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 조치)와 북한의 대량 파괴 무기

이춘근 / 2004-07-21 / 조회: 4,620

1. 들어가는 말


북한의 핵 문제 및 대량파괴무기는 외교적으로 그리고 평화적으로 해결 되어야 한다는 한편의 修辭(rhetoric)가 있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보다 강압적, 군사적 해결책이 이미 오래전부터 강구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다 알려진 일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소위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즉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 조치)가 세계 주요 국가들 다수의 지원을 받아 진행 되고 있는 것이다. 주로 해상(물론 공중, 육상의 경우도 대상이 되지만)에서 대량파괴 무기를 싣고 간다고 의심되는 선박을 검문 검색함으로서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적극적으로 방지 한다는 이 조치는 사실상 각국의 해군력이 직접 동원되는 군사적 조치라고 볼 수 있으며, 북한을 비롯한 대량파괴무기를 제조하여 수출 하는 나라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본 국제이슈 해설에서는 PSI는 어떻게 성립되어 작동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 내용은 무엇이고 특히 PSI는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본 에세이는 지난 1년 이상 PSI가 진행 발전 하는 과정을 기술하고 PSI 하에서 북한의 처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대량파괴무기 확산의 문제점


가. 탈냉전 시대(1990-2000)


대량파괴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란 핵무기(Nuclear), 화학 생물무기(chemical-biological), 그리고 이들을 표적까지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인 미사일(missile)등의 무기를 종합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냉전 당시에도 대량파괴 무기의 확산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바는 아니지만 당시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은 미소 양극 구조 내에서 이루어진 일이며 통제될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 즉 냉전시의 대량파괴 무기 확산은 냉전 체제의 작동원칙 그 자체를 붕괴시킬 만한 위험성을 내포한 것은 아니었다. 미소 양국은 두 초강대국의 관계를 직접 악화 시킬 수 있을 정도의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된 이후 대량파괴무기 확산은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국제정치의 주요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어느 평자가 말했듯이 '냉전 시대의 미국은 소련이란 큰 용 하나를 상대하면 되었지만 탈냉전 시대는 작은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탈냉전 시대 10년 정도(1990-2000)는 사실 미국은 특별히 내세울 만한 국가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시대였다. 그러나 만약 미국의 탈냉전 시대 군사전략을 하나 찾아내어야 한다면 그것은 '대량파괴무기의 확산 방지’ 였다 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탈냉전 시대의 미국은 세계 모든 나라들이 민주주의정부를 가져야 하며,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가져야 하며, 미국에게 군사적으로 도전하지 말 것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미국에 대한 군사적 도전 불허’ 가 바로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라는 정책으로 나타난 것이다.


탈냉전 시대 미국이 인식한 대량파괴무기 확산의 문제는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한 소위 불량국가(rogue states)들이 미국을 직접 공격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연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대량파괴무기를 만들고 있는 국가들의 행동을 현 상태에서 동결(freeze)하는 수단을 강구 했던 것이다. 더 이상 핵무기 혹은 다른 종류의 대량파괴무기가 여러 나라로 확산 되는 것을 당시의 수준에서 중지 시키는 것이 1990년대 중엽 미국의 대량 확산 무기 방지 정책의 본질 이었다.


1994년 10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제네바에서 체결된 기본 합의서는 당시 미국의 대량파괴무기 방지 정책의 상징이었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만들었는지 여부는 일단 불문에 부치고 북한의 핵 개발 노력을 1994년 10월의 수준에서 정지, 동결 시키자는 것이다. 동결 그 자체만으로도 (다른 나라로의) 대량 파괴 무기 확산을 정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물론 북한 혹은 다른 불량국가가 가지고 있는 소수의 핵무기를 당시의 수준에서는 그다지 위험한 것으로 생가하지 않았고, 서서히 체제를 변화시킴으로서 장기적으로 핵문제 및 대량파괴무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 했던 것이다.


