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부동산투기 및 탈세의 원인이 되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자에 의한 이중계약서 작성 방지와 실거래가격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서 거래내용의 허위기재 및 이중계약서 작성시 부동산중개업자를 처벌하고 계약내용을 시ㆍ군ㆍ구청에 통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부동산중개업법개정안을 9월 26일 입법예고하였다.
지난 2년간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국의 부동산 거래량이 급증하였고 거래사실을 등기하는 과정에서 취ㆍ등록세의 부과기준이 되는 행정자치부의 과세시가표준액, 양도소득세의 과세기준이 되는 국세청의 기준시가와 법률에 규정된 실거래가액이라는 3가지 잣대 속에서 거래당사자는 어떤 금액을 과세당국에 신고할 것인지를 고민하였고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매매당사자간에 과세형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처럼 취ㆍ등록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이중계약서를 작성해온(작성주체에 대한 논의는 유보함) 부동산중개업소의 관행을 뿌리 뽑고 중개업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개정입법의 취지이며, 중개계약의 형태를 불문하고 모든 부동산의 거래내용에 대한 사후보고를 강제함으로서 토지종합정보망의 완성을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2. 예상되는 문제점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입법예고안중 실거래가격의 신고의무화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정부는 실거래가격으로 과세표준을 일원화한다는 개정입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으나 이는 1989년 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의 입법과정에서 추진한 건설교통부의 기준지가, 과세시가표준액(토지등급제), 감정가격, 국세청의 기준시가를 공시지가로 일원화한다는 계획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다시 실거래가라는 기준만을 바꾼 채 과거 공시지가체제로 일원화되지 못한 문제점과 원인에 대한 분석없이 또 다른 기준에 의한 일원화를 계획하는 것은 새로운 가격체계를 만드는 것이고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둘째로 계약서의 검인제도를 존속시킨 상태에서 중개업자에게 거래내용을 시ㆍ군ㆍ구청에 통보토록 하는 것은 부동산거래절차를 한 단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으로 행정규제의 간소화와 역행된다. 또한 계약서의 검인시 형식적인 기재사항만을 확인하는 현 운영방식에서 계약금액이 실거래가격과 일치하는 지를 실질심사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계약서의 검인내용을 둘러싸고 민간과 공무원간의 잡음이 많았던 부분이고 심사권한을 강화할 경우 행정처분에 대한 불복청구의 급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실질심사를 담보하기 위한 자문회의 개최 및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부동산거래를 무효화시켜 부동산의 자유로운 유통을 방해할 수 있다.
셋째로 부동산중개업자가 거래된 모든 부동산의 거래내용을 통보하더라도 부동산의 유형별로 실거래가격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2년 기준 민유지는 총 3,087만 필지이고 같은 해 전국의 거래필지수는 208만 필지로 이중 약 54%가 동일한 필지상에 수백호의 집합건물이 소재한 아파트거래로 인한 중복필지가 실거래필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의 거래건수는 총아파트건설물량대비 전국평균 16%이며, 기타 용도의 토지는 민유지 총필지수대비 3%에 불과하다. 이 3%중에서도 다세대주택의 거래량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한다면 기타용도 토지의 유효한 거래량은 더욱 줄어든다(첨부 도표 참조).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많은 아파트단지의 경우 기준시가수준의 개략적인 실거래가격의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다른 용도의 토지 및 집합건물에 대하여 실거래가격기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동산전체를 아우르는 일원화된 과세표준이 수립되기보다는 아파트위주로 실거래가격기준이 만들어지고 기타 용도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현재의 공시지가를 기초로 한 기준시가 및 과세시가표준액이 존속될 개연성이 높다. 부동산의 용도별 공평과세는 요원하게 되며, 상대적으로 시세반영이 미흡한 토지에 대한 국민의 보유욕구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넷째로 부동산의 매매계약에 따른 책임과 권한은 거래당사자에게 귀속되는 것이고, 거래과정에서 법규를 위반하여 부당한 이득을 도모하는 거래당사자의 행위에 대하여 명확한 규정이 선결된 후에 부동산거래를 알선하는 중개업자의 위반행위에 대해 그 경중에 따라 벌칙을 정해야 한다.
