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마두로 (Maduro) 대통령은 뚱뚱하다. 이는 유치하게 놀리는 말이 아니다. 3천만 인구와 200년 독립의 역사를 가진 자랑스러운 국가가 처한 곤경에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 사실적 관찰이다. 베네수엘라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축복받은 나라지만, 열 가구 중에 아홉 가구가 식량을 살 돈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세 개의 주요 대학이 실시한 설문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 20세에서 65세 사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체중이 평균 약 11kg 정도 감소했다. 인구의 1/4이 하루에 두 끼 이하를 먹고 있다. 반면, 마두로 실정(失政)의 이미지는 9월 이스탄불을 방문했을 때 마치 연극처럼 유명 요리사의 스테이크를 받아먹는 마두로 부부의 영상으로 굳어졌다. 빈곤과 궁핍을 향해 고속으로 질주하는 나라에서 마두로 정권은 부패와 도둑질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평범한 독재 국가도 아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Vladimir Putin), 세르비아의 밀로세비치 (Milosevic),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Ferdinand Marcos)의 전형적인 정권보다 더 전형적인 도둑 정권이다.
베네수엘라의 재앙 (이제는 “위기”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단어다)은 종종 영국의 국내 정치계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노동당 지도부, 특히 제레미 코빈 (Jeremy Corbyn)은 오랫동안 카라카스의 혁명 정부를 사회 진보와 경제 발전의 계기로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부인할 수 없는 베네수엘라의 빈곤화와 대중들의 불만으로 그들을 압박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또한 대답하기는 까다로울 것이나 아주 적절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감내하고 있는 어려움과 압제와 비교하면 일도 아니다.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연합의 민주주의 정부들은 지금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편에 서야 하며, 그 나라를 통치할 유일하게 적법한 권한을 가진 의회를 지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버드 경제학자이자 전(前) 베네수엘라 기획부 장관이었던 리카르도 하우스만 (Ricardo Housmann)은 지난달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Project Syndicate: 세계 유명 석학들이 세계 주요 이슈에 대해 의견 및 글을 기고하는 프로젝트)에 기고한 글에서 베네수엘라 민주 세력과 국제 사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그는 말했다. “합리적인 해결책은 2015년 12월 선거로 야당이 2/3을 차지한 의회가 민주주의로 복귀를 준비하고 이 위기를 종식시킬 수 있는 임시 정부와 군 사령부를 지명하여 헌법상 난국을 정리하는 것이다.”
어제 국제 사회는 반대파 지도자 후안 과이도 (Juan Guiado)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함으로써 일부나마 민주적 의무를 수행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통만 치거나 무지를 보이긴 했어도 최소한 트위터에서는 옳은 말을 했다.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불법적인 마두로 정권의 손아귀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다.”
사실, 마두로는 적법한 헌법적 권한으로 대통령직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임기는 1월 10일 끝났다. 그의 재선을 위해 지난 5월에 실시되었던 선거는 사기극에 불과했다. 온갖 무력과 압박이 난무해서 제 1 야당은 입후보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미국, 캐나다, 유럽 연합, 일본 및 많은 남아메리카 정부들은 이런 위장극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마두로의 초선 임기가 끝나는 날, 미주 기구 (Organisation of American States) 상임 위원회는 “2019년 1월 10일 니콜라스 마두로의 두 번째 임기의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기로” 동의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민주주의 국가들과 단체들이 보조를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원칙적으로도, 또한 고통 받는 사람들과 연대의 의미로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손 놓고 있다가는 인도주의적 대재앙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11월, UN 난민 및 이주 기구들은 베네수엘라에서 전 세계로 흩어진 난민과 이주민이 300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마두로 정권 하의 베네수엘라는 이미 파탄 국가의 길에 들어 선 압제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 전역에서 국민들의 탈주가 줄을 잇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붕괴는 인도주의적 대재앙이지 결코 자연 재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베네수엘라에 정통한 경제학자들과 정치학자들이 올바른 위기 대응과 제대로 기능하는 정치 체계 재건을 이야기 할 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미국의 제재나 시간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인한 사고가 절대 아니라, 가혹한 압제를 자행한, 파괴적인 자국 내 정치의 필연적인 결과다. 이 모든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통제된 가격, 거래 제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공공 금융정책의 결과임을 알고 있는 경제학자들이 이미 예견한 바다.