나. 테러전쟁 시대(2000.9.11 이후-)의 대량 파괴무기 확산 문제


불량국가들 다수가 대량파괴 무기를 가지고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1차적인 방안은 대량무기를 개발하고 수출하는 나라들의 행동을 동결 시키는 것 이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2차적인 방안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방어망(National Missile Defense, NMD)을 구축하는 것 이었다.


그러나 9.11은 대량파괴무기 확산에 대해 더욱 심각한 인식 변화의 계기를 제공 했다. 9.11 이후 대량파괴 무기를 만들거나 수출하려는 나라들에 대한 정책은 대량파괴무기의 “확산 방지” 라는 맥락이기보다 “테러리즘에 대비” 한다는 맥락에서 강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불량국가들이 대량파괴 무기를 보유하여 미국에 대항하거나 미국을 겁줄지도 모른다는 것이기 보다는 대량파괴 무기가 테러리스트들의 수중에 들어가서 9.11과 같은 테러공격의 수단으로 쓰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 된 것이다. 9.11은 민간인 여객기를 미사일처럼 사용한 공격으로 약 3000여명의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던 사건이다. 만약 대량 파괴 무기를 사용한 테러가 자행 된다면 그 경우 인명 피해는 수십만 혹은 수백만 단위가 될지도 모른다.


그 결과 9.11 이후 대량파괴무기의 확산 저지의 궁극적 목표는 대량파괴 무기를 테러리스트들에게 팔거나 넘겨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나라들(미국은 이를 악의 축이라는 말로 구체적으로 표시했다)이 보유한 일체의 대량 파괴 무기를 “제거”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현재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계획에 대해서 요구하는 CVID 정책, 즉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되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해체(Dismantlement)는 테러전쟁 시대의 맥락에서 새로이 부각된 목표인 것이다. 결국 테러전쟁 시대를 맞아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기본 방침은 “동결”이 아니라 “제거”로 바뀌었으며, 제거가 여의치 못한 경우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고 확산하는 국가의 정권을 교체(regime change)한다는 것이 과거와는 판이한 점이다. 대량파괴무기 그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그것을 개발하며 확산 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3. PSI의 발전과 현황


대량파괴 무기의 확산을 “테러리즘”의 맥락에서 파악하게 된 후 미국은 대량파괴무기 확산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 물론 미국은 200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앞바다에서 예멘에 수출하려던 북한 미사일 선적 선박 拿捕, 2003년 4월 지중해에서 북한을 향하는 것으로 의혹이 가던 알루미늄을 적재한 프랑스 선박 停船 등 이미 대량파괴무기 확산 관련 차단 조치를 취하고 있기는 했었다. 바로 미국의 이러한 노력을 국제적인 공동 노력으로 확대 발전시킨 것이 PSI 구상이다.


2003년 5월 31일 미국 대통령 부시는 폴란드의 크라코우(Krakow)에서 '대량파괴무기의 확산 이라는 도전에 대해 국제적인 대응’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발표함으로서 PSI는 구체화되기 시작 했다. 이 최초의 구상에 동조한 나라는 11개국으로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독일, 이태리, 일본,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미국 이다. 핵심그룹으로 불리는 11개국은 PSI를 제대로 수행 할 수 있기 위해 수차례의 공통 훈련을 전개 하고 있으며 지난 1년 동안 6차례의 국제회의를 개최하였다.


