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인세율 개정안 발의
8월 5일 법인세법 개정안이 58인의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되었다. 국내기업의 투자부진과 외국기업의 국내투자가 감소하고 있어 법인세율 인하를 통해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경제성장 및 경기활성화를 위해 이 개정안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에 대한 법인세율을 현행 15%에서 13%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1억원 초과에 대한 법인세율은 현행 27%에서 26%로 인하하는 안을 담고 있다.
이러한 세율인하가 국회에서 발의된 것은 비록 법인세를 폐지하고 법인세 세수 감소분만큼 정부지출을 감소시키는 것보다는 못하고 소폭에 그치고 있지만 법인세의 개정이 법인세 폐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의미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라 하겠다. 연일 보도되는 파업소식과는 다르게 이 개정안 발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신호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의미도 가지고 있어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와중에 듣게 된 반가운 소식이다.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러한 법인세율의 인하가 자본가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어서 조세정의에 어긋난다거나 혹은 이런 법인세율의 인하가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향후 4대 연금에 소요될 정부재정이 늘어날 것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건전 재정을 해친다는 이유를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법인세를 폐지하면서 아울러 법인소득세가 없어진 만큼 정부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정부지출의 갑작스런 감축의 어려움 때문에 힘들다면 지금처럼 조금씩 인하하면서 정부지출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그래서 법인소득세를 폐지하여야할 이유는 현실적 제약이 있을 때에는 법인소득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면서 정부지출을 줄여나가야 할 이유가 된다.
2. 법인소득세 폐지(인하)의 필요성
우리가 어떤 “회사”가 어떤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말하더라도 우리가 의미하는 것은 그 회사 경영자가 그런 결정을 했다는 뜻인 것처럼 “법인”의 소득이라는 것도 사실은 법인의 주주들의 소득을 달리 표현한 말이다. 따라서 법인소득세를 물게 하고 다시 배당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결국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법인의 주주들의 소득에 소득세를 물리고 다시 배당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물리는 이중과세의 문제를 야기한다. 이 문제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그래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통합하려고 노력해왔으며, 배당소득의 일정부분을 공제해 주어 이런 문제점을 완화하고자 하고 있다.
법인소득세는 사실 일반적 관념과 다르게 조세정의를 위해서도 폐지되어야한다. 법인소득세의 폐지가 조세정의에 어긋난다는 것도 잘못된 통념일 뿐이다. 첫째, “조세정의”라는 말을 똑같은 크기의 소득에 대해 똑같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사실 법인세는 불필요하게 이중과세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똑같은 크기의 소득에 대해 다른 세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 부과가 오히려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둘째, “조세정의”라는 말을 사회정의라는 애매한 개념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소득의 재분배’의 이상에 따른 누진적 과세를 의미한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법인세를 누가 어떻게 부담하게 될 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예컨대 어떤 상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면 그만큼 가격이 높아지고 소비자들은 높아진 세금만큼 더 비싼 물건을 종전보다는 덜 사게 되어 소비자잉여를 잃게 되므로 소비자들이 조세의 일부를 부담한다. 아울러 생산자들도 소비자들이 물건을 덜 구매하는 만큼 생산을 줄이게 되어 세금부과 이전에는 시장에 남아있었을 한계기업들도 도산하게 되고 우량기업들이 거두어들이는 이윤도 감소하므로 기업들도 조세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 보통이다. 담배 소비세를 높이더라도 흡연이 습관화된 애연가들은 담배값이 오르더라도 쉽게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경우에는 조세의 대부분을 부담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질수록 법인소득세의 부과에 따라 최종적인 부담을 지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주주가 아니라 국경을 넘나들기 힘든 노동자들에 귀착된다.
심지어 백번 양보해서 주주들에게만 부담이 귀착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소득이 보험, 연금, 및 투자은행에 저축되고 이것이 증시로 간접적으로 투자되면, 노동자들이 또한 간접적인 주주이므로 순효과가 어떻게 되는지도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법인소득세 인하에 따라 해외로부터의 직접투자가 초래할 노동에 대한 수요증가로 인한 고용과 임금인상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더욱더 복잡하다. OECD 국가들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여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며, 미국에서도 오닐재무장관이 법인세 폐지를 시도하려 했던 것도 이런 외국인 직접투자를 미국에 유치하려는 의도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중과세에 해당하는 법인소득세의 부과가 투자유인을 왜곡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중과세인 법인소득세를 부과하게 되면 일차적으로 투자 자체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비해 줄어든다. 부동산임대소득이나 이자소득은 한번만 과세되는 데 비해 이중과세된다면 주식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투자가 줄어들 뿐 아니라 투자에 있어서도 그 구성에 있어 차입에 의존하려는 유인이 더 커진다. 차입은 비용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재정건전화를 책임져야할 정부가 손쉽게 법인세 인하를 약속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소득세가 총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도의 경우 18.2%나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법인세의 대규모 인하 내지는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단계적인 시행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으며, 가능한 한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건전 재정의 필요성 그 자체는 단계적 인하의 필요성을 말할 수는 있지만 법인소득세를 인하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는 없다.
3. 결론: 경기활성화 기대
법인세의 인하의 이유가 단순히 경기를 자극하는 것이 되기보다는 보다 기본적으로는 의원들의 발의에서 나타난 것처럼 민영화 등을 통해 공공부문을 시장부문으로 대체해 나가는 보다 큰 개혁의 한 과정으로서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책을 실시할 때 그 타이밍 또한 중요하다. 지금은 이라크전쟁, 사스 등에 따른 전세계적 경기침체에다 북핵문제, 전국적 파업 등으로 투자심리마저 악화되어 있다. 마침 이 때 국회의원들이 이 법인소득세율 인하를 발의하였으므로 이것이 국내외 투자가들로부터 정부와 국회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는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실제로 투자가 늘어나 경기가 활성화된다면 더할 수 없이 좋을 것이다. 건전재정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감소할 것이다.
법인소득세 인하 혹은 폐지 주장에 대해 어떤 이들은 다른 나라도 법인소득세를 시행하고 있다든가 혹은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세율이 낮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 집보다 더 큰 옆집 아저씨가 무언가 좋은 것이 할 만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망설이고 있다고 해서 우리도 그 아저씨처럼 망설여야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의 여부이며, 정말 좋은 것이면 남보다 먼저 실천해 가야한다.
김이석(국제문제조사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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