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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의 국제정치: 이라크와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이춘근 / 2005-01-03 / 조회: 4,579

1. 들어가는 말


언제라도 한해를 마치면서 多事多難 했던 한해였다고 말하지 않는 경우란 없었다. 또한 한해를 새로 시작하면서 그 한해가 평화롭고, 행복한 한해가 되기를 기원하지 않은 적도 없었다. 아주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해들과 비교할 경우 2004년은 평화롭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비교적 조용한 한해였다. 물론 2004년 연말 서남아시아에서 발발한 지진과 해일은 2005년을 우울한 가운데 맞이하도록 했지만, 지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발한 전쟁 및 분쟁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고, 전쟁터에서 숨져가는 군인 및 민간인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었다. 미국의 Fox TV News는 2004년은 전쟁터에서 희생되는 인명피해가 감소했다는 사실 외에도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났고, 더 많은 나라 시민들이 자유스럽게 되는 등 희망적인 일도 많았던 해 임을 보도하고 있다.

물론 자료를 어떤 측면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통계 수치들만을 살펴보면 세상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1990년대 동안 세계방방 곡곡에서 년 평균 50건 이상의 주요 국제분쟁(UN은 1년에 전투인명 피해 1,000명 이상이 발생한 사건을 주요 분쟁 Major War 라고 정의한다) 이 발발했었는데 2000년 이후 분쟁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불과 15개 정도의 국제분쟁이 지속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건수와 더불어 인명 피해도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테러와의 전쟁은 발생하는 인명 피해에 비해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긴장도가 대단히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직접 전투 현장이 아닌 곳이라 할지라도 테러의 공포는 만성적이고 항상 불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2005년은 미국이 그 동안 주도해 온 국제적 차원의 반 테러전쟁이 다시 본격적으로 전개 될 해가 될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2001년 9월 이후 지속된 반 테러전쟁은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피크에 올랐다가 2004년 한 해 동안은 소강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2004년 한 해 동안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는 와중에 있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 테러전쟁을 수행할 수도 없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라크 주둔 미군은 적극적인 공세작전을 전개했고 그 결과 2004년 11월은 미군의 인명 피해 측면에서 보았을 때 2003년 3월20일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달로 기록되게 되었다.

2005년 미국의 대 테러전쟁 전략의 주요 대상이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그동안 미국은 이라크 문제에 집중하느라 북한 핵문제에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를 점진적으로 이라크화 하면서 북한 문제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본 국제이슈 해설은 이라크와 북한 문제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2. 이라크 문제


우선 1월 30일 이라크 총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2004년 행해진 대통령 선거가 성공한 것처럼 -부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선거를 5000년 역사상 처음 실시된 선거라고 자평 한다 -이라크의 성공적인 선거를 기대하고 있다. 선거를 한달 앞둔 2004년 연말 현재,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등록을 한 정당 및 단체가 80개 이상이며, 후보 등록을 마친 사람들도 7,000명에 이르고 있다. 이라크 국민 대부분의 열정은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데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지표들이다. 이들 중 275명이 이라크의 임시 국회(Transitional National Assembly) 의원으로 선출 될 예정이다. 국회뿐 아니라 지방 의회의 의원들도 함께 선출 될 것이다. 새로이 형성될 국회는 이라크 헌법을 제정 할 것이며 2005년 10월 신 헌법은 이라크 국민들의 인준(ratification)을 받을 예정이다. 국민의 인준을 받을 경우 금년 12월 이라크 시민들은 민주적이며 새로운 이라크 정부를 구성하게 되며 2006년 이라크 정식 정부가 출범할 예정이다.

물론 선거 이후 이라크가 자동적으로 안정된 사회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이후 반대세력의 무력저항이 감소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파인 수니파(아랍계 수니파는 이라크 인구의 약 15% 내외임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이 속한 종파로서 수 십 년 동안 이라크의 정권을 독점 했었다)의 반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라크 국민의 다수는 후세인 정권을 대체할 새로운 정권을 선호하고 있으며, 선거를 통한 의회의 구성은 주로 과거 후세인 추종 세력들과 외국에서 유입된 테러리스트들로 구성된 반란 세력의 입지를 더욱 약화 시키게 될 것이다.

