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의 북핵 정책과 북한의 도전

홍관희 / 2004-11-16 / 조회: 4,139

부시대통령은 김정일이 지배하는 북한을 “악의 축(an axis of evil)”이라 불렀다. 부시대통령이 김정일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김정일 이름만 들어도 오장육부가 뒤집어진다…”(www.chogabje.com No. 5063)는 그의 표현에 잘 나타나 있다. 부시대통령은 때때로 가까운 외국의 원수 성명이나 외국 지명의 알파벳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만큼, 세련되어 있지 못하다는 평을 듣지만, 선과 악,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매우 정확하고 단순하여, 이 점이 사람들로부터의 매력 포인트가 되고, 또한 미국국민들의 존경을 받는다. 세계를 이끌어가는데 을 구별하는 능력 보다 더 중요한 덕목은 없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까닭에, 미국국민들은 숱한 여론조사 예상을 뒤엎고 지난 2000년 때보다 훨씬 높은 압도적 지지율로서, 2004 大選에서 부시대통령을 다시 선택하였다. 


김정일이 통치하는 북한체제는 그동안 핵무기 개발과 인권 탄압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지탄을 받아왔다. 북한은 대선 기간중 6자회담을 이리저리 회피하며 시간을 버는 한편, 혹 민주당의 케리 후보가 당선되기를 고대하였다. 그리하여, 케리가 당선될 경우 새로운 미·북 양자관계를 정립함으로써, 지난 1994년 때와 마찬가지로, 한편으로는 핵위협을 통한 “벼랑끝전술(brinkmanship)”을, 다른 한편으로는 핵무기를 지렛대로 미·북 불가침조약과 한반도 평화협정 및 주한미군 철수 등 한반도 안전의 핵심 사안들을 북한에 유리하게 일괄 타결지으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에 의해, 이러한 김정일의 계산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한 준비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세계적 규모의 테러 전쟁을 수행 중이다. 반테러 전쟁의 대상은 분명히 설정되어 있다. 곧 테러리스트들(개인, 단체, 또는 국가), 대량살상무기, 대량살상무기와 테러와의 연계, 테러국가를 지원하거나 비호하는 세력 등이 그 대상이다.


북한은 오랜 기록상 테러의 행위자였고, 테러행위와 밀접한 연계를 형성하였으며, 또한 테러를 지원하고 비호하여 왔다. 이는 세계가 주지하는 바이다. 그리하여 미국은 1988년 이후 매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여,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개발 국가이고, 대량살상무기의 테러 지원 측면에서 현재 가장 경계 대상이고 위험시 되고 있는 정치집단이다. 최근 대량살상무기의 국외 이전 가능성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북한의 WMD 제3국 이전을 주목하고,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등으로 이에 강력 대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의 재선은 미국의 일관되고 원칙있는 북핵 대응을 한층 가능케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교체기에 발생하는 정책검토 기간(대체로 6개월)도 불필요하다. 지금까지 수행해 온 대북정책의 기조하에 단지 최근 발생한 동북아 및 세계정세 변화를 감안하여, 적실성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의 재선을 계기로 2기 부시행정부의 북핵정책과 북한의 대응 및 전반적인 안보정세를 고찰해보기로 한다.


1. 부시 행정부의 북핵정책: 목표와 딜레마


미국의 북핵 정책 목표는 간단하고도 확고하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불용(不容)하는 것이다. 이는 공화-민주 양당간 차이가 없다. 클린턴행정부가 1994년 북한 선제공격을 계획했다가 '제네바핵합의’를 통해 북한과 일괄타결을 성사시키는 정반대의 정책방향으로 선회한 것도 북핵 저지 정책의 일환이다. 미국이 북핵을 결단코 저지하려는 것은 북한의 체제성격상,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동북아의 안정을 근본적으로 훼손함은 물론, 무엇보다도 핵물질이 테러리스트에게 이전(移轉)됨으로써 세계평화와 미국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부시 2기 신행정부는 2003~2004년 동안 일어나 온 '외교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곧 부시 1기 행정부는 2002년 10월 제2차 핵위기 발생 이후, 북한핵을 저지하기 위한 다자구도(6자회담)를 출범시키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펼쳤으나, 이라크전쟁을 수행하는 와중에서 한반도에 외교·군사적 역량을 집중시킬 수 없게 됨에 따라, 현재까지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그 규모가 문제일 뿐 사실상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연유로 선거기간 중 민주당 측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위협이 實在하고, 북한 핵문제가 더 시급한 데도, 이라크를 먼저 공격하는 '전략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부시행정부를 공격해 온 터였다.

그러므로, 2기 연임을 맞이한 부시행정부는 대선이 종료되자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강력 촉구하고 '협상에 의한 북핵 해결’을 명분상 시도하면서도,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 다각도의 정책 대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북한 핵물질의 제3국 이전을 '한계선(red line)’으로 설정, 북한이 이 선을 넘을 경우, 강경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으로부터 연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북핵 정책목표를 갖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안고 있는 딜렘마는 무엇인가? 그것은 현재 한반도가 갖는 국제정치적, 지정학적 복잡한 구도라고 할 수 있는 바, 한반도는 이라크와 달리,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할 경우에도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대북 강경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고찰해 보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미공조 난망(難望), 중국의 북핵 협조 부진과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증대,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개입 가능성, 북한의 반발과 대남 군사적 위협 등이 대북 군사적 압박정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이라크 안정화·민주화 작업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 동원 능력과 재정 문제로 미국이 북한 문제에 집중할 외교·안보·경제적 여력이 있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대하여는 부시행정부의 입장이 분명히 개진되고 있다. 곧 '이라크에 투입되고 있는 것은 육군이며, 북한에는 로 해·공군이 대응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핵 의지가 예상보다 강함을 나타내는 증거로 분석된다.


