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라는 단어는 비록 반자본주의적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지만, 자유시장경제를 묘사하는 데 적합한 단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가 직면하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자본에 큰 역할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와 직면했을 때 모든 사회가 대답해야 하는 핵심 문제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가장 덜 가치 있는 희소자원을 활용하여 어떻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생산할 수 있는가" 이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둘러싼 논쟁에서 자주 간과되는 질문이다. 하이에크의 "사회에서의 지식의 문제"에서 영감을 얻어 "사회에서의 자본의 사용"이라고 이 문제를 명명해보자.
"사회에서의 자본의 사용"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이러하다. 사람들이 소비하고자 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될 수 있다. 특정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투입하는 요소들은 다를 수 있고, 같은 요소도 다르게 조합한다면 전혀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사회에서의 자본의 사용" 문제는 주어진 투입요소를 활용할 방법을 결정하는 문제, 그리고 주어진 투입요소를 통해 무엇을 만들지의 문제이다. 우리는 다리를 건설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면, 나무, 강철, 콘크리트 등 무슨 원자재를 사용해야 하는가? 만약 강철과 콘크리트가 있다면, 다리, 고층 빌딩, 축구 경기장 중 무엇을 만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가? 이러한 문제는 공학 혹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것은 가치라는 개념과 관련된 것이다. 다리를 건설하는 방법 중 어떤 것이 가장 덜 가치 있는 자원들을 사용하는가? 그리고 강철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 가장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경제학의 문제는 많은 부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생산 방법을 파악하려는 시도이다. 즉, 가장 덜 가치 있는 자원을 사용해 최대한 가치 있는 결과를 산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사회에서 자본을 어떻게 사용할지 끊임없이 숙고하고 결정해야만 한다.
"자본"이라는 단어는 경제학의 역사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용어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자본은 아웃풋을 산출하기 위해 투입하는 인풋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더 정확한 단어는 "자본재"(capital goods)가 될 것이다. 자본재에서 "재화"(goods)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인적자본(human capital) 또는 노동생산력 역시 포함한다. 사회에서의 자본의 사용 문제는 20세기 초 사회주의 계산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마르크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자들은, 화폐, 가격, 시장, 교환, 사유재산이 없는 완전한 계획경제, 특히 생산수단에서의 계획경제는 자본주의 하에서의 생산의 무정부 상태보다 더 합리적이고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계획을 통해 자본주의보다 더 합리적으로 자원을 배분할 수 있고 따라서 더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1920년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자원이 사회주의 하에서 합리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할 방법이 없다며 사회주의자들에게 응답했다. 왜냐하면 자원들의 대안적 사용 방법들 중에서 선택한 사용 방법이 더 나은지 비교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상품들의 가치를 비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은 없다. 노동가치론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후, 미제스는 사유재산 체제에서의 생산수단의 교환에서 비롯되는 화폐가격이 그러한 비교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고, 따라서 자원의 합리적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자본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번영을 능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원의 합리적 분배는 사유재산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유재산 소유자들이 경쟁하는 경우에만 미래의 수익, 비용, 그리고 손익 등을 게산하기 위한 "정신적 보조물"(aids to the mind)로서의 화폐가격을 출현시킨다. 자본에 대한 사유재산이 없다면, 시장과 교환도 불가능하고, 시장과 교환이 없다면 가치 비교의 기준으로서의 화폐가격도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생산수단에 대한 공동소유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회주의 계획자들은 어둠 속에서 눈을 감은 채 방황할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은 마르크스를 비롯한 비판가들이 믿었던 방식은 아니더라도 시장경제의 핵심에 있다. 자본의 이러한 중심성이 시장경제 제도의 주요 수혜자가 자본 소유자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장경제를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한 이유는 사회에서의 자본의 사용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내놓은 것이 바로 그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제스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본시장과 금융시장만큼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에서 주주들과 투기꾼들의 금융거래는 생산을 소비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요구하는 영역으로 유도한다. 매일 주인이 바뀌는 주식과 그러한 거래가 야기하는 가격의 변화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어떻게 가장 잘 제공할 수 있는지 파악하려는 투자자들의 노력의 결과이고 사회에서의 자본의 사용 방안을 결정하는 행위이다. 자본주의가 다른 경제체제와 구별되는 것은 이러한 자본의 사용 문제를 합리적으로 잘 처리할 수 있는 일련의 조직화된 제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자본의 소유권을 다투는 주식시장이 존재하고, 그곳에서 자본의 활용방안이 결정되는 지의 여부가, 특정 경제가 자본주의 경제인지 판단할 가장 중요한 근거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시장경제가 자본중심체제라는 점을 인식한 것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따라서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자본주의의 옹호자들이 자본주의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들은 자본의 중심 역할이 무엇이고, 왜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지를 정확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가 자본주의인 이유는 그 체제가 자본 소유주들에게 가장 큰 수혜를 주기 때문이 아니다. 가장 큰 수혜를 받는 당사자는 소비자들이다. 시장경제를 자본주의라고 불러야 한다면, 자본에 대한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경제체제만이 사회에서의 자본의 사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내용은 아래 기사 및 칼럼 내용을 요약 번역한 내용입니다.
Steven Horwitz, The Use of Capital in Society, 12 March, 2021
출처: https://www.libertarianism.org/articles/use-capital-society
번역: 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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