대량파괴무기의 이동을 차단(interdiction) 해야 하는 것이 PSI 구상의 주요 내용이기 때문에 핵심그룹 11국은 차단을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수립 했다. 신속한 정보 교환, 법적인 조치, 회원국들은 대량파괴무기를 운반하는 일체의 업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약속, 자국의 영해 또는 영해 밖에서 자국 깃발을 게양한 괴선박의 검문, 타국이 괴선박이라고 인식하는 자국 국기 게양 선박에 대한 검문 동의, 자국 영공을 통과하는 이상 항공기에 대한 검문을 위한 착륙 요청 및 의문스러운 화물의 압수, 의심스러운 항공기의 영공 통과 저지, 대량파괴 무기의 이동과 관련 자국의 항구, 공항 및 기타 시설에 대항 사용금지 증 제 원칙을 준수한다는 포괄적인 원칙에 동의한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 의사를 표시 했던 프랑스, 독일등이 PSI 핵심그룹이라는 사실 그리고 일본도 핵심그룹에 포함 된다는 사실, 그리고 중동으로 향하는 주요 항로에 위치한 국가들(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태리, 싱가포르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대량 파괴 무기 확산 차단 작전은 혼자서도 할 수 있고 협력적으로도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2003년 5월 31일의 PSI는 1992년 1월 UN 안전보장 이사회 의장국의 'WMD의 확산은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성명에 그 정당성의 기초를 두고 있다.


2003년 6월 4일 미국 국무성 군비통제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인 존 볼튼은 의회에서 지난 두 달 동안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계획과 관련 되어 북한으로 향하는 알루미늄 튜브를 선적한 화물선을 나포 했다는 사실과, 독일, 프랑스가 합동작전으로 북한의 화학무기와 관련 된다고 사료되는 북한 행 소디움사이나이드(sodium cyanide)를 선적한 함정을 차단했다는 사실을 발표 했다.


2003년 6월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페리선 운항에 관해 새로운 규제를 제정 했다. 거의 2000명에 이르는 일본인 감시관이 니이가타 항에 파견 되어 북한선박 만경봉 92호에 대해 관세, 이민, 전염병, 안전규정 등을 위반 했는지의 여부를 조사 했다. 북한은 이에 반발 , 모든 페리를 운항 중지 시켰고 예정되었던 항구 방문(port visit) 도 취소 시켰다. 물론 일본의 조치는 미국과의 협력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PSI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가 된다. 일본의 교통성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입항하는 모든 선박을 검문 검색하겠다고 발표했고, 6월 11일 북한 선박 두 척을 억류 했다. 다음은 지난 1년 동안 PSI가 발전해 오는 과정을 날짜별로 간략하게 기술 한 것이다.


2003.6.15

마드리드에서 PSI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 회의 개최(1차 회의)

2003.6.17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ASEAN 회의에서 미 국무장관 콜린파월은 북한의 마약 및 다른 물질의 운송이 차단되어야 할 것을 제의.

동 회의 종결 시 북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을 잠재적인 표적으로 하는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성명서 채택.

2003.6.25 EU-US WMD 확산에 관한 공동 선언에서 북한과 이란을 직접 거명 하며 우려 표명.
2003.7.9-10 호주 브리스베인 에서 PSI 관련 모임에서 PSI를 정치적으로 강력히 지지하며, PSI는 전 지구적 협력 작전이라는 사실을 확인.(2차 회의)
2003.7.23 미국 USA Today 지는 미국은 북한의 마약 및 무기관련 물질을 해 상 운송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일본, 후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폴란드, 네덜란드, 불가리아, 스페인 과 합의를 이루었다는 내용 보도.
2003.8.8 미국 정부 관리들이 대만 정부에게 북한 선박은 로켓트 연료 가 될 수 있는 화학물질을 적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의심된다고 알려준 후, 북한 선 박은 대만의 가오슝 항에서 억류되었으며 화학 물질 158 배럴을 압수 당함.
2003.9.3-4 파리에서 PSI 핵심그룹 회의(3차)
2003.9.13

PSI를 위한 합동 훈련 계획 중 첫 번째인 Pacific Protector 훈련이 9월 13일부터 시작

2003.10. 초

우라늄 원심분리기를 선적하고 리비아를 향하는 독일 선박 BBC CHINA 호를 회항시킴. (차후 볼턴 국무차관보는 이 사건이 리비아로 하여금 대량파괴 무기 추구를 포기하는 계기를 제공 했다고 말함 2004.5.31. Krakow 기자회견)

2003.10.8 영국이 주관하는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항공차단 훈련 실시
2003.10.10

London에서 PSI 핵심그룹 4차 회의개최.

