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미국 국민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연방정부가 우리의 자유, 사생활, 경제적 웰빙을 파괴하도록 허용했다는 점에 있다. 나는 이를 국가안보 국가(national-security state)라 부를 것이다. 오늘날의 미국은 기한 구금·고문·비밀감찰, 나아가 시민과 외국인에 대한 암살 등의 권한을 가진 거대한 군사정보기관으로 구성된 전체주의 국가이다.
비슷한 부류의 국가안보국가로는 북한이 있다. 이집트, 중국, 쿠바, 러시아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 모든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전체주의 권력을 휘두른다.
미국이 항상 그런 나라는 아니었다. 우리의 미국은 제한된 정부를 토대로 하는 공화정으로 설립되었으며, 거의 150년 동안 그 길을 유지했다. 국방부도, CIA도, NSA도 없었기에 군대는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작았다. 원주민이나 멕시코 같은 나약한 이웃 국가를 두들겨 팰 정도로는 강했지만 전세계적인 전쟁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의 선조들은 결코 대규모의 영구적인 군사 정보 기관을 연방정부가 소유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러한 정부체제가 우리의 자유와 행복을 파괴하리라 믿었다. 초기의 미국정부의 권력은 너무도 약해서 심지어 세금을 부과할 권한조차 없었다. 무려 10년 동안이나, 미국인들은 어떠한 세금도 불법으로 간주되는 정부 밑에서 살았다.
미국인들은 극도로 치밀했다. 우리 조상들은 시민의 자유와 복지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 어떤 외국 정권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자신의 정부에 있다고 믿었다. 또한 조상들은 역사 전반에 걸쳐 정부가 자국민의 자유를 파괴한 방식이 대체로 군사력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이해했다. 만약 국민이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한다면, 관료들은 반란의 진압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정부는 시민이 원하지 않는 일을 추진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생각해 보라. 중국 정부는 시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세지를 알리기 위해 홍콩 국경으로 대규모 군사 부대를 파견했다.
미국이 연합규약(the Articles of Confederation)을 넘어서 헌법을 제정한 것은 실수였다. 헌법주의자들은 헌법이 전능한 권력을 휘두르는 정부를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지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권력이 헌법에 명시되지 않는다면 시민에게 불리한 정부가 탄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확신을 두고 미국 국민들은 치민하게 헌법을 승인했지만, 안타깝게도 승인 이후 헌법이 개정될 수 있다는 조건 하에 승인했다. 추후의 헌법 개정은 미국 정부가 미국인의 자유와 행복을 파괴하는 권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럼에도 선조들의 미국은 여전히 제한된 정부에 가까웠다. 정부는 극소수의 권한만을 위임받은 후 권리장전에 의거해 전체주의적 권력 행사를 명시적으로 금지당했다. 비록 배후에서는 은밀한 정치 거래가 이루어졌겠지만, 정부 운영은 전반적으로 개방적이고 투명했다. 거의 150년 동안 미국인들은 이러한 체제에서 살았다.
동시에, 미국이 채택한 외교정책은 비개입주의였다. 즉, 미국 정부는 외국에서의 분쟁, 전쟁, 혁명, 쿠데타 등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외교정책을 공표한 존 퀸시 아담스 국무장관은 미국이 이러한 비개입주의 외교정책을 포기한다면 미국 관료들은 독재자처럼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는 미국인들이 외국인의 어려움에 무관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정반대다. 그것은 단지 미국인들이 외국인들의 땅에 죽음과 파괴를 가져다주지 않을 것임을 의미했을 뿐이다.
제국주의로의 전환
제국주의와 개입주의로의 전환은 1898년의 스페인-미국 전쟁 중에 시작되었다. 스페인 식민지들은 스페인을 상대로 독립 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미국 정부가 이에 개입했다. 그런데 스페인이 패망하자마자 미국 정부는 이전의 식민지들 중 일부를 장악했다. 이렇게 미국은 푸에르토리코, 쿠바(관타나모 만 미군기지), 괌, 필리핀을 장악하게 되었다. 미군은 독립을 위해 계속 투쟁하던 필리핀인 수십만 명을 살해했다. 미국이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스페인과 대영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식민지를 획득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하에 이루어진 일이다.
