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07 군사지역 사유재산권 보호법_22대 자유 입법 과제.pdf
군사보호구역 축소·규제완화로 해당 지역 사유재산권 침해 해결해야
▪ 각종 경제개발행위 막혀 재산상 피해 막심…주민 불편, 지역 낙후 가중
▪ 특별법 존재하나 실효성은 한계, 군사기지법 우선적용으로 근본적 해결은 어려워
▪ 현대전 특성상 광범위한 보호구역 불필요, 윤석열 정부 들어 축소 움직임 보여
■ 들어가며
남북 대치상황에 놓인 한국은 전국토에 걸쳐 군사시설이 광범위하게 운용되고 있으며, 흔히 '휴전선’으로 불리는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이남 접경지역의 경우에는 군사 관련 시설과 민간인 주거 및 경제활동 시설이 혼재돼 있다. 정부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이하 '군사기지법’)과 하위 법령을 통해, 국가안보상 목적으로 관리·통제해야 할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보호구역의 적용 범위, 보호구역 내 주민의 경제적 활동 허용 수준, 지자체와 군부대 간 권한 등을 둘러싸고 오랜 논란이 이어져왔다. 해당 구역에 거주 중이거나 토지·임야·건물 등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소유권자들이 일상적인 경제활동의 불편과 '사유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이에 당국은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대응해온 것이 갈등의 주요 골자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접경지 또는 군사보호구역이 대거 포함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규제완화 추진, 법 개정 의지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안보상 이유로 진전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이 보고서는 군사보호구역 등 소위 '군사지역’에서 빚어지는 사유재산권 침해 현황을 살펴보면서, 입법적
대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주요 현황과 현행 제도의 문제점
군사기지법에서 별도로 지정한 군사상 구역은 네 가지다. 소위 '민통선’이라 불리는 경계 이북 지역인 통제보호구역, 민통선 아래부터 군사분계선 이남 25km까지의 제한보호구역을 통틀어 보호구역으로 칭한다. 이 외에 비행안전구역, 대공방어협조구역 등을 규정하고 있다.
보호구역 내 금지 또는 제한되는 행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일단 통제보호구역은 허가 없이 출입 자체가 금지돼 있으며, 건축물 신축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대통령령으로 별도 허가는 가능)
행정기관의 허용 사항에 해당되지만 국방부장관 또는 관할부대장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은 법 13조를 통해 규정돼 있다. 대통령령을 통해 예외 사항을 마련하고 있으나, 협의대상이 되는 사안은 사실상 대부분의 경제관련 활동에 해당된다. 이를테면 건축물의 신증축, 공작물 설치, 건축물 용도변경이 해당되며, 임목의 벌채나 토지 개간, 통신시설 설치 등이 있다. '개발 제한’ 조항이 촘촘하다.
개발 주체 입장에서 행정기관 허용, 군 측과의 협의가 얼마나 원활한 편인지는, 주민 당사자의 여론을 다룬 지역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안보상 완전성을 기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군 부대는 협의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으며 해당 지역의 개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지역주민과 소유권자는 재산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군 부대 협의가 필요하다는 조건 자체가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고 거래 수요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 기존 입법 논의 및 대안
정치권의 보 호 구 역 거 주 민 및 재산상 이 해 관 계 자 의 권익을 증 진 하 기 위한 입법 시도는 꾸 준 히 이어져왔다. 대표적으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을 들 수 있다. 이 법은 낙후된 접경지역의 발전과 주민 복지 향상, 지역 균형발전 도모 등을 위해 마련된 법이다. 2001년에 도입됐으며 계속해서 지원 정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35차례 이상 개정돼 온 법이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접경지역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해 해마다 지역 수요와 균형발전 방침에 따라 계획을 변경해오고 있다.
