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진단] 대기업 기준 완화 및 역차별 해소

윤주진 / 2024-11-04 / 조회: 246

241104 6편 대기업 규제 완화_22대 국회 경제법안 리뷰.pdf



대기업 기준 완화 및 역차별 해소


◈ 자유기업원은 22대 국회에서 처리되거나 발의된 법안 중, 작고 효율적인 정부 실현와 낡은 규제 타파 및 개혁, 민간 기업과 시장 질서에 대한 정부 개입 최소화와 자율성 보장 등 자유주의 가치 창달에 기여한 법안을 조사하여 분석하고 있습니다.


들어가며


소수 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억제하고자 한국은 1987년 전두환 정부 당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도입했다. 재계 1위부터 30위까지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2002년부터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집단을 구분하여 지정하던 정부는 2009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 현재는 공시대상기업집단제도와 상호출자제한집단제도만 운용 중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자산 총액 합계가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의미한다. 여기에 속하면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비상장회사 등의 중요사항 공시, 기업집단현황 등에 관한 공시 규제를 받는다. 한편, 당초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해오던 공정위는 2020년 공정거래법 전면개정과 함께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액 대비 0.5% 이상인 경우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하기로 하였고 이는 2024년부터 적용됐다. 따라서 2024년 상호출자제한집단 지정 기준은 자산총액 10조 4,000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계에서는 공시대상기업집단제와 상호출자제한집단제 운영 자체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기업을 제외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도를 분석한 결과, 자산집중도 2.4%, 매출집중도 4.2%로 나타났다. 경제력집중도 우려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상호출자, 순환출자,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각종 규제가 더해지는 상호출자제한제도 역시 국내 글로벌 기업의 발목만 잡을 뿐, 실질적으로 중견·중소기업 성장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다수 나온다. 또한 대기업집단의 경우에만 적용하는 '역차별’ 규제 역시 국내 혁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관련하여 22대 국회에서 시도된 개혁 입법 사례를 살펴보자.


앞서 경제계가 공시대상기업집단 제도의 실효성 자체를 문제삼는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는 상호출자제한집단 제도와 마찬가지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기준 역시 국가 경제 규모에 연동될 수 있도록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국민의힘 소속 김상훈 의원과 정연욱 의원이 각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정연욱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현행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은 2009년에 도입되어 그동안 커진 경제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공시대상기업집단 수의 변화를 보면 2009년 48개에서 2022년 76개로 늘어 고정된 지정기준으로 인하여 대기업 규제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중견기업이 대기업 진입을 미루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중견기업의 부담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평가가 있다” 지적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있어서 대기업은 일정 사업금액 이상의 사업에만 참여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원천 사업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당초 중소·중견기업에 정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날로 기술적 요구사항이 고도화되고 정부 전자시스템의 보안 강화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앞선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23년 11월,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지방재정관리스시템 전산 마비 사태가 터지면서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필요성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관련하여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다음과 같은 법안을 발의하였다.



김장겸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현행 제도는 공공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성장과 주사업자 다변화 등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기반 확대에 기여한 측면도 있으나, 기업규모에 따른 과도한 차별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소프트웨어사업의 품질을 제고하고 공공소프트웨어 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설계·기획 단계에서부터 해당 사업의 내용·구조 등이 명확히 도출되도록 하고 클라우드 전환 촉진, 인공지능 등 민간의 신기술 도입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분석 및 함의점


단순 자산의 총액과 매출 규모라는 '수치’만을 기준으로 경제력 집중도를 평가하여 일률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한국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력이 집중된 결과,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악용해 독과점을 가중시키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폭리 등 실질적 피해로 나타나야만 비로소 정부 개입의 명분이 마련되는 것이다. OECD 19개국 가운데 100대 기업의 자산 집중도나 매출 집중도는 한국이 15위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력 집중’이라는 기우에 우리 사회가 얽매겨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무려 15년 전에 도입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준을 바탕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여 무더기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국민 정서상 대기업집단 운용 자체를 폐기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물가상승률 정도라도 적용하여 기준을 상향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힘 김상훈·정연욱 의원이 상호출자제한집단 제도와 마찬가지로 국내총상샌 대비 일정 비중의 자산총액 이상의 경우에만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도록 한 입법 시도는, 그나마 국내 대기업의 숨통을 틔게 해주는 입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경우 대기업의 참여 문턱을 낮추고, 상호출자제한집단 역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김장겸 의원의 법안도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지난 2023년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 이후,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의 입찰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소기업이었던 기업이 중소기업이 아니게 되면 126개의 규제가 늘어난다고 한다. 여기서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면 274개로 적용 규제가 늘고, 다시 상호출자제한집단이 되면 342개의 규제를 적용 받는다. 이러한 제도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의 대기업으로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22대 국회가 우리 기업의 '하향평준화’ 질서를 '상향평준화’ 질서로 탈바꿈 시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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