이미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제6조(등기원인 허위기재 등의 금지) 및 제8조 2항에 따르면 등기신청서에 등기원인을 허위로 기재하여 신청하는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매매에 있어 등기원인은 계약이며, 계약의 증거인 매매계약서는 거래당사자 및 거래대금 등을 기재하여 검인을 받도록 되어있다. 등기원인이 되는 검인계약서의 내용중 하나인 거래대금을 허위로 기재하는 행위도 이 법 제6조의 규정에 위반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나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이 부동산실명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거래의 실체적 권리관계이외의 기재항목에 대해서는 등한시 하고 있다. 등기하여야 할 거래당사자가 매매계약서의 거래대금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의지를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의 보완으로 분명히 한다면 이중계약의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거래당사자의 처벌수위를 분명히 한 후 부동산중개업자가 허위의 이중계약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적극적으로 유도한 경우, 단순히 거래당사자가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행위를 묵과한 경우 등을 감안하여 벌칙을 정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중개업자에 대한 벌칙이 지나지게 무거울 경우에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당사자간 직거래를 유도하여 거래사고의 증가뿐만 아니라 중개업소를 거치는 거래라 하더라도 직거래방식으로 위장시켜 이중계약서의 작성에 대한 처벌은 피하려 할 것이고, 만일 법에 위반되더라도 시ㆍ군ㆍ구에 통보의무위반에 따른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거래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매매계약서의 검인을 비롯한 등기신청과정에서 허위로 실거래가를 작성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명확히 하지 않고서는 실거래가격 통보의무화제도의 실효성은 낮을 것이며, 중개업무의 변칙적인 처리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끝으로 토지종합정보망에 등록된 실거래가격의 기준 또는 거래정보의 공개에 따른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정보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공정한 거래질서의 확립이라는 본래 목적 달성이 어려워지고, 정보가 일반인에게 모두 공개될 경우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의한 실질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예외적인 사례들이 발견될 경우에 심사결정에 대한 공정성 및 신뢰성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3. 선결과제 및 결어
전국의 모든 부동산을 실거래가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단일화하는 기본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위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와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은 부동산중개업법의 개정은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적으로 현재의 공시지가, 과세시가표준액, 기준시가의 일원화가 달성되지 못한 원인인 세법 등 제반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토지본위의 공시지가제도와 집합건물을 위주로 결정되는 기준시가를 통합하여 토지와 지상건물을 일체로 평가ㆍ공시하는 부동산가격공시제도로 지가공시제도를 확대ㆍ개편하는 방법 등 현재의 과세기준을 먼저 일원화하는 제도마련이 있어야 한다.
둘째로 현재의 토지거래량수준으로는 아파트이외의 기타 부동산에 대한 실거래가격기준을 만드는 것은 역부족이다. 정부가 솔선수범하여 각 부처 및 지자체별로 시행되는 국공유지의 매각, 보상, 경매, 공매, 조성택지매각 및 매수와 관련된 공적인 부동산 거래정보를 집대성하여 실거래가격기준의 토대를 갖추어야 한다. 정부가 구축한 정보의 바탕위에 민간의 실거래가격이 보태지고 이 기초자료를 분석, 활용하여 3,087만 필지의 민유지에 대한 현실적인 거래가격기준을 부여하는 차후의 과제가 남게 된다.
셋째로 누구나 계약서의 검인신청을 하기 전에 실질심사의 가이드라인을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실질심사의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부동산의 자유로운 거래가 방해를 받으며, 미공개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소모적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게 된다.
끝으로 부동산중개업자는 감독관청의 지도감독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국가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계도자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므로 강력한 처벌을 위주로 한 입법보다는 성실한 업무수행자에 대한 자문위원으로의 위촉 등 참여동기를 유발시켜 부동산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토록 하여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입법예고된 부동산중개업법개정안중 실거래가격의 신고의무화는 정부가 먼저 현 제도의 미비점에 대한 정비계획안을 수립한 후 실행계획에 따라 민간의 참여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될 때까지 유보되어야 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민간에게만 강요된 정책은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고 또다시 10여년 후에 일원화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여 부동산정책의 답보상태를 계속 유지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황종현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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