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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희망’이라고?

Peter Jacobsen / 2021-09-27 / 조회: 554


cfe_해외칼럼_21-55.pdf


최근 CNBC사에서 내놓은 기사 하나가 이목을 끌었다. 이 글의 요지는 "물가가 오를수록 임금도 같이 오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이로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CNBC사의 공식 트위터는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희망(silver lining)"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사람들의 흔한 몰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주장은 물론 사람들을 오도하지만, 그렇다고 일말의 진실도 담겨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말의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명목임금과 실질임금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직관적으로 말하자면 명목임금이란 우리들의 통장에 찍히는 숫자 그 자체에 불과하고, 실질임금은 그 숫자가 얼마만큼의 실질적인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플레이션은 명목임금을 높일 수 있지만, 이는 기실 실질임금과 부()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명목임금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임금이 오르는 것이 생각만큼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기 위해, 한 철물점을 예로 들어보자.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이나 방역 조치들이 차례차례 거둬지면, 소비가 진작되기 시작하면서 먼지만 쌓이던 건축 자재들이 팔리기 시작하고 철물점의 진열대는 점점 가벼워질 것이다. 경제가 본 궤도로 복귀하면 연준이 찍어낸 달러의 소비 진작 효과가 크게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열대에서 상품들이 증발해버리는 일에 대처하기 위해 상점들은 몇가지 조치를 취하게 된다. 먼저 건축 자재들이 품절되어 판매할 상품이 없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철물점은 상품의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둘째, 매대에 상품을 재진열하고 비싸진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직원들을 (재)고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고용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시급 8달러의 일자리 몇 개를 이미 공고한 상태라고 하자. 진열대는 점차 듬성듬성해지면서 상품들을 빠르게 재진열해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해지기 시작한다. 이 때, 무엇이 이 일자리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 단연 시급을—예컨대 10달러로—올리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노동자의 관점에서 그리 나쁜 일은 아닌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CNBC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생각을 좀 더 진전시켜야 한다.


'돈의 착시' 그리고 실질임금


사람들은 지폐 위의 숫자 자체를 중시하는게 아니다. 간단한 질문 하나면 이해가 갈 것이다. 시급을 15달러 주는 일자리가 있고 16원 주는 일자리가 있다고 하자. 어떤 일자리를 택할 것인가. 모두가 15달러를 주는 일자리를 선택할 것이다. 16이 15보다 숫자가 커도, 우리는 15달러가 16원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실질적인 재화나 서비스를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예시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임금의 액수 자체'가 아니라 '그 임금이 얼마만큼의 편익으로 교환될 수 있는지'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개념이 바로 실질임금이다. 당신이 임금의 액수가 더 큰 일자리를 제안받았는데 그 임금으로 현재나 미래에 살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가 오히려 적다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다시 철물점의 예시로 돌아오자. 코로나 방역 규제가 도입되기 전 당신이 철물점에서 시급 8000원을 받고 일하고, 한 달에 20만원 어치 장을 봐야 한다면, 당신이 장을 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은 25시간이다. 그러다가 철물점에서 당신의 시급을 만원으로 올려주었다고 하자. 그런데 이제 장을 보려면 25만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에도 당신은 이전과 같이 장을 보기 위해서는 25시간을 일해야 한다. 명목임금은 늘었지만 실질임금은 그대로인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노동자의 처지가 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른바 '돈의 착시(Money Illusion)'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돈을 복지(well-being)와 동일시 하는 오류다.


뿐만 아니다. CNBC사의 해당 기사도 인정하듯 명목임금의 상승은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보다 뒤늦게 나타난다. 이는 즉슨 당신이 어느 기간 동안은 8000원의 시급으로 25만원 어치의 장바구니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확히 같은 양의 장을 보기 위해 31시간을 초과로 일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따로 저축해둔 돈은 또 어쩔건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저축한 돈이 평가절하되어 같은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재가 줄게 된다. 여기서 보듯 인플레이션에 따른 명목임금 상승은 노동자의 복지를 개선시키기는 커녕 그들의 형편을 악화시킨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절대적으로 저소득층과 빈곤층에 더 불리하게 작용한다. 고소득층과 부유층에 비해 금융 수단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은 투자 수단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자신들의 저축이 평가절하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 각종 투자처를 통해 자신의 자산 가치를 보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시간이나, 정보, 가용자산 등 모든 측면에서 압도적 열위에 있다. 때문에 이들의 저축은 인플레이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질임금 하락으로 피해를 본 이들을 두 번 죽이는 셈이다.



본 내용은 아래 기사 및 칼럼 내용을 요약 번역한 내용입니다.

Peter Jacobsen, No. Higher Wages Aren’t a 'Silver Lining’ of Inflation, 9 July, 2021

출처: https://fee.org/articles/no-higher-nominal-wages-aren-t-a-silver-lining-of-inflation/

번역: 조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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