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교육 고사 정책, 교육을 고사 시키다

김수철 / 2024-11-20 / 조회: 127

최근 교육계는 사교육과의 전쟁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사교육은 암시장이다.’ '사교육을 뿌리째 뽑아 버리자.’ 교육감 선거를 치를 때마다 들리는 과격한 구호들이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선거에 당선되기 위한 허울 뿐인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 사교육을 제한하기 위한 정책 입안 등 구체적 움직임으로 연결된다.


 주목할 점은 사교육을 향한 전방위적 비판 여론이다. 언론, 대중, 정부가 한목소리로 사교육이 교육 발전을 저해하는 병폐라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당사자인 학부모들조차 사교육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쉬이 동조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 우리 사회 분위기는 사교육을 적대시하고, 사교육을 극복하기 위해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사교육을 억제하자는 목소리들이 커질수록, 그에 상응하는 문제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사교육에 대한 반감을 유발하는 주장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간과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 사회가 시장 경제를 중심으로 지탱 되고,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이 체제를 바탕으로 기본적 생활을 영위한다는 점을 망각한 점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장 경제 체제에서는 개개인의 거래가 사회 전체에 효율적인 생산을 유발한다. 시장의 자유를 억누른 수많은 권위주의 국가들의 몰락을 증언해주는 경제사를 살펴만 봐도, 시장 경제를 선택하는 것이 국가의 풍요에 최대 관건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잘 작동하는 시장 경제에 국가가 나서서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자유로운 거래를 방해하고, 생산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정책적 패착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교육 활성화는 교육에서 파생된 상품을 대상으로 형성된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제 행위로 산출된 결과이다. 교육 수요자는 공교육에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사교육을 활용했고, 교육 공급자는 수요자들의 효용을 충족하기 위해 사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여타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과 근본 원리가 같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 경쟁이 벌어지고 가장 효용을 극대화하는 상품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문제는 사교육을 향한 작금의 날선 비난들이 시장을 무시하고 정부의 개입을 사교육 문제의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사교육 감축을 천명하며, 대입 전형을 수도 없이 변경하는가 하면, 수학능력시험을 EBS 교재에서 다수 출제하겠다는 관치 교육 행정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는 재앙이었다. 수많은 출판 업계가 문을 닫는 결과가 초래됐고, 오락가락 정책 탓에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특히 사교육의 원인으로 지목된 학업 부담을 덜겠다고 각종 마구잡이식 입학 전형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입학 전형의 다양한 요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학생들은 더욱 다양한 사교육에 의존하게 됐다.


이렇듯 시장을 무시한 정부의 과도한 교육 시장 개입은 여러 불합리한 상황을 초래해왔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교육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계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 따로 있다. 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다. 최근까지 조사된 학업성취도평가 기초 학력 미달 비율 추이는 교육계의 진정한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2012년 중3 기준 2.2%이던 미달 비율이 2018년 6.7%에 육박했고, 2022년에 10%를 돌파했다. 그 수치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그간 공교육에선 학생의 학습 능력 저하에 관한 질타 목소리에 학교는 공부가 아닌 인성을 키우는 장소라며 어물쩍 넘어가곤 했다. 공교육이 학력 저하에 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실정에서 지성을 키우는 장소로 사교육이 형성된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이다. 공교육계의 해명대로라면 인성은 학교, 지성은 사교육으로 분업 되는 것이 자연스레 교육의 효율을 키우는 방법이 된다.


사교육비가 점증하는 상황이 문제여서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설익은 교육 정책이 아니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를 통한 교육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이다. 교육 시장에서 소비자가 공교육을 선택하게끔 경쟁력을 키운다면 궁극적으로 교육비 절감, 효율적 교육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

 

정부의 교육 대책들은 주객이 전도됐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이 나라 동량을 키워내는 것이다. 사교육 잡겠다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만 생겼다.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가 됐고, 수많은 출판 업계는 도산했으며,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매년 기록 경신 중이다. 바야흐로 '정부실패’를 자인하고, 교육의 본질적 목표를 재 확립 해야 될 시기다. 정부는 교육 정책의 성패가 시장에 달려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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