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공유숙박 양성화법

윤주진 / 2024-01-02 / 조회: 4,428


vol 09 공유숙박 양성화법_22대 자유 입법 과제.pdf



외국인만 받아라? 입법 회색지대 놓인 공유숙박, 제도로 양성화해야

• 공식 등록 숙박업소보다 10배 많은 에어비엔비 숙박업소, 현실과 괴리된 법 제도 민낯 드러내

 세계적으로 공유숙박은 보편화됐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외국인 고객만 받도록 규정

 관광진흥법으로 공유숙박 제도화하고 규제 풀어야…부작용·폐해 방지 대책도 강화 필요


◈ 자유기업원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기업 분야를 비롯해 정치·사회·교육·문화·외교안보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22대 국회가 자유주의 가치에 입각하여 추진해야 할 22대 입법 과제를 선정해 제안합니다.


■ 들어가며

이미 <에어비엔비>는 여행 계획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택지다. 뛰어난 접근성, 다양한 주거 형태, 취사·세탁의 편의, 여행보다는 '생활’의 느낌을 주는 가정집 분위기 등은 <에어비엔비> 등 다양한 '공유숙박 플랫폼’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한달살이’와 같은 장기 여행에 큰 도움이 된다.


해외여행 이용객에게 친숙한 공유숙박 플랫폼은 국내 여행 시장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숙박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실제 플랫폼 서비스를 접속하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가정집과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이 버젓이 중개·거래되고 있으며 이용객 후기도 누적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국내 공유숙박이 불법이라며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고 보도하는데, 현실은 전혀 딴 세상인 셈이다. 정확한 팩트는 무엇일까?


결론은 '대부분 불법’이다. 그 원인은 현실과 괴리된 법령 체계, 그리고 변화의 속도를 담아내지 못한 채 정체되어버린 '입법 미비’에 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 회색지대에서 무수히 많은 공유 숙박업자와 이용자는 본의 아니게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원인과 해법을 살펴보자.


■ 주요 현황과 현행 제도의 문제점

국내 여행시장의 공유숙박 플랫폼의 공급과 수요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2023년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전국 공유숙박업체에 등록된 업체는 4,955개로 집계됐다. 그런데 실제 대표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엔비>에 등록된 전국 공유숙박업소는 5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90%는 미등록 숙박업소라고 볼 수 있다. 


색다른 방식의 조사도 있다. 같은 당 홍성국 의원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숙박공유업 사업자의 부가가치세 신고 건수는 총 1,133건이다. 한편 <에어비엔비> 월 평균 등록 숙박 중개 매물은 6만2861건이다. 두 데이터의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으나, 제도와 현실의 괴리는 분명히 드러난다.


관광숙박업의 종류와 인허가 사항, 규제 등은 「관광진흥법」과 그 이하 시행령에서 총괄하여 규정하고 있다. 제3조 '관광사업의 종류’ 상에서는 별도로 공유숙박업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1항 2호 관광숙박업은 호텔업과 휴앙콘도미니엄업만 규정하고 있다. 법 세부 사항을 위임 받은 같은 법 시행령 2조는 보다 구체적인 관광사업 종류를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공유숙박을 특정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공유숙박은 불법인가? 그렇지만은 않다. 공유숙박업은 숙박업 전용 목적으로 건축·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거주 목적의 주택 중 유휴시설을 숙박 서비스 시설로 제공하고 대신 금전적 대가를 수령하는 형태의 업종이다. 현행 법령에서 인정하는 이와 같은 공유숙박업은 크게 네 종류다.



살펴본 바와 공유숙박 유형 중, 내국인에게 숙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경우는 한옥체험업, 관광펜션업, 농어촌 민박사업이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명칭 자체에서 대상이 외국인으로 한정돼 있다. (단, 도시재생법상에 따라 마을기업이 외국인 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국인에게 특성화된 문화 체험을 위한 숙식 등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나 대상 범위는 한정적)


이 중에서 가장 우리에게 익숙한 공유숙박 유형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다. 기본적으로 숙박 시설 자체가 부족하거나 비용 부담이 높아 그 대체재로서 공유숙박 시설 수요가 존재하는 것인데, 도심지역일수록 그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교외, 농촌, 한옥소재 지역은 이미 관광업이 발달해있거나 부동산 가격이 낮아 숙박료 부담이 적으므로 공유숙박 시설 필요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문제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 현실적으로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업의 우회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지역 주택 거주자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업종 등록을 마친 후 내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사례가 이미 성행하고 있다. 서울·부산 등 광역도시 내국인 여행객이 공유숙박 플랫폼을 사용해 아파트 등을 빌려 숙박을 했다면 이는 불법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유숙박업자가 내국인 이용객에게 절대 후기를 남기지 말아달라거나, 만약 경비원이나 이웃 등이 신원을 물으면 여행객이 아닌 거주민으로 답해달라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요청을 하는 경우를 쉽게 온라인 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일이 모든 공유숙박 시설의 불법 영업 실태를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극심한 소음이나 일부 성매매나 마약 투약과 같은 중대 범죄 행위에 연루된 경우 주변 이웃의 의심과 신고 등에 의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현행법상 음성적으로 영위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고 주변 환경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사전에 논의하는 것 또한 제한적이다.


