 지방세 비중을 갖고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23년 3월 발간한 《OECD 국가 재정분권 수준 국제비교('21년)》을 살펴보면, 한국의 세입분권 비중은 18.5%로 OECD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나 세출분권은 44.2%로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역시 연방 국가 대비 세입분권은 매우 낮은 수치이며, 일본에 비해서도 약 60% 수준이다.


지방세 외에도 세외수입, 교부금, 국고보조금 등이 지방재정의 세입을 구성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지방에서 직접 거둬들이는 세입은 지방세와 세외수입 뿐이며, 교부금과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에서 이전되는 재원이다. 지방세, 교부금, 국고보조금을 합한 것을 지방가용재원이라고 하며, 이 지방가용재 비중이 1990년 47.3%에서 2001년 59.4%로 훌쩍 뛴 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최근에는 60%대 후반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방가용재원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대체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국고보조금의 비중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지방재정의 절대적 규모가 과거에 비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앙정부가 직접 실행하던 여러 정책, 사업이 단순 지방정부 소관으로 이양돼 예산 사용 주체만 바뀌었을 뿐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운용 가능한 재정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았으며, 정해진 비율대로 배분하는 교부금과 국고보조금은 지방정부의 노력과 지역 경쟁력과 무관한 재정 세입이기 때문에 재정분권과는 거리가 멀다.


■ 기존 입법 논의 및 대안

지난 문재인 정부는 지방 재정분권 실현을 위해 지방세 비중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에 8: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3으로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6:4 비율을 달성 목표로 제시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와 국회는 2021년 11월, 지방소비세율을 2021년 21%→2022년 23.7% 2023년 25.3%로 인상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지방소비세란 국세인 부가가치세 중 일부가 지방세로 전환된 세금을 말한다. 이 법 개정에 따라 연간 4조 1,000억 원 규모의 재원이 국가에서 지방으로 이전돼 국세 지방세 비율이 2020년 73.7:26.3에서 2023년 72.6:27.4로 더 좁혀진다고 문재인 정부는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과정에서 국정과제 제 11번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 강화'를 내걸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발간한 <윤석열 정부의 지방분권정책 추진 방향과 과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재정분권 기조는 "실질적인 균형발전을 위한 재정권한의 이양과 지방의 재정책임성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그 세부 방안으로는 지방재정 권한 강화를 위한 재정자주도 기반의 목표설정, 지방의 자주재원 확충, 균형발전특별회계 및 국고보조금 제도 개선, 현금성 복지사업 관리제도 도입, 지방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및 지방의 재정 진단, 재정위기관리 제도 개선 등이 있다. 그러나 2023년 59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을 기록함에 따라 정부는 지방정부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정책 추진에 나설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2024년도 정부예산안에서 지방교부세를 총 8조 5,000억 원 삭감했다. 부동산 시장 거래 위축에 따라 취등록세 세입이 줄어든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은 더욱 빠듯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다.


지방소비세법 인상 법안 통과 후에도 유사한 입법적 시도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권명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지방소비세율을 25.3%에서 26%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해식 의원은 25.3%에서 25.75%로 소폭 상향하는 법 개정안을 낸 반면, 같은 당 김철민 의원은 지방소비세를 30%까지 올리는 법안을 냈으나 대안반영 됨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지방교부세율 인상 움직임은 매우 적극적이다. 현행 지방교부세율은 2006년에 정해진 19.24%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여야 소속을 가릴 것 없이 다수 의원이 지방교부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목표 지방교부세율 현황은 다음과 같다.



■ 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진정한 의미의 지방 재정 분권이란, 단순히 지방의 재정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엄밀한 의미의 재정분권은 재정의 확보와 예산 편성, 사용 등 모든 과정에 있어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재정분권이 확립됨에 따라 재정적 기반이 탄탄해지는 지방정부가 있을 수 있는 반면, 반대로 재정이 더욱 악화되는 지방정부도 생겨날 수 있다. 기업처럼 지방정부의 세입 확보 노력과 기업 투자 유치 성과에 따라 재정 성적표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소비세율과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어차피 전체 내국세 중에서 구분 경계만 조정할 뿐이지, 실질적으로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기여도에 따라서 늘어나는 세입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방소비세와 지방교부세 모두 중앙에서 일률적으로 정해진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자율적 과세권이 더 강화되는 것 또한 아니다.


근원적으로 지방재정분권 실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에 입각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지방정부 세입 중 국고보조금의 비중은 줄여야 한다. 보조금은 중앙정부에서 책정하여 일방적으로 배분한다. 특정보조금은 중앙정부가 사용 용도까지 정하여 교부하는 보조금이므로 지방정부는 단순 '집행 주체'의 역할만 할 뿐이다. 이러한 국고보조금은 수치상으로만 지방정부의 재정 규모를 늘릴 뿐, 지방정부의 재정분권과는 거리가 있다.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정 비중이 커져야 한다.


둘째, 탄력세율을 적극 활용하도록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2019년 기준 레저세 지방소비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에 대해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예컨대 취득세와 지방소득세의 경우 -50%에서 +50%가지 세율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탄력세율을 실제로 적용하는 지방정부가 매우 드물고, 탄력세율이 허용되지 않는 세목의 세수입이 전체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탄력세율 적용시 지방정부가 누리는 인센티브는 제한적이고, 탄력세율 적용 요건도 까다로운 편이다. 2020년 9월 서울 서초구의회가 일정가액 이하 1가구 1주택에 대한 재산세 세율을 경감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인 탄력세율 성공 적용 사례로 거론된다. 탄력세율은 가장 대표적인 지방정부 자율과세권 보장 방안에 해당된다. 탄력세율 운용이 보다 보편화될 필요가 있다.


셋째, 지방정부의 규제 개혁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비수도권 소외지역은 수도권 대비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기업과 근로자에게 제공할 필요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양질의 교육 인프라 구축을 지방 경쟁력 강화의 필수 조건으로 진단, 교육발전특구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 외에도 기회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등이 종합계획의 핵심 전략이다.


실세 정치인의 '쪽지 예산', 각 지자체 국회 담당 부서의 여의도 24시간 대기가 반복되는 구조에서는 진정한 재정분권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재정에 관한 지방정부의 자율적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해야 한다. 교부금과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을 높이면 높일수록 지방정부의 재정 역량은 쇠퇴할 것이다. 22대 국회는 지방재정분권 실현을 위한 근본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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