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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과 安保불안: 분석과 대책

홍관희 / 2004-08-02 / 조회: 3,641

1. 들어가는 글


예상되긴 했지만 비무장지대로부터의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가 보다 빠르고 규모도 크게 진행되고 있다. 2004년 5월 17일 미국이 주한미군 지상군 병력 3천 6백명(미2사단 2연대 병력)을 이라크로 차출하기로 결정하고, 이어 6월 8일에는 당초 2006~2007년경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미2사단 지상군 감축을 2005년말까지 1만2천5백명(언급된 3천 6백명 포함) 감축하기로 발표하였다. 이어 며칠 전에는 상기 언급된 비무장지대 주둔 2사단 지상군 병력 외에, 전차·자주포 등 막강한 화력을 보유한 포병연대도 차출하고 있음이 밝혀졌으며, 심지어 이라크전에 소요되지 않은 미8군 소속 일부 주력부대도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무장지대 안보공백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 내지 재배치하는 배경으로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 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이 일반적으로 거론되어왔으나, 실제로 예상보다 과감하고 신속한 미국의 결정과 실행의 배경에는 한국내 반미감정의 확산과 대북정책을 두고 벌어진 한·미 양국간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논란이 되어 온 용산기지 이전 문제는 2004년 7월 22~23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10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회의에서 가까스로 타결됨으로써, 평택·오산 지역으로의 기지 이전이 확정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경제불안과 침체를 우려하나, 기실 경제침체 이면에 안보불안이 있고, 안보불안의 배경에는 앞서 언급된 주한미군의 감축과 후방 재배치, 그에 따른 안보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자주국방 전력의 증강여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한반도의 두통거리인 북한의 핵개발 문제는 지난 6월말 북경에서 열린 제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새로운 '포괄적 협상안’을 제시,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일말의 희망을 갖게 했으나, 후속적으로 보도되는 북한의 강경한 태도는 이러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하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고, 대선을 앞둔 시기 특히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가 이루어지는 동북아 안보정세의 전환기에 북한의 모험적 도발을 견제하기 위해, 지금 미국의 대규모 항모전단이 서태평양에 집결 중이다.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국가의 안보를 확고히 함으로써 경제, 사회 등 분야의 안정되고 지속적인 발전을 기하여야 함에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해 보인다. 이 글에서는 최근 전개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의 배경, 안보에의 영향, 안보불안 우려, 안보공백 보완대책 등을 기술해보고자 한다.



2.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의 배경


(1)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


일반적으로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의 배경으로 미국의 「해외주둔 재배치계획(GPR: 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이 거론된다. GPR은 2003년 11월 25일 공식 발표되었으나, 그 연원으로서는 2002년 9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Th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내용은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위협 제거, 필요시 단독 또는 선제공격 가능, 그리고 이를 위한 反테러 국제연대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변화된 안보전략개념의 바탕 위에, 부시행정부는 대규모 거점 주둔군을 중심으로 했던 종래의 방위개념을 수정하여, 전력배치를 다변화하고, 신속성과 기동력을 확보하여, 필요시 적재적소에 첨단 군사력과 기동력을 갖춘 병력을 신속히 투입하는 '신속결전(rapid decisive operation)’ 개념의 방위전략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전략변화의 대강(大綱)에 따라, 미국은 앞서 언급한 주한미군 1만2천5백명과 주독미군 3만명의 철수를 추진하고, 대신 호주, 베트남, 터키 등으로 주요 전력배치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이한 점은 주일미군은 오히려 강화하고 그 지위도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주한미군 사령관의 지위는 4성 장군에서 3성 장군으로 낮아진 반면, 주일미군 사령관은 4성 장군이 부임하게 되었다. 아울러 주일미군이 태평양에서의 주요 작전기지(MOB: Major Operating Base)의 역할을 하게 되고, 주한미군은 일종의 전초부대 역할을 맡게 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논쟁과 한반도 안보우려에 대해, 미국의 감축조치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이나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의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미국의 이러한 주한미군 재배치 조치가 9·11 이후 군의 신속성과 기동화 추진이라는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변화의 맥락에서 이해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과연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작업 이면(裏面)에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상의 어떤 기본적인 변화가 있는지, 특히 비무장지대에서 지상군을 신속히 철수하는 미국의 실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혹과 우려가 크게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태추이를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2) 한국내의 反美감정 문제