50개국 이상이 PSI를 지지한 다는 견해 표명, PSI 합동 훈련 계획 발표

2003.10.14-17 스페인 주관 해양 차단 작전 훈련(지중해)
2003.11.24-28 프랑스 주관 해양 차단 작전 훈련 (지중해)
2003.12.03-04 이태리 주관 항공 차단 작전 훈련
2004. 1 미국 주관 해상 차단 작전 (아라비아 해)
2004년 초반 폴란드 주관 육상 차단 작전
2004년 봄 이태리 주관 해상 차단 작전(지중해)
2004년 봄 프랑스 주관 항공 차단 작전
2004년 봄 독일 주관 공항에서의 대량파괴무기 확산 차단 작전 훈련
2003.12.16-18 워싱턴에서 PSI 모임(5차) 11개 핵심그룹 외 노르웨이, 덴마크 싱가포르, 캐나다 가 핵심그룹에 참여함
12월 3일 미국 정부는 중국의 PSI 참여를 종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
2004.2.11 미국과 라이베리아 PSI를 위해 의심 가는 선박의 검문검색에 관한 협 정 체결.(리베리아는 세계 2위의 선적 국가다. 많은 국가들이 세금 혜택 등의 이유 로 자국의 선박을 타국에 등록 하는 것이 관례다.)
2004.3.4-5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제 5차 PSI 회의개최. 60개국 이상이 PSI 를 지지. 대량파괴무기 확산은 21세기 국제 안보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천명.
PSI는 행동이지 기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
PSI 발족 1주년을 맞이하여 폴란드의 카르코에서 다음번 회의 개최 약속. 회원국 확대 약속
2004.5.12

미국-파나마 PSI를 위해 의심 가는 선박의 검문검색에 관한 협 정 체결 (파나마는 세계 제1위의 선적국)

이로 인해 세계 상선의 약 50 %(톤수기 준)가 승선, 검색, 나포의 신속한 진행을 위한 협정에 가입한 상황이 됨.

2004.5.31 PSI 1주년을 기념하는 회의가 폴란드 Krakow에서 개최되었고 60개국 이상이 참여 했다. 이 회의에서 러시아가 15번째 핵심그룹 회원국으로 가입.



4. 북한과 PSI


PSI는 멤버십을 가지는 국제기구이기 보다는 오히려 국가들의 직접적인 행동을 지칭하는 것이다. 2003년 5월 31일 발의 된 이후 PSI는 실제로 대량파괴무기 확산이 의심스러운 선박들을 여러 차례 검문검색 하고 차단하는데 성공 했다. 각국은 상호간에 정보를 제공하며 의심 가는 선박, 항공기, 화물차들을 차단하는데 함께 힘을 합치거나 또는 단독적으로 행동한다. 11개국 핵심그룹 국가들의 잠재적인 표적은 이란, 북한, 그리고 리비아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핵심그룹 11개국의 위치는 바로 대량파괴무기 확산의 루트를 차단할 수 있는 요소요소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중해, 중동, 태평양을 지나는 주요 항로의 대부분이 PSI의 작전 영역이 되는 것이다. 이미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은 축출 되었고, 리비아는 대량파괴 무기의 추구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에 이제 PSI 대상국은 이란과 북한 시리아 등으로 좁혀 졌다. 그중에서도 북한이 테러전쟁 시대에 가장 중요한 WMD 확산 국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반도의 안보에 결정적인 불안 요인이다.