2. 부시 행정부의 정책 대안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 추진을 강행함에도,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외교·협상 노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과연 부시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은 무엇인가? 미국이 북핵을 불용한다는 확고한 원칙과 결의를 갖고 있음에도, 앞서 고찰한 한반도의 특수한 제약조건에 의해 대북 군사적 조치를 강행할 수 없다면, 대략 다음과 같은 단계적, 점진적 조치들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곧 현재 WMD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가동 중인 PSI를 한층 강화하는 방법; 영국, 호주, 일본 등과 협조하에 대북 경제제재 및 봉쇄조치를 단행하는 방법; 그리고 보다 중장기적으로 중국과의 협조 속에 김정일정권의 교체 내지 전복(regime change)을 모색하는 방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리비아 방식’에 의한 북핵문제 해결을 강력히 희망하고 이를 당사국 및 관계국들에게 촉구해왔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김정일정권의 교체 대안에 대하여는 중국도 그들에게 우호적인 정권이 북한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전제로, 충분히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이 추구하는 동북만주와 북한 지역의 안정 및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서, 미국은 선제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한편, 일단 기존의 북핵 문제 다자회담 틀인 6자회담 내에서의 협상 노력을 지속하고, 미국의 일관된 북핵 원칙인 「CVID」(완전하고, 증명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핵 해체)를 천명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관련국가들과의 국제적 협력과 연대를 모색해 나갈 것이다.


3. 北韓의 대응과 도전


대선 종료 이후, 미국이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한데 대해, 북한은 6자회담을 年內에 재개할 환경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첫 반응을 보였다. 다만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여, 협상의 여지는 남겨 둔 셈이다. 북한은 대통령 선거 전에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변화와 한국 핵물질 실험문제 해결, 핵개발 동결 보상 원칙 등을 6자회담 복귀의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북한은 부시행정부의 2기 연임 성공 이후, 한반도 정세를 주시하며, 그들의 핵개발 전략을 강경·온건 양면에서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핵개발 포기를 위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먼저 철회할 것을 주장하면서, “적대국의 고립압살정책”에 맞서 “핵억제력강화”로 대항해 나가자고 내부를 독려해왔다. '선제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핵억제력 강화’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동결 대 보상 원칙”이란 특유의 논리와 억지를 제시하고 있는 바, 이는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행동” “동시타결”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이다. 곧 북핵 포기를 요구하는 미국에 맞서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핵포기 압력과 동시에 제의되고 있는 다양한 혜택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대신, “외부의 고립압살정책”에 대해 “전면대결전, 최후대결전”을 독려하며, 내부단속과 단결을 통해 핵포기 압력에 대항해 나가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화에는 대화로,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침략에는 무자비하고 단호한 징벌로 맞설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한편, NPT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핵관리 체제에 대하여 북한은 올바른 인식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핵확산 범죄국은 미국”이라는 역()선전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세계 최대의 핵 보유국으로서 누구보다 핵 군축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미국 등은 핵을 보유하고, 왜 우리는 안되는가?’의 논리로서, 국제정치의 역학구도에 내재하는 불평등의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소치이다.

북한은 핵개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목적은 우리 사회 일부에서 거론하는 “협상용” 또는 “경제지원 획득용”이 아닌, 체제수호, 한반도 군사우위, 적화통일 등의 목적하에 오랜 시일에 걸쳐 시도되어 온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수차에 걸쳐 한·미측이 제시해 온 '핵포기할 경우, 외부의 지원 및 체제안전 보장’이란 카-드를 거부해오고 있다. 대신 이라크 혼전, 대선 결과, 한·미갈등 및 남남갈등 등 시시각각 일어나는 한반도 정세의 틈새를 최대한 활용하여, 핵보유를 강행하려는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4. 北韓을 정확히 알아야


2기 부시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북핵 정책과 접근이 모색되고 있는 시점에, 우리사회내에서는 아직도 북한의 의도와 목표 및 실상을 놓고 이견과 논란, 그리고 분열이 노정되고 있다.

현재 북한내에서 벌어지는 김정일정권의 압제와 주민들의 고통은 세계 공지(公知)의 사실로서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북한주민들의 인권유린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극한상황에 도달해 있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규모와 갯수가 논란이 될 뿐,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하고, 북핵 문제를 계속 유예(猶豫)시키는 것은 한국의 국가안보 차원에서 핵보유 북한과 대결해야 하는 위기 국면을 앞당길 뿐이다. 김정일정권의 이러한 악행을 즉각 중단시키거나, 아니면 그 정권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다.

핵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의 전략목표의 인식에 대한 혼선은 동맹관계인 미국정부를 당황하게 하고, 북핵 저지에 나서고 있는 부시행정부의 입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대북인식상의 혼란은 북한의 공세적 태도를 보다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북한은 최근 한·미간 북핵 인식상의 차이가 드러나는 모습을 보이자, 즉각 “언제 우리가 양자회담을 고집했느냐,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만 중단하면 협상 준비가 되어있다”는 갑자기 달라진 주장을 하고 나오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 돌변은 그동안 6자회담에서 미국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국제적 대북 핵억지 공동연대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과, 이제는 도리어 미국에 대한 역포위 구도 가능성을 읽어낸 때문이 아닌가 한다. 북핵을 두고 우리사회내에서 그리고 한·미 양국간 노정되고 있는 인식 차이는 그렇지 않아도 집요하게 핵개발을 추진해 온 북한의 입장을 한층 강경하게 만들고, 핵보유를 향한 북한의 무모한 태도를 더욱 자신있게 만들 위험성이 있다. 북한을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한다.


홍관희 / 통일연구원 평화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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