미국은 2003년 3월 19일 이라크 전쟁을 시작 한 이후 후세인이 축출되고 이라크 주요 도시들을 미국이 장악할 때까지의 작전을 주요전투 작전(Major Combat Operation)이라 명명 했고 2003년 5월 1일 주요 전투 작전을 종결한다고 선언한 바 있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의 '종료’와 '승리’를 선언 했던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미국은 주요전투종결 선언 직후인 2003년 5월 15일부터 시작된 플래닛 X 작전(Operation Planet X) 으로부터 2004년 11월 23일 시작되어 현재 진행 중인 플리머스 바위 작전(Operation Plymouth Rock)에 이르기까지 거의 120개의 군소 군사작전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이 작전들은 총괄적으로 이라크 평정작전(Iraqi Pacification Operation)이라 불린다.

2004년 6월 하순 이라크 임시정부로 권력이 이양 된 이후 이라크의 분쟁은 후세인을 추종하던 세력이 새로이 구성된 이라크 임시 정부에 대항하는 싸움이었다. 이라크 반군의 공격 대상은 미군이기 보다는 새로 구성된 이라크 방위군 이었고 미군은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하는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주요 전투 작전이 끝난 직후 미국은 후세인의 이라크 군사력을 해체했다. 후세인의 이라크 군을 해체한 미국은 곧 이라크군의 국내 및 국제 안보를 담당할 무장력의 재편을 시작 했다. 2003년 98,700명의 이라크인 병력이 확보 되었고 2004년 10월까지 181,000명에 이르는 이라크인 경찰 및 군사력이 건설 되었다. 물론 미국이 애초에 목표로 삼았던 수준에는 미달되지만 이라크의 현 임시정부는 양적으로는 미군 주둔군 총 병력수를 능가하는 규모의 이라크 안보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후세인을 추종하며 외부 테러리스트의 지원을 받는 반란군의 숫자는 적게는 10,000명 많게는 20,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라크 문제는 2005년 1월 선거를 고비로 평정화의 과정이 더욱 빠르게 진행 될 것으로 예측 된다.



3. 미국의 북한 문제 인식


이라크 문제와 북한 문제는 모두 9.11 이후 급격히 변화한 미국인의 세계관에서 도출된 국제이슈들이다. 여객기를 탈취한 테러리스트들이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 워싱턴의 국방성 빌딩을 공격, 순식간에 3000명 이상의 인명을 살해 했다는 황당한 현실과 그 같은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기 위해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한 돈은 탱크 한대 가격에도 미달한다는 놀라운 사실 아래 미국은 기왕의 군사 전략을 통째로 바꾸어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적에 대한 개념 규정이 달라졌고 이들에게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이처럼 완전히 달라진 미국의 전략적 맥락을 이해하지 않는 한 북한 문제의 본질을 알기 어렵다.

미국은 9.11 테러이후 이란 개념을 다시 규정 했고 이라크, 이란, 북한 등 3개국을 악의 축 으로 지목했다. 이들 세 나라가 미국의 대테러전쟁 제 2 단계의 표적으로 설정 된 보다 원천적인 이유는 이 세 나라가 대량파괴무기를 개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이기보다는 이 세 나라가 전통적으로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라는 사실에서 연원한다. 미국이 문제 삼는 것은 이 나라들이 개발, 보유하려는 대량파괴무기 그 자체이기 보다는 테러를 지원하는 이 나라들의 정권 그 자체다. 테러전쟁에 임하는 미국의 전략 목표는 표적국의 무장해제이기보다는 표적국의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그것도 표적국이 공격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선제공격 하겠다는 것이 9.11 이후 달라진 전략이고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이 같은 전략과 정책이 한 동안 지속될 것임을 명확히 해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 재선이후 부시 행정부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론가들의 언급은 향후 미국의 대 북한 정책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된다. 2004년 11월 22일 워싱턴의 정가와 언론인들에게 배포된 성명서에서 미국 네오콘의 대표적 이론가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 스탠다드 편집인은 “부시 대통령 2기 임기의 최대 과제중 하나는 북한 정권의 문제다” 고 언급하고 있으며 2004년 11월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연구소의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박사는 “북한 핵문제는 바로 북한 정권의 문제다. 정권을 바꾸어야 해결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인식하는 북한의 문제는 북한 “핵” 문제이기 보다 북한 “정권”의 문제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4. 북한의 현황