그러나 접경지역지원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연구원>이 2022년 1월 발표한 '접경지역 지원 법·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군사기지법과 국토기본법의 우선 적용 조항(제3조)으로 지역이 실질적으로 희망하는 사업의 추진은 불가하며, 군사기지법의 우선적용 조항은 접경지역의 인프라 개선과 경제활동을 제한하여 접경지역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군사기지법상 보호구역에 적용되는 규제가 더 우선 적용되는 한계가 작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법개정 시도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김성원 의원은 2020년 6월, 「수도권정비계획법」 및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의 우선 적용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는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소속 한기호 의원이 2020년 7월 대표발 의한 접경지역지원법 개정안에 는 , 접경특화발 전지구의 발전이나 활용지원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는 「국토기본법」,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우선하여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반영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하는 방향의 규제 완화에 나섰다. 2018년 11월 국방부는 3억 3,699만 m2에 달하는 면적을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했다. 이어 2021년에는 여의도 면적 약 35배 규모의 보호구역을 해제했고, 2022년에도 추가로 여의도 면적 3배 보호구역을 해제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방부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2023년 1월, 국방부는 윤석열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에서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군 전력과 안보 상황, 전투 여건에 맞게 비무장지대(DMZ)를 현실적으로 재조정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와 유사한 내용의 법 개정 시도도 있다. 국미의힘 소속 김성원 의원이 2022년 11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민통선’을 기존 군사분계선 이남 10km에서 5km로 조정하고, 제한보호구역 역시 민통선부터 군사분계산 이남 15km로 조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군사적으로도 고도화된 현대전 양상에 따라 기동타격대와 병행한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운용하는 등 기존의 선과 지역개념이 아닌 입체적 전장개념 하에 작전이 수행되고 있어 반드시 넓은 범위의 군사보호구역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김성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개정안은 같은 당 소속이자 21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한기호 의원도 공감대를 갖고 있다. <강원일보> 2023년 1월 기사에 따르면, 한기호 의원은 “현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무의미하다. 종전 직후부터 설정된 기준이 아직까지 유지되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말할 수 없이 크다”면서 “현실적인 DMZ를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현대전 특성상 광범위한 지상 범위를 보호구역으로 설정해야 할 이유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전문가 지적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상 사유재산권 보장에 근본적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을 일제히 축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타당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국회사무처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보호구역 축소 시 전·평시 작전계획 변경과 더불어 지뢰제거, 초소이전, 울타리 재설치 등 막대한 예산 및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궁극적으로 보호구역 축소로 인해 발생하는 안보상 불안이 현저히 낮고, 그로 인해 주민과 지역에서 얻는 경제적 효용이 크다면 일부 비용이 소요되고 장기간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진적으로 보호구역 축소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된다.
관련하여 두 가지 입법적 보완책도 검토할 수 있다.
첫째, 군사기지법을 일부 개정하여, 보호구역 축소가 분명히 예상되어 향후 보호구역에서 해제되는 지역에 한하여 각종 금지, 허가 사항에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행정적, 군사적 조치는 진행하되 선제적으로 주민과 이해관계자의 사유재산권 행사는 보장해줄 수 있어 여러 조건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접경지역지원법 제3조를 개정하여 군사기지법 등 일반법 우선 적용 조항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 접경지역지원법상 제공 가능한 각종 혜택과 정책적 지원으로 사유재산권 침해에 따른 불이익을 일부 구제한다면 당사자의 불만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적용 조항 삭제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한기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라 특정 사업과 관련하여 우선적용을 배제하는 현실적인 대안도 검토 가능하다.
6.25 전쟁 발발 이후 남북대치 상황에 따라 접경지역 주민은 안보상 불안과 경제적 자유 제약, 지역사회 낙후 등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이 주민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터전을 지키며 그 안에서 경제활동을 영유하고 주거 공동체를 구성해온 것만으로도 상당히 안보상의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주민의 항시 거주 사실 자체가 국지도발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주민들이 해당 군 부대 장병의 복지와 여가 생활의 인프라를 제공했다는 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접경지역, 보호구역 주민과 소유권자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국가란 개인의 근본적 기본권을 침해해선 안되며, 불가피하게 침해하는 경우 마땅한 보상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22대 국회가 보호구역 축소, 군사기지법상 규제 완화 등에 적극 나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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