세계에 있어서의 미국의 역할과 위상, 그리고 '한반도에서 미국은 무엇인가?’ 하는 논제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른 바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과 맞물리면서,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 감축 등과 같은 현안문제와 연계되어 많은 사회적 논쟁을 유발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은 미국의 대한반도정책 기저(基底)에, 동북아에서의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하고 한국이 자유체제 수호의 최전선이라는 개념하에 한국의 수호를 결정하고 실행해왔다는 것인데, 이런 점이 전반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있음은 많은 자유·우파 인사들이 우려하고 지적해 온 바와 같다.


공산주의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붕괴한 이후, 한국사회에서는 “탈냉전”이라는 섣부른 현실 판단에 의거,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김정일 정권과의 화해·협력을 주창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왔는 바, 이런 가운데에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여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주한미군의 주요한 임무로 선정되어 왔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해서 이미 수십년전부터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문제가 거론되어왔음에도,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론 선에서만 머무를 뿐, 실제로 약간의 부분철수 이외에 주한미군의 대규모 핵심전력이 감축 또는 철수가 실행되지 않은 이유는 바로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화약고” 중의 하나로, 한국을 수호하는 것이 미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정책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난 5월 한국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비무장지대 주둔 미2사단 지상군 병력의 이라크 차출 결정은 미국 조야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파격적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신속하고 과감한 주한미군 감축 결정에 한국 내 점증하는 반미감정의 확산에 그 원인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내 반미감정 확산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미군은 원하지 않는 곳에 주둔하지 않는다”는 미고위층의 언급 속에 함축적으로 요약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한반도에 주둔하며, 우리의 뜻에 상관없이 미국은 떠나고 싶으면 떠날 것이고, 머물고 싶으면 머물 것’이라는 한국사회 일부의 판단은 잘못된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3)북한에 대한 인식 차이 


한국내 반미감정 확대와 맞물려,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의 신속한 결정과 실행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인식 차이이다. 요약하면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하는가? 구체적으로 김정일 정권은 한미양국에게 적대세력인가 우호세력인가? 하는 것이 양국 동맹관계의 핵심 사안이다. 곧 한미동맹의 핵심에 “북한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2004년 6월 발간된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 보고서는 “한국내에서 북한에 대한 공포를 찾아볼 수 없다” “더 이상 공산주의가 한미양국을 결합시키는 원칙이 아니라면, 주한미군 주둔의 의미에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고, 양국동맹은 공동의 위협인식의 부재로 흔들릴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윌리암 페리 국방장관도 “한국정부가 북핵 위기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경고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에서 “한미양국은 함께하고 있지 않다(are not together)”라고 언급(2004년 6월)한 것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한미 양국동맹의 핵심임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앞서 언급한 한미양국간 인식 차이를 가져오는 중요한 현안 잇슈임에 틀림없다. 북핵위기가 얼마나 위협적이며, 한반도에 얼마나 위험한 재앙을 가져 올 수 있는 잠재적으로 폭발성있는 잇슈인가를 자각해야 함에도, 일부 국민들이 “북한이 같은 동포인 남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남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거나, 일부 정치지도자들이 “미국이 별 위협이 아닌 북핵 문제를 과장하여, 대북 강경정책의 구실로 삼으려 하고 있다”는 식의 판단을 하는 오늘의 현실이 양국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양국간 기본인식 차이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용미론(用美論)이나 한미동맹으로부터의 현실적 이익론 등도 마치 '친구를 좋아하지 않으나, 이익 때문에 그 친구를 사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식으로 미국에 이해됨으로써, 결코 양국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공동의 가치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양국간 기본인식 차이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대한반도정책 기조(基調)를 바꿀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곧 미국이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과의 상의 없이 독자적인 결정과 행동을 취하게 되는 것이 예상되고 있고, 이미 미국은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케리가, 본인이 당선될 경우 “북한과 단독협상을 시작”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면서, 심지어 북한과의 단독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유인하는 방안으로 한반도에서의 재래식 군사력 감축은 물론, 1953년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문제와 함께 남북한의 통일문제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바로 이러한 미국의 새로운 대한반도정책 기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울러, 이라크 추가파병의 지체와 한국에서 일고 있는 친중(親中) 분위기도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이 진정한 동맹국인가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혹 미국이 북한이나 중국과 갈등을 빚거나 대치하는 경우에, 한국이 과연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가 하는 근본문제를 제기하게 하는 사안들이다.