북한은 이미 국민들을 제대로 먹이고 입힐 수 없는 체제임이 증명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은 체제를 변형시키기 보다는 문제점의 원천을 외세에서 찾았다. 미국을 위시한 제국주의, 자본주의 세력 때문에 북한이 헐벗고 굶주린다는 것이다. 2005년도 북한의 신년 공동 사설에서도 이 사실은 다시 반복해서 강조되고 있다. 결국 북한은 군대를 더욱 강력히 건설해야 하며, 군이 모든 것에 우선하며(先軍), 사회주의를 더욱 강력하게 건설해야 한다는 구호를 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2005년 북한 신년 공동사설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수뇌부에 모종의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떠도는 풍문 수준을 넘고 있다.(국제이슈해설 2004년 11월 30일자, “김정일 정권은 흔들리고 있는가?” 참조) 북한이 경제 파탄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제 발전과 관계가 없는 '先軍’을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것 역시 체제의 안정이 불안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일 뿐이다.

특히 가족 성원들의 사망과 갈등은 북한 체제의 지속성에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북한 정치체제는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족벌체제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으며 족벌체제는 가족 및 친족 성원의 병들고 늙어감에 따라, 혹은 그들 간의 갈등에 의해 와해되기 마련이다. 작년 10월 26일 서울을 방문했던 콜린 파원 미 국무장관은 한국 통일부 장관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측근을 잃은 것 같다. 상황이 어떠냐?” 고 물었다고 한다. 얼마 후 일본 NHK는 오극렬 작전 부장의 아들 (오세욱, 43세) 이 미국으로 망명 했다고 발표 했다.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이 숙청 되었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 되었다. 김정일의 부인 고영희의 사망도 확인 되었으며 이는 김정일 후계 구도에 문제가 생겼음을 말해 주는 사건이다.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과 고영희의 아들 김정철 사이에 후계 구도를 두고 갈등이 있으리라는 사실은 민주주의 체제가 아닌 어떤 경우에도 상식적으로 추리할 수 있는 문제다. 김용순의 사망, 조명록 차수의 재 북경 와병설, 연형묵의 재 모스크바 와병설 등은 북한 정권의 지구력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첩보 자료들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현재 김일성과 함께 붙어있던 김정일의 사진이 떼어진 데 대해서도 일관성 있는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김정일에 항거하는 각종 삐라가 나도는가 하면 주민들이 대 놓고 체제를 비판한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북한의 정치 안정 문제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문제 이지만, 북한 경제가 어려웠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잘 알려진 일이다. 북한 내부의 경제 문제는 물론 특히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이미 9.11 이후 북한으로 유입되는 불법적인 외화 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래리 워츨 박사의 미 의회 증언에 의하면 북한은 2000년 현재 정상적인 무역을 통해 약 6억 50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고, 마약판매를 통해서는 약 5-10억 달러, 미사일등 무기 판매를 통해서는 약 6억불 정도의 외화를 벌고 있었다. 9.11 이후 북한은 마약판매 및 무기 판매를 철저히 차단당하고 있으며 그 결과 경제적으로 엄청난 궁핍 상태에 들어갔음이 확실하다. 미국 주도하에 세계의 주요국 20개국이 참가하여 해군력을 동원, 북한의 선박을 차단하는 PSI가 이미 2003년 여름 이후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아무리 대남 공조와 경협을 이야기 한다 해도 국제사회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는 한 북한 경제가 회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2005년에 북한을 향해 본격적으로 시행 될 또 하나의 압박작전은 작년 10월 미국에서 통과된 북한 인권에 관한 법안에서 유래한다. 미국은 이라크의 경우와 달리 북한을 경제, 인권 문제 등 여러 방면에서 압박하는 작전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 같은 방안을 정권변화에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5. 한국의 대안


북한의 정치 변동은 한반도의 통일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의 정치 변동 기회를 이용, 북한을 티베트처럼 만들려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 이미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이 과정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느낀 미국은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던 말 던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 문제의 해결 그 자체’ 만을 목표로 할지도 모른다.
부시 행정부 제 2 기의 미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야 말 것이다. 2005년은 바로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정책을 실시하는 첫 해가 될 것이다. 미국의 대 북한 정책에 대해 중국과 일본은 모두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외교적, 전략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 하는 일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바로 우리들이 담당해야 할 몫일 것이다.


이춘근 / 政博,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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