■ 기존 입법 논의 및 대안

지금까지 논의된 문제점의 근본적 원인은, 이미 시장 수요가 풍부하고 자발적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공유숙박업 현실을 외면해 결국 시장 음성화를 초래한 점에 있다. 그 배경에는 기존 숙박업자의 거센 반발, 공유숙박 활성화에 따른 여러 부작용 속출 우려 등이 작용했다. 택시 사업자의 집단적 반대에 직면해 결국 차량공유 플랫폼 서비스 '타다’에 대해 금지법마저 마련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이미 <에어비엔비>가 보편화됐고, 공유숙박업이 관광 소외 지역의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도 각광 받는 점은, 정부와 국회 입장에서 공유숙박업 제도화의 압박 요소로 인식됐다. 2021년 경희대학교 관광산업연구원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실시한 '도시지역 내국인 공유숙박’ 인식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500명 중 73%가 공유숙박 확대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당사자 기업이긴 하나 2023년 <에어비엔비>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역시 응답자 1,000명 중 74%가 공유숙박 활성화에 동의하며, 84%는 공유숙박이 경제적 약자 소득창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공유숙박 본격 도입 이후인 20대·21대 국회에서는 공유숙박 양성화를 위한 입법 시도가 일부 진행됐다.



위 법률개정안에서 일제히 180일 규정을 담고 있는 것은, 기존 숙박업자의 이익 침해를 염두에 두고 적정 수준에서 영업일을 제한하는 일종의 중재안 성격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지자체 차원의 규제 완화 움직임도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는 국내숙박업체 <위홈>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기업으로 선정해 2020년 7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연간 180일까지 서울 지역에 한하여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 규제특례를 부산지역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관광진흥법 개정에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대표적인 관광도시 부산에서는 규제특례 확대 적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불법 공유숙박업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는 법 개정 움직이도 있었다. 국회는 2021년 12월 미신고 숙박업 영업 처벌 규정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했다. 고영인 의원은 공유숙박 플랫폼 사업자의 불법·부실 숙박업소 사전검증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 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공유숙박 활성화에 따른 불만, 갈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만연한 문제는 투숙객이 유발하는 소음이나 무단 쓰레기 투기 등에 따른 기존 거주민들의 불편이다. 인기 관광지역, 특히 소형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공유숙박업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권 활성화로 임대료가 상승해 기존 경제주체가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착안한 '투어리피케이션’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공유숙박 서비스 공급으로 관광 수요가 늘어 상권 부동산 가격이 올라 기존 거주자, 상인 등이 밀려난다는 비판이다. 201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린 사례가 있고, 2023년 9월 뉴욕시는 등록 공유숙박 업체를 줄이기 위한 규제 장벽을 새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여러 사정을 감안했을 때 22대 국회는 어떤 방향으로 공유숙박업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


첫째, 가장 시급한 것은 공유숙박업의 양성화이다. 기존과 같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규정을 활용한 우회 영업은 비정상적이며, 규제특례라는 일시적 대책으로는 공유숙박 시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이미 기존 관광산업에 버금가는 규모로 커진 공유숙박을 별도 관광업종으로 규정하여 시행령이 아닌 법률 단위에서 관할해야 할 것이다.


둘째, 180일 영업 기준에 얽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실제 거래량 기준으로 180일 '캡’을 적용하면,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 등 다양한 사정에 따라 180일 영업일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얼마든지 업자와 이용객 간의 동의에 따라 180일을 초과하여 숙박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결국은 시장을 또 다른 차원에서 음성화 시키는 규정이다.


셋째, 투어리피케이션은 현실적으로 막기 어려운 자연스러운 시장 경제 질서의 결과로 보고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 강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유숙박 서비스가 가져온 관광 활성화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외부 유입 증가로 지역 선호도가 올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 역시 자발적 선택에 따른 것이다. 투어리피케이션이 우려돼 공유숙박을 억제하면, 경쟁이 퇴보하여 해당 지역 경제 발전 기회를 놓치게 된다. 기존 숙박업자의 기득권을 보장할 명분도 없다.


넷째, 공유숙박업에 따른 주민 불편에 대해서는 방지 대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숙박업자는 투숙객에게 공유숙박 시설 사용시 지켜야 할 규칙을 확실히 고지하고, 위반 시 반드시 불이익을 적용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집단거주시설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등 대의 기구를 통해 공유숙박업을 영위하고자 할 경우 주민 동의를 받도록 자율적으로 규정을 만들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도 대안이다. 법령으로 규정하여 지차체 조례로 얼마든지 세부 지침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옳건 그르건 공유숙박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여행 상수’가 됐다. 전통 숙박업이 모든 관광객 서비스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시대다. “여행은 살아보는거야”라는 카피는 숙박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변화에 법이 따르는 것이 순리다. 입법 미비에 따른 회색지대를 방치하지 말고 22대 국회는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공유숙박을 제도권 안에 완전히 편입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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