경제학자 루디거 돈부시 (Rudiger Dornbusch)와 세바스챤 에드워즈 (Sebastian Edwards)는 1989년 세계 은행 (World Bank)에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는 이후에 '남아메리카 포퓰리즘의 거시경제학 (The macroeconomics of Populism in Latin America)’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들은 포퓰리즘의 4단계 가설을 제기했다. 첫 번째 단계, 정부가 생산량을 늘리고 실질 임금을 높이기 위해 확장 정책을 채택하면서 인플레이션을 경계하기 위해 기본 재화에 대한 가격 통제를 실시한다. 공급이 부족해지면 해외 수입으로 메우게 되는데, 이는 외환 보유고로 지불된다.
두 번째 단계, 수요의 확장과 외환 보유고의 고갈은 일부 산업의 생산 요소의 부족을 야기한다. 정권은 어쩔 수 없이 평가 절하, 수입 통제, 자본 통제라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결국에는 경화 (주로 세계 주요 준비 통화인 달러) 암시장이 생긴다. 세 번째 단계, 부족 사태는 전염병처럼 퍼진다. 소비자들이 식량을 구하느라 줄을 길게 늘어서는 사이, 생산적인 활동은 붕괴되고 경제는 축소된다. 통화의 가치는 바닥에 떨어지고 자본은 그 나라를 빠져나간다. 생활 수준은 추락하고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저축의 가치는 파괴된다.
지금 베네수엘라가 딱 그 지경이다. 유고 차베스 (Hugo Chavez)와 니콜라스 마두로 (Nicolas Maduro)는 2000년대 전세계적으로 유가가 치솟았기 때문에 그렇게 오랫동안 잘못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아닌 척 지낼 수 있었다. 그것은 (특히 중국 때문에) 원유의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어났으며 (특히 나이지리아와 내전 중이었던 이라크 때문에) 주요 원유 생산국들이 공급량을 맞추기에도 급급했기에 의도치 않게 생긴 사고나 마찬가지였다.
베네수엘라 정권이 그렇게 치켜세웠던 빈곤 퇴치를 위한 사회적 진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프란치스코 로드리게즈 (Francisco Rodriguez)는 베네수엘라 의회에서 경제학자로 일하며 빈곤 및 불평등과 싸우는 데 일조한다는 계획에 환호하며 2000년 미국의 학계를 떠났다. 그는 4년 동안 의회에서 일하면서 정권이 원유 판매 수익을 빈곤퇴치 프로그램에 사용한다는 합법적 규정을 무시하고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을 등한시하며 국가의 자원을 전용(轉用)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2008년, 포린 폴리시 (Foreign Policy: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이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외교 전문지)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말했다. “차베스 행정부가 경제 성장의 이익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분배하는 데 있어서 이전 베네수엘라 정부 – 혹은 그 문제에 관해서, 남아메리카의 다른 저개발 국가 - 와 조금이라도 다르게 행동했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는 놀랍게도 거의 없다.”
빈곤 퇴치 프로그램들은 신기루였다. 로드리게즈 연구소의 독자적인 분석에 격분한 정권은 2004년 연구소를 폐쇄했다. 2015년에는 국민 경제 계산 자료 수집을 완전히 중단시켰다. 지금 베네수엘라 중앙 은행은 제재와 제명을 피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제출할 지표들을 찾느라 뒤늦게 애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베네수엘라 경제가 작년 대비 18% 감소했으며, 3년 연속 두 자리 숫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추정한다.
그러면 포퓰리즘의 네 번째 단계는 어떠한가? 이제 곧 닥칠 일들이다. 이 정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실 경영, 초인플레이션, 빈곤이 가속화되다 못해 궁핍한 생활조차 무너지고 실질 임금은 혹독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국제 사회는 긴급히 베네수엘라에 원조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부패하고 잔인한 정권을 구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약탈된 국가를 위해 마샬 플랜 (Marshall Plan)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그 나라가 자체적으로 붕괴하도록 놔두는 것보다 비용 대비 훨씬 더 효과적이며, 동시에 더욱 더 인간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한 첫 번째 필요요건은 베네수엘라의 합헌 세력을 지지하는 것이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자면, 남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빈곤과 싸우고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경제 및 복지 정책의 주요 목적이다. 그러나 모든 목적과 가치들이 서로 양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거래가 필요하다. 합헌적 좌파는 국가가 경제와 재분배에 개입할 때 국가의 중요한 역할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계를 이해한다. 포퓰리즘 좌파는 자신의 권한에 제한 따위는 없다고 자신하며 점증하는 사회 향상의 가능성을 저버리고 그 대신 불모지만 만들어낸다.
본 내용은 https://capx.co/the-world-must-rescue-venezuela-from-its-nightmare를 번역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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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전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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