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아래 기사 및 칼럼 내용을 요약 번역한 내용임*
Trieu Nguyen,
Why Socialist Calculation Is Always Impossible
28 August, 2019
인과실재론적(causal-realist) 접근법으로 특징지어지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은 경제과학의 발달에 적지 않은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대한 공헌에도 오스트리아학파는 수학적 모델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오스트리아학파가 경제 주체의 행동에 있어 '계산 문제'가 가지는 중요성을 역설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오히려 이들은 항상 계산(calculations)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앙계획적인 사회주의 정권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오스트리아학파의 논증은 경제 계산에 대한 가장 정교한 설명을 반영한다.
경제 계산이라는 개념은 1920년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의 저서 <사회주의 연방에서의 경제 계산(Economic Calculation in the Socialist Commonwealth)>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제스 이전의 숱한 사회 사상가들은 '사회주의 체제가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본성을 거스른다'는 점을 들어 사회주의를 비판했다. 이 비판은 순전히 윤리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바탕에서 나오는 것이다. (역주: 저자는 "philosophical"이라고 했지만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형이상학이라고 번역했습니다. 경제 계산 문제에 대한 미제스의 담론은 오스트리아학파 철학과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제스는 막스 베버(Max Weber)와 보리스 브루츠쿠스(Boris Brutzkus)와 함께 '경제학적 관점에서' 사회주의 국가를 분석한 최초의 인물들 중 하나다. 베버는 이상적인 심리학적 모델을 구성해 사회주의 경제가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브루츠쿠스는 러시아의 구체적인 문제들에 국한해 논의를 전개했다. 물론 베버와 브루츠쿠스의 분석은 사회주의 경제학의 중심적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지만, 미제스의 논의야말로 가장 완전하고 체계적인 것이라고 본다. 미제스에게 있어 사회주의 경제는 그저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이론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아예 '작동 불가능'한 것이었다.
미제스의 분석은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1. 생산수단에 대한 사유재산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생산 수단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2. 생산수단에 대한 시장 없이는 생산수단에 가격이 매겨질 수 없다.
3. 경제 주체들은 자본재의 상대적인 희소성을 반영하는 가격 없이 자본재에 대한 대체적 이용을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미제스는 중앙 계획가가 합리적인 경제 계산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경제계산 문제(calculation problem)'를 지적한 것이다. 반면 미제스의 제자였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스승의 결론은 수용했지만 미제스의 분석이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주의와 경제 질서>에 수록된 그의 에세이에서 하이에크는 "지식의 분업(division of labor)" 논점에 기초해 새로운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1. 지식은 통합되어 있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있다. 따라서 개인의 지식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
2. 자유 시장 경제에서는 이 분산된 지식이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 조직화된다.
3. 하지만 가격 메커니즘이 사라진 중앙계획적인 사회주의 경제에서 중앙 계획가는 사회 전반의 지식을 가질 수 없다.
4. 필요한 지식을 모두 습득할 수 없는 중앙 계획가는 자본재에 대한 대체적 이용을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없게 된다.
하이에크에 있어 계산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은 곧 지식의 문제이다. 몇몇 오스트리아학파 학자들은 하이에크의 분석이 미제스의 분석을 발전시킨 결과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미제스와 하이에크의 분석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분석이라고 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미제스의 논문에 대한 조지프 살레노(Joseph Salerno)의 후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제스가 이 문제에 관해 집필한 모든 글에서 그는 중앙 계획자가 최종재에 대한 소비자의 가치평가와, 주어진 기술적 조건에서 그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가용 대체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예를 들어, 미제스는 '정부는 어떤 재화가 가장 필요한지 알 수 있을 수도 있다. … 또한 정부는 생산 수단을 포기할 때 욕구 충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계산함으로써 생산 수단의 가치를 계산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제스의 관점에서 지식은 완전히 주어진 것으로 간주된다. 그의 요지는 "그렇게 지식을 온전히 지녔다고 해도 사회주의 정권의 행정가들은 기수적(cardinal)인 형태로 생산 수단에 대한 유의미한 사회적 평가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계산문제는 순수하게 이론적인 차원에서의 논의이며, 지식의 문제는 사회주의 경제의 현실적인 운영과 관련된 실천적인 차원에서의 논의이다.
다음으로는 중앙 계획자가 모든 시장참여자들에 대한 완벽한 지식을 지녔다 할지라도 그들이 실제로 가지는 지식은 시장에 대한 질적 지식(qualitative knowledge)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계산을 위해서는 질적 정보가 양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편 데이비드 고든(David Gordon)은 미제스의 회귀정리를 언급한다. 미제스가 보였듯 화폐는 물물교환 경제 하의 비화폐 재화들에서 출현할 수 있는 것인데, 이 때문에 시장에서 기업가들이 생산성을 측정하고 경제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서수적인 주관적 가치'를 '기수적 가격'의 형태로 전환시켜주는 화폐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레노가 강조했듯 경제 주체가 경제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비단 현재의 지식뿐만 아니라 과거 가격이나 미래 가격도 요구된다. 한 경제 주체가 현재 시점에서 미래 가격을 직접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경제 주체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중앙 계획가가 현재의 지식뿐만 아니라 미래의 지식도 가지고 있다고, 즉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렇다 한들 그들은 유의미한 경제 계산을 할 수 없다. 가격 체계가 없는 것 자체도 물론 이유이지만, 일단 그 '평가'가 개개인의 마음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살레노는 이 평가에 대한 문제가 중앙 계획가와 시장에서의 기업가를 구분할 수 있다며 미제스의 통찰을 역설한다.
'지식의 분업'이라는 하이에크의 관념이 사회과학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 분석에서 지식의 문제를 핵심으로 내세우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번역: 조범수
출처: https://mises.org/wire/why-socialist-calculation-always-impos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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