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특집 주요 정당 공약·정책 분석]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 비교

윤주진 / 2024-02-27 / 조회: 1,817


vol1 교섭단체연설 비교_총선 특집 주요 공약·정책 분석.pdf


노동개혁·규제개혁 강조하는 여당, 선명성 약해진 야당

• 국민의힘 “노동시장 유연화 시급” 주장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충분한 사회적 합의” 강조

 윤석열 정부 탈원전 중단 지적하며 재생에너지 확대 주장하는 야당…국민의힘은 원전 육성 강

 여당 승리 시 규제혁신, 구조개혁 가능성↑, 야당 승리 시 21대 국회와 유사한 분위기 전망


◈ 이 보고서는 2024년 4월 예정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판단과 선택을 돕고자 주요 정당 및 후보자의 공약·정책·가치관 등을 비교·분석하여 정리하였습니다.


■ 들어가며

한 정당의 정책 철학과 기조를 가장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연설은 단연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이다. 보통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당을 대표하여 하는 연설로, 국정 전반과 입법 활동, 향후 정당의 핵심 추진 과제 등에 대해 30~40분의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한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국회 주요 일정에 맞춰 상징적 시점에 실시된다. 먼저 매년 9월 정기국회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함께 시작되며, 그 외에도 국회 개원 직후인 6~7월 임시국회, 연초의 2월 임시국회 때 주로 교섭단체 연설이 본회의장에 울려 퍼진다. 2024년 역시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각각 교섭단체 대표 연설자로 나섰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원내 사령탑이 한 연설인만큼, 여야의 정책 방향과 공약의 얼개를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보고서는 경제 질서를 바라보는 여야 각 당의 입장과 시각을 비교·분석해보고, 그 함의점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 (쟁점①) 노동시장과 노동개혁을 대하는 입장

경제사회 개혁 과제로 늘 손꼽히는 노동개혁과 관련하여 양당 원내대표의 접근 태도는 매우 대조적이다. 먼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5대 민생개혁 과제 중 첫번째 주제로 '대한민국을 진화시키는 노동개혁’이라는 소제목을 달아 노동개혁 필요성과 추진 방안을 강도 높게 주장하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두 문장 정도로 짧게 노동개혁을 언급했으며, 뚜렷한 찬반 입장이나 세부 계획 등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양당 원내대표 연설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한국의 노동규제를 갈라파고스 규제로 규정,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뒤처지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으로 경직된 노동시장을 꼽고 있다. 그러면서 자유 시장경제 질서에 입각한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빈번한 정치 파업’, '거대 노조’, '노사 법치주의’ 등을 언급하며 노조의 불법·폭력 쟁의나 대표 노조에 집중된 사회 기득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편향적인 반노조 논란에 대응해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서 노동시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부연하는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도 더욱 강력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며 갑질·횡포 등에 대한 방지책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노동개혁 선결 조건으로 사회안전망 확충, 사회적 합의를 제시하면서 과감한 노동개혁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최저임금 보장,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정규직 임금 평준화 등,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여러 노동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보여준다.


■ (쟁점②) 원자력 발전과 재생 에너지 활용

여야의 극명한 관점 차이를 드러내는 또 다른 대표적 이슈는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활용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된 급진적 '탈원전’을 비판하며 국민의힘은 정부 출범 후 원전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차세대 발전원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번 교섭단체 연설에서 탈원전에 대한 비판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원전 산업 회복을 현 정부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그러면서 원전 위험성, 환경 부담을 의식해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분을 약속해 해당 지역 주민의 불안 심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번 연설을 통해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의 필요성을 목소리 높여 강조했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사실 '쌍둥이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전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부족 전력원을 재생에너지에서 찾자는 것이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얼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그 인식 내에서, 지난 정부 당시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이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쟁점③) 규제 개혁 VS 경제민주주의활용

경제·산업 분야와 관련해 양당 원내대표가 각각 방점을 찍은 주제의 분야도 엇갈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5대 민생개혁 3번째 과제로 '한국 경제의 성장DNA를 되살리는 규제개혁’을 선정,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로 223개 규제혁신 법안 중 절반가량만 통과됐다며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의지를 드러냈으며, 이른바 '단통법’ 폐지와 도서정가제·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과거 널리 이용됐던 정치 표어 '저녁이 있는 삶’을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경제적 약자의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제민주주의’ 기조를 재확인 시켜줬다.



한편, 홍익표 원내대표 연설문에서는 '혁신 경제’를 주제로 차세대 산업 육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표시했지만 규제 혁신에 대한 청사진과 의견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한국판 IRA법’ 제정 필요성, 인공지능 산업 육성 법안 통과, R&D 예산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 평가 및 함의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자유시장경제에 입각한 자유로운 경쟁, 규제 혁신, 진입장벽 제거, 지속가능한 '선별적 복지’에 초점을 맞춰온 반면,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약자 보호, 분배, 기업 규제 강화, 보편적 복지를 주창해왔다. 그런데 이번 연설에서는 여야의 경제산업 분야를 바라보는 아주 뚜렷한 시각 차이를 느끼기에는, 대조되는 포인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특히 홍익표 원내대표 연설문은 기존 민주당의 기조, 방침에 비해 상당히 온건하다는 인상을 준다. 오히려 신산업 연착륙과 혁신 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 필요성에 동조하면서 양당의 적극적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노동개혁, 규제혁신 등 기존 보수정당의 가치 체계를 분명히 드러낸 것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의 논조는 선명성보다는 안정성에 더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이번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의 경제·산업 정책 경쟁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점과도 분명한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그보다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성격과 야당의 사법리스크 이슈,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논란 등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경제 질서에 대한 기본 인식과 접근 방법의 차이점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노동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총선 후 국회 차원의 발빠른 입법 추진을 약속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합의, 노사정 대화를 보다 중요시하고 있다. 따라서 여당의 총선 승리 시 노동개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야당의 승리 시에는 21대 국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정책도 총선 결과에 따라 그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계속해서 과반 의석을 유지하게 되면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이고 기업의 RE100 실천을 압박하는 입법안이 추가로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 밖에도 이미 국민의힘이 비대면진료 확대, 혁신 모빌리티 산업 육성, 반도체 등 전략산업 추가 지원 등을 약속한만큼 여당이 총선에서 승기를 잡을 경우 산업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구조 변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 개정, 주52시간제를 보완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등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외국인 노동 인력 수급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 규제 완화의 개연성이 점쳐진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야당이 국회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경우, 21대 국회에서 추진된 여러 반시장·반기업 법안이 재추진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정부가 제안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폭넓은 탄력근로제 도입 등에도 상당한 정치적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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