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서울의 밤

민윤희 / 2022-05-16 / 조회: 574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에 왔다.


롯데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전경을 보기 위해 방문한터라 기분 좋게 가슴이 뛴다. 지하 1층 매표소에서 발권 후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쭉 올라갈 거라는 것만 알고 있었고 자세한 정보는 찾아보지 않았다. 생각보다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러 가는 길이 꽤 길다.


전망대로 가는 길에 롯데월드 타워의 주요 건축 기술을 전시한 공간과 “시간, 하늘에 그리다”라는 서울스카이 미디어 체험전이 열리고 있었다. 1950~1960년대의 서울 곳곳의 장면이 찍힌 흑백 사진을 볼 수 있는 한영수 작가의 사진전이다.


예나 지금이나 유행의 중심인 명동이 보인다. 구두를 신고 가는 모던 보이, 모던 걸의 패션 사진에서 또각 또각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시대극에서만 볼 수 있는 교복 모자, 지금은 나의 부모님 또래의 미취학 아동들이 얼어붙은 한강에서 스케이트 타고 있는 모습, 전쟁과 해방 후의 모습까지 실제로 겪어보지도 않은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시간의 강물이 되어 흐른다.


흑백 사진 안에는 옛사람들이 짓는 순박한 웃음과 그 뒤에 보이는 가로등 없는 낮은 주택과 건물, 한 나라의 수도임에도 민망하게 정돈되지 않은 거리가 보인다. 밤이 되면 컴컴하게 어두워질 머나먼 과거의 서울을 상상하게 된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이 사진들이 먼 옛날 시골 풍경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어둑 어둑한 117층에 도착 후 전망대의 전경이 360도의 파노라마 기법으로 환하게 펼쳐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와!” 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검은 바탕 하늘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무수한 조명들이 내 품으로 별빛처럼 쏟아지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2022년의 서울의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경제발전을 이뤘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유일한 국가로, 지금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2022년의 빛나는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바로 시장경제 체제이다. 국민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로를 선택하고 취업을 하고 회사를 설립하거나 유·무형의 모든 것들을 이루고자 할 때 방해받지 않는 것, 그것이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이 된다. 개인이 톱니바퀴처럼 각자가 설정한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사회는 끊임없이 돌아가고 국가는 윤택해진다. 풀어 말하면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선물을 하는 일, 입장료가 비싸더라도 순간의 행복을 위해 롯데타워 전망대를 선택해서 가는 일 등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고귀하고 품격 있는 일이다. 이런 것들을 위해서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자유롭고 번영한 나라를 만드는 기본 연료이다. 그래서 시장경제 체제에서도 노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 중 하나이자, 세상을 움직이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훌륭한 시스템 시장경제에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이 무너지고 왜곡되고 국가의 위기로 이어지는 역사가 반복되는 걸까?


시장경제는 한마디로 '자유 속의 경쟁’이다. 그러나 본성이 허약한 우리 인간은 언제나 경쟁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유 또한 무섭다. 자유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너무나 불안하고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지고 잘못된 선택 후에 기존 상태로 회복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필연적인,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한민국이 지난 50년 동안 수많은 국가를 추격하고 추월한 비결은 가난과 불평등이었다. 이는 빈곤에서 탈출할 동기를 부여해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성취와 보상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새삼스럽게 우리의 모든 일상에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가 녹아있는 것을 느낀다. 하루 동안 관광객이었던 나는 롯데 타워 전망대에서 생각지도 못한 감정과 마주했다. 50년 전 서울의 풍경 사진들과 지금의 찬란하게 빛나는 야경이 대비되어서 벅찬 감동을 받았고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대한민국이 이룬 변화들이 자랑스러웠다. 


도시의 밤은 너무나 아름답다. 정말 언제 봐도 장관이다.


아스팔트로 매끈하게 깔린 고속도로망, 시민들의 시간과 환경을 지켜주는 지하철, 높이 솟은 빌딩과 교통 정체로 인한 차량의 불빛 행렬조차 눈부시고 경이롭다. 


서울의 야경은 단순한 불빛이 아니다. 


이들을 24시간 유지하고 가동하는 전력은 건축, 도시 철도, 발전소, 금융 등 1· 2· 3차 산업투사들이 지난 수년 동안 밤낮으로 교대 근무하면서 흘린 땀방울로 빛나는 것이다. 모던 시대의 선도자들, 빡빡머리에 교복 모자를 눌러 쓴 청소년들, 한강에서 나무 스케이트를 타던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세대를 이어가며 보여주는 성공한 나라의 징표다. 이제는 우리 세대 차례다. 성공한 시장경제의 세대임을, 그 달콤한 열매를 다음 세대를 위해 더 크고 단단하게 영글도록 보여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아직도 지어지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빌딩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빌딩의 높이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높아질 수 있다.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하는 도시, 미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도시, 내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이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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