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시험기간을 통해 배우는 시장 경제의 필요성

서진영 / 2024-11-20 / 조회: 200

우리 학교 최고 복지 중 하나는 바로 학생들을 위한 무료 학습 공간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책상과 편안한 의자, 좌석마다 설치된 콘센트 덕분에 우리 학교는 유료 스터디 카페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공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특히 모든 학습 공간은 학교 자체 앱과 연동되어 스마트폰 하나로 언제든지 좌석을 미리 예약할 수 있다. 이처럼 편리한 예약 시스템과 쾌적한 환경은 정말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높여 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시험기간만 되면 이 모든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바뀐다. 시험 기간에는 한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의 수가 학습 공간의 수를 훨씬 뛰어넘는다. 앱 상에는 분명히 빈자리가 없지만, 막상 학습실을 가보면 좌석들이 아예 텅 비어 있거나 가방만 놓아둔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학생들은 엄밀히 등록금을 내고 시설을 이용하는 “유료 고객” 이지만, 학습 공간과 같은 시설 이용 시에는 시장 경제의 원리가 배제돼 있다. 이러한 시장 경제의 부재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첫번째, 학생들은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의 자원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자원의 가치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시장경제에서는 가격이 곧 자원의 가치를 대표하기에 사람들은 돈을 내면서 자원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습 공간을 예약하는데 그 어떠한 추가적 경제적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 즉, 등록금과 별개로, 자리 예약 시 개개인은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된다. 자리 이용에 대한 비용 부담이 존재하지 않기에 학생들은 일단 필요하지 않아도 예약해보고 이제부터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이처럼 학습 공간과 같은 자원의 가치가 체감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분별한 미사용 예약은 빈번해진다. 대한 실질적 책임 또한 없어지고, 이는 결국 희소한 자원인 학습공간의 비효율적 사용으로 이어진다. 


두번째, 비효율적 자원의 배분은 결국 부정적인 사회적 및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자리를 예약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은 실수요자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예약된 자리들이 사용되지 않는 걸 더 많은 사람이 목격할수록 학생들은 불공정함을 느끼고, 불공정함은 곧 공동체 내 다양한 갈등을 유발한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바로 경제적 비용으로 전이된다. 불신 사회는 신뢰 사회보다 합의를 끌어내는데 더 큰 비용이 든다. 학생들은 예약 후 미사용과 같은 문제점들이 지속할수록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학교 측에 불만과 중재를 요청한다. 학교 측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관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약된 자리가 정말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인력 혹은 시스템 구축, 악용된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 시스템 및 인력은 결국 더 많은 관리 예산을 요구한다. 학교는 학습 공간으로 수익을 내지 않고, 예산은 한정돼 있기에 더 많은 운영비 증가는 바로 다른 복지나 학습 프로그램 운영비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만약 스터디 카페처럼 바로 결제해야 하는 비용이 존재했어도 사람들은 예약하고 사용을 안 했을까?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이 오히려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인간은 항상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기 마련이며, 경제는 인간의 이기심을 인지하고 조율해주는 장치 역할을 맡는다. 우리 삶 속에 다양한 경제 원리들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주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켜주고 있다. 만약에 학교의 학습 공간 예약 시스템에도 보증금과 같은 시장 경제 원리가 도입된다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수요가 한때 많이 증가하는 시험기간 같은 경우에는, 시장경제 원리 도입으로 불필요한 예약 때문에 생기는 다양한 사회적 및 갈등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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