물론 미국이 주도한 것이지만 미국 외에 러시아, 일본, 싱가포르가 적극적인 PSI 참여국이라는 사실은 북한을 직접 겨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PSI는 물론 북한의 핵개발 그 자체를 직접 억제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PSI는 말 그대로 확산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량 파괴 무기의 확산 방지가 북한의 핵개발을 억지하는 간접적 수단으로 사용 될 수 있다는 것이 PSI를 주도해가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2003년 5월 31일 PSI 구상이 제의된 때와 거의 같은 시기 미국 의회에서의 증언에서 래리 워츨(Larry Wortzel)박사는 북한의 외화 벌이에 관해 언급 한 바가 있었다. 그에 의하면 북한은 2002년 현재 약 20억불 정도의 외화를 벌어 들였는데 그중 6억 5,000만 불 정도가 정상적인 교역에 의한 것이고, 마약을 팔아서 번 돈이 5-10억불 정도로 추정되며, 미사일을 팔아서 번 돈이 약 6억불 정도라고 증언 하였다. PSI 가 온전히 작동한다면 북한은 약 20억불의 외화 수입 중 정상적인 교역을 통한 6억 5,000만 불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잃게 되는 상황이 도래 될 것이다.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본을 통한 마약 및 미사일 부품 밀수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북한의 마약 혹은 미사일을 선적한 배들은 다국 주도의 PSI 로 인해 세계 방방곡곡에서 차단당하고 있다. 이미 PSI 가 시행되기 이전부터도 북한의 미사일 혹은 마약, 화학물질을 선적한 화물선들은 아라비아 해, 지중해, 호주 근해 등 에서 차단당하고 있었다. PSI 이후 북한의 의심스런 선박들은 대만의 항구에서 억류되었거나 완벽한 검문검색을 받지 않는 한 일본의 항구에 정박조차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 같은 조치들이 북한의 경제 사정을 이미 결정적으로 악화 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북한이 PSI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지난 2004년 5월 31일 PSI 일주년 기념회의가 열린 폴란드의 크라코에서 행한 존 볼턴 미국 군축 및 국가안보담당 국무차관보의 기자회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북한 핵개발로 인한 한반도의 위기에 관해 질문을 받은 볼턴 국무차관보는 북한 핵개발과 PSI 직결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전제한 후 “북한은 세계 최대의 대량 파괴 무기 확산국 중 하나다.... 미사일 확산에 관해서는 아마도 북한이 세계 제1위 일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판매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며... 그 현금은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위해 쓰여 질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방지하는 일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일 일 뿐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추구도 차단하는 일이 될 것이다.” 라고 대답했다.


물론 북한이 핵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은 미사일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핵무기 개발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초현대적인 재래식 무기(핵무기가 아닌 전투기, 군함 등) 보다 훨씬 값이 싼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사일 수출, 핵무기 개발이라는 국가안보에는 물론 경제에도 지극히 해로운 일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미국 및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북한 핵 문제 및 대량 파괴 무기 확산 방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이라크 식 혹은 리비아식 두 가지 중 하나인 상황이다. 북한은 제3의 길을 추구하려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것이 전혀 가능해 보이는 상황이 아니다.


북한은 혹시 금년 미국 대선을 통해 정권에 변화가 있을 경우를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PSI는 미국을 훨씬 넘어서는, 이미 세계의 문제가 된 일임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미국 민주당은 이라크보다 북한이 더 큰 위협이라는 사실을 부시를 공격하는 단골 메뉴로 삼고 있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현재 북한을 특히 경제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가장 첫 번째 요인은 아마도 PSI의 맥락 아래 진행 중인 일본의 북한 선박 입항 금지 조치일 것이다. 북한의 주요 수입원들의 국제거래가 모두 차단된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결국 북한이 택할 길은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국가로 변신하는 길이다. 만약 북한 스스로 변신을 택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가 북한을 강제로 변신 시킬 수 도 있다는 것이 테러전쟁 시대의 국제정치적 현실일 것이다.


이춘근 / 政博,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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