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3) - 시대를 앞서가다

자유경제원 / 2015-03-25 / 조회: 2,331       업코리아
자유경제원은 한국의 기업가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시대를 이끌어간 기업가,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의 이야기를 경희대 경제학과 안재욱 교수가 정리했다.


시대를 앞서가다 

  
▲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이병철 회장은 제일제당의 설비를 늘리기로 하고 나서 바로 '방적업’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당시 밀수에 의존하고 있는 양복지를 국산화해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리하여 제일모직을 설립했다. 이번에는 국내제일이 아니라 세계제일의 상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공장규모를 두고 임원진들과 또 갈등을 빚었다. 대부분의 임원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우선은 작은 규모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규모를 늘려가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은 대규모 최신식 공장을 고집했다. 작은 규모가 단기적으로는 유리하지만 크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설립 역시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차관문제, 기계도입 문제, 공장건설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것이 골덴텍스다. 첫해에는 5억 환이나 적자를 봤지만 골덴텍스 홍보와 품질 향상에 주력한 결과 차츰 외국산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평판을 얻으며 판매량이 늘었다. 혼수품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시장의 70%를 점유하여 제일모직이 우리나라 섬유산업을 선도하는 회사가 되었다. 제일모직으로 인해 외제 양복지가 서서히 이 땅에서 사라지며 연간 25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었다. 또한 제일모직은 우리나라 국민 의복 생활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은 그렇게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을 개선시켰다. 

이병철 회장은 제일모직 건설과정에서 작업환경이 좋아야 능률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복지시설에 공을 들였다. 모직은 고가품이므로 만드는 사람의 자질이 뛰어나야 하고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공들이 좋은 환경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야 작업능률이 오르고 좋은 품질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이병철 회장은 경영진에게 최상급의 환경을 갖춘 여공 기숙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당시로는 획기적인 스팀 난방과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했고, 목욕실, 세탁실, 다리미실, 휴게실 등의 최고급 부대시설도 만들도록 했다. 복도는 고급스런 회나무를 깔아서 차분한 느낌이 들도록 배려했고, 연못과 분수까지 만들었고 공장 곳곳에 좋은 나무를 심어 공장전체를 잘 다듬어진 정원으로 꾸몄다. 

제일모직이 문을 연 시기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 이하였던 1950년대 중반으로서 다수의 국민들이 봄이면 보릿고개에 허덕이던 시절, 국내 최고의 기숙사 시설에 봉급도 최고 대우였다. 여공들에게는 꿈의 공장이었다. 그러자 여공 모집광고가 나면 지원자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제일모직 입사는 보통 1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한 번 입사한 직원들은 웬만해서는 그만 두는 일이 없었다. 

“일하는 환경이 나쁘면 작업에도 싫증을 느끼기 쉽고 이 때문에 능률이 저하되거나 직장을 이탈하기도 쉬워 진다. 그것은 바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다. 누구나 웃는 낯으로 즐겁게 일 할 수 있을 때 능률도 오르고 또 직장에 대한 애착도 생긴다. 그것은 거시적으로 볼 때 사회에 대한 봉사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곧 여직공들의 능률이 오르면 그만큼 생산비가 낮아지고 원가도 따라서 낮아지는 것이다.”(1976. 6. 재계회고(서울경제신문)에서 ) 

이병철 회장이 기숙사를 잘 지으려 했던 데는 일본 유학시절 읽었던 호소이 와기조의 <여공애사>라는 소설이 준 영향이 컸다. 이 소설은 새벽 3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비참한 상황에서 가혹하게 일하는 여공들의 일상을 그린 것이었다. 이병철 회장은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들이 그런 비참한 환경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최상급의 쾌적한 시설을 갖춘 기술사를 지은 것이다.

이병철 회장은 기숙사나 공장 조경, 복지에 많은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4.19 이후 여공들의 '악덕 기업주 규탄’ 데모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후 그는 사업 전개과정에서 '노조가 필요치 않은 삼성’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는 종업원이 회사에 애착을 갖도록 신경을 써주고 보살펴 주면 노사협조는 저절로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종업원의 생계 대책에 대해서 늘 경영자는 생각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극심한 인플레 상황에서는 월 10만원으로 생활하기가 어렵다. 종업원들이 열심히 애사심을 가지고 정직하게 일하게 하는 방법은 그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 다음 교육으로 그들을 가르쳐서 훌륭한 사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 1980. 12. 22. 정례사장단 회의에서 

“사원출자제는 사원들의 의욕을 높여서 열심히 하면 결국 그 대가가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어 회사 경영에는 더 없이 좋은 제도라는 것을 '삼성물산공사’에서 볼 수 있었다.”
-1980. 7. 3. 전령련 강영(최고경영자연수회)에서 

“노사문제로 사회가 어려워진다면 기업하는 사람이나 그 회사를 위해 일생을 바쳐 일하려는 모든 종업원에게 커다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노사가 협력하지 않으면 기업은 망하게 되는 것이다. 해방 이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우리나라 경제가 이 정도 발전을 이룩하게 된 것도 노사 간에 힘을 합쳐 열심히 기업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사 문제도 상호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1982. 10. 12. 전경련 좌담회에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충분한 임금이 노동자와 그 가족에 중요하지만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역시 고용주에게도 이익이다. 임금이 높으면 노동자들은 더 잘 먹고 건강해지고, 저축하고 자신의 처지를 개선시키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것이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들고, 노동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그들은 더욱 건강해지고 더 생산적이 될 수 있다.”

이병철 회장이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대우와 좋은 작업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결국 기업에 이롭다는 사실을 통찰한 기업가다. 

사실 1960년대 한국의 경제상황과 기업문화와 비교해 볼 때 이병철 회장은 확실히 시대를 앞선 생각을 했고, 이것은 다른 기업들의 경영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한국의 기업문화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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