3. 용산기지 이전 문제


한미연합사령부, UN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는 용산기지 이전 문제도 구태어 한강이남 곧 평택·오산 지역으로 이전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안인데, 사소한 문제로 결국 국가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르는 「이전(移轉)」으로 종결짓게 된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용산기지 81만평을 사용하는 미국측이 28만평을 요구한 데 대해 우리정부가 17만평을 제시함으로써, 결국 11만평의 차이 때문에 기지이전 협상이 결렬되어 이전이 확정된 것이다. 평택·오산 지역으로의 이전에 있어서도, 미국은 360만평을 요구한데 대해, 우리측은 330만평을 제시하여 결국 30만평의 부지 때문에 협상이 난항을 겪다가, 이번 제10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에서 349만평으로 낙착됨으로써, 가까스로 결렬위기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08년까지 용산기지는 평택·오산 지역으로 완전 이전하게 되었으며, 연합사, UN사, 주한미군사령부는 2007년까지 이전을 완료하게 된다.


한반도에서 남북간 군사균형이 주한미군의 존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불과 몇십만평의 부지 정도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주었어야 하리라고 믿어진다. 불과 몇십만평의 부지 때문에 수십조원의 안보(安保) 보완비용이 지불되어야 하고, 아울러 주한미군 기지의 철수로 인해 나타나는 경제적 손실과 고용(雇用)상의 마이너스 효과는 쉽게 추정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이번 제10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 합의를 통해 9개 기지로부터 5천1백여만평을 반환받게 되었다고는 하나, 춘천, 원주 등 강원도 지역의 미군기지가 대부분 유사시 중부·동부 전선에서의 항공 지원 및 기갑 대응전력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기계화 병력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체전력을 우리 힘으로 건설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에 부딪치게 되었다. 일부 시민단체의 무책임한 反美선동과 지역주민의 이기적 태도는 이런 점에서 자제되고 지양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4. 주한미군 감축과 한국의 안보


과연 주한미군의 감축이 한국의 국가안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먼저, 미국의 확고한 對韓안보공약에 비추어, 북한이 쉽사리 남한 공격에 나서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이 한국의 안보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있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이 결정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평가도 이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 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북한의 재정·경제상황이 최근 수년간 외부 특히 남한으로부터의 대규모 물적지원에 힘입어 크게 호전되어왔다는 사실을 고려에 넣지 않은 것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미사일 공격력, 생화학무기 보유, 특수부대, 휴전선 북방의 장사포 위협 등을 감안할 때, 이들 북한의 위협에 대처함에 있어 크게 기여해 온 비무장지대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이 한국의 방위능력에 심대한 손상을 가져 올 것이란 것은 분명하다. 예컨대, 주한미군이 비무장지대로부터 철수시킬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포병여단 소속의 '다연장로켓(MLRS)’ 대대만 해도, 북한의 장사포 공격에 대응하는데 필수적인 화력이다.


덧붙여, 현재 한국사회는 대한민국 국체(國體), 근·현대사, 그리고 세계관에 이르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하여 전례없는 상호대립·갈등 곧 국론분열 현상을 겪고 있다. 역사상 그 어느 정치단위도 내부분열을 안고 외적과 싸워 승리한 전례가 없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제 주한미군 감축이 한국안보에 주는 전략적 영향과 함의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으며, 그 대체전력 마련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우선 국방비 증액은 불가피하며, 국방비의 조기투자, 조기예산 집행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홍관희 / 통일연구원 평화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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