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대한 정부개입: 만병의 해약(解藥)이 아닌 만병의 해악(害惡)!

우재린 / 2024-11-20 / 조회: 210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 만병의 해약이 아닌 만병의 해악!

-판소리 수궁가에서 배우는 정부규제의 문제점-


얼마 전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라는 곡이 큰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해당 곡의 앨범 '수궁가’에는 '범 내려온다’ 외에도 '약성가’라는 중독성 있는 노래가 존재한다. 약성가는 용왕이 병에 걸리자 도사가 용왕을 진맥하고, 침을 놓고 각종 약재를 처방하지만 결국 병세가 점점 위중해지기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판소리 대목에서는 도사가 용왕의 병의 원인이 주색잡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약으로 두꺼비 오줌이나 황금인분탕을 추천하는 등의 묘사를 통해 풍자와 해학의 의도를 담고 있다. 재밌는 점은 이 내용이 현재 우리 사회가 시장에 대해 가지는 잘못된 인식과 대한민국의 규제 현실을 풍자하는 데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시장경제에 대해 가진 오해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시장실패가 아닌 것을 시장실패라고 보는 오해’, '모든 시장실패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오해’, 그리고 '정부가 개입하면 시장실패가 해결될 것이라는 오해’ 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반만 맞는 말로, 시장에서는 종종 독점, 공공재, 외부성 등으로 인해 시장실패가 발생하긴 하나, 이것이 곧 정부개입의 당위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더불어 정부가 개입해도 오히려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낮아지는 정부실패 또한 존재하는 것이 실제 현실이다.


먼저 시장실패가 아닌 것을 시장실패로 보는 대표적인 오해로는 가짜 공공재가 있다. 우리는 공공재가 공익에 기여하는 재화라고 생각하지만, 공공재는 단지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 높은 독특한 성격의 재화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종종 공공재가 아닌 것을 공공재라고 하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급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가덕도 신공항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공항은 경합성과 배제성이 존재함에도 정부와 국회에서는 공항이 공공재라는 주장을 하며 예비타당성조사도 하지 않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항을 건설했다. 이렇듯 공공재라는 명목으로 엉뚱한 곳에 비용이 편익보다 큰 공항과 도로 등을 건설하는 것은 예산 낭비에 불과할 뿐이다. 설령 어떤 재화가 공공재라 하더라도 비용이 그 편익보다 크다면 공급해서는 안 된다. 


둘째로 모든 시장실패에 대해 정부개입이 필연적이라는 오해는 시장실패의 해결방안이 정부개입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낡은 사고방식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어, 외부성에 의한 시장실패의 경우, 전통적인 해결방식은 정부가 세금이나 보조금과 같은 직접적 규제로 내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즈의 정리를 바탕으로 정부가 시장에서 당사자 간의 거래비용을 줄이고, 각 당사자의 재산권적 권리를 명확히 정의함으로써 정부의 직접개입 없이도 시장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셋째, 정부개입으로 시장실패가 해결될 것이라는 오해는 정부개입이 상황을 악화시킨 여러 사례를 통해 풀 수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정부는 기업이 자유롭게 회계법인을 선임할 수 있었던 자유 선임제를 규제 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을 선임해야 하는 주기적 지정감사제로 변경했다. 하지만 명목상으로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하고자 만든 이 제도는 감사 품질 향상은 크게 늘리지 못하고 오히려 감사 보수와 시간만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부작용만 낳았다. 이와 유사하게 통신사 과점으로 인한 시장실패를 개선하고, 소비자 편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통법도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줄이고, 단말기 구매 부담을 늘리는 역효과를 만들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정부개입과 규제 도입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개입은 반드시 그 편익이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보다 큰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정부개입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규제이다.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규제가 사회에 가져오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최근 30년 만에 완화된 남산 고도제한 규제는 막대한 규제비용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과거 명동의 일부 지역에서는 남산 경관을 보호하고자 건물 층수를 제한하는 규제가 존재했다. 그러나 이후 제한 구역 이외에서 고층건물이 들어서면서 보호하고자 한 남산 경관은 이미 가려졌지만 낡은 규제로 인해 건물의 층수를 높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후 해당 규제가 완화되며 기존 5층에서 최대 15층까지 건물을 높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때 해당 규제의 비용은 바로 잃어버린 10층의 가치인 것이다. 명동의 땅값을 생각하면 잃어버린 10층의 경제적 가치는 수십억에 이를 것이고, 해당 공간의 사용가치가 수십 년 동안 실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규제 하나의 비용이 그 편익에 비해 대단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성가의 마지막 가사는 다음과 같다. “신궐 단전 곤륜을 주고 족태음비경 삼음교 음릉천을 주어 보되 아무리 약과 침구를 쓰되 병세 점점 위중터라.” 도사가 용왕의 병세에 대해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하니 온갖 방도에도 상태가 더 악화하듯이, 정부가 시장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고 불필요한 개입을 하게 되면 시장은 더욱 왜곡되고 사회총후생은 줄기만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의 자정 기능을 믿되 규제가 불가피한 경우, 도입 이전 철저한 규제영향분석을 통해 규제비용과 편익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존의 잘못된 규제들에 대해서도 강력한 개혁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경제 시민으로서 우리는 정부의 시장개입과 규제 도입에 대해서 정부가 발표한 피상적 목적을 넘어 그것이 가져올 실제 결과를 예측해 숨겨진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정부를 감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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