1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개입한 이후 우드로 윌슨은 미국의 개입이 모든 전쟁을 종식시키고 독일을 완전히 물리침으로써 세계를 "안전한 민주주의"로 이끌어나갈 것이라 주장했다. 그렇게 수만 명의 미국인을 잃었음에도, 결국 아돌프 히틀러, 베니토 무솔리니, 그리고 요제프 스탈린은 후에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에서 권력을 장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인들은 다시 개입하는 것에 압도적으로 반대했다. 그러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일본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고, 이로 인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전쟁에 돌입하게 되었다.
CIA
1945년 전쟁이 마침내 끝났을 때, 미국인들은 나치 정권과 일본 제국이 패배하고, 미국에서의 삶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에 열광했다. 안타깝게도 미국 정부의 생각은 달랐다. 미국 정부는 비록 추축국이 패배했지만, 이제 추축국보다 더 위험한 또 다른 적과 맞닥뜨렸다고 말했다. 그 적은 공산주의, 더 정확히 말하면 러시아 모스크바에 기반을 두고 세계를 점령하려는 국제 공산주의 세력의 음모였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공산주의가 미국을 정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련을 상대로 '냉전'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베트남에서 내전으로 수만 명의 미군들이 희생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관료들은 만약 미국이 이러한 분쟁에 개입하지 못한다면, 빨갱이들이 머지않아 우리의 문턱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냉전을 계기로 연방 정부는 제한된 정부에서 국가안보국가로 완벽하게 변모하게 되었다. 미국 관료들은 공산주의가 미국을 점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가 소련 정부와 마찬가지의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미국이 만약 냉전에서 승리한다면, 다시 제한된 정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1947년에 설립된 CIA는 미국 헌법과 명백하게 충돌하는 방향으로 해외 공작을 펼쳤다. 1953년에는 이란에서 비밀리에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하마드 모사데그 총리를 축출하고,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독재자인 이란 왕정을 복귀시켰다. CIA의 쿠데타가 오늘날 이란-미국 관계의 근원인 것이다. 1954년에는 과테말라에서도 비밀리에 쿠데타를 일으켰으며, 사회주의자 대통령을 축출하고 친미 독재자로 교체하였다. 이 쿠데타로 인해 30년 동안 지속된 내전이 발생하여 100만 명 이상의 과테말라인이 죽었다. 1959년에는 쿠바에 개입하여 미국과 소련을 핵전쟁 직전까지 몰고갔다.
진실은 공산주의자들이 결코 미국을 장악할 가능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냉전은 방위산업체와 관료들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하나의 거대한 음모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냉전으로 설립된 정부체제가 미국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냉전 이후
1989년에, 갑작스럽고 뜻밖에도 냉전이 종식되었다. 소련이 무너지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러시아군이 동유럽을 빠져나갔다. 말할 필요도 없이 기득권층은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냉전이 끝났다면 미국인들은 다시 제한된 정부를 되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득권층은 국방부, CIA, NSA의 해체를 바라지 않았다. 미국은 과거의 동료였던 사담 후세인을 상대로 걸프전에 돌입했고, 향후 30년 이상 상대할 새로운 적수를 만들어냈다. 중동에 맞서는 이러한 죽음의 계획이 아랍인들에게 깊은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확히 이 시점부터 반미 테러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특히 9.11 테러는 우리 미국 선조들이 헌법을 제안할 때 두려워했던 것을 연방정부에 주었다. 연방정부는 테러 공격으로부터 국가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전능하고 전체주의적인 힘을 가진 거대한 군사정보기관이 되었다. 마침내 미국인들은 국민을 무기한으로 구금하고, 군사 지하감옥에 구속하고, 고문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정부 하에서 살게 되었다. 중국, 북한, 쿠바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오늘날 미국 정부 하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자유인으로 간주될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은 이 점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하지만 그들의 후계자인 우리들은 아직 이 점을 알지 못하고 있다. 자유를 원하는 미국인에게 필요한 전제 조건은, 제한된 정부와 비개입주의 외교정책으로의 복귀이다. 또한, 국방부, 방위산업체, CIA, NSA는 개혁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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