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급속도로 변하면서 많은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인재를 양성하려면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고,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교육은 신성하니 자본과 무관하다는 의식이 있다.
교육도 자본이 많아야 잘 할 수 있다. 자본이 많은 곳에서 인재 양성도 잘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 수십조의 기금이 쌓여 있다. 우리의 대학에도 그런 자본이 마련되어야 세계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대학에 자본이 많이 유입되고, 실력있는 인재를 양성해야,사회에 나가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이 이뤄어진다. 세계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지금, 인재 양성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한마디로 대학은 사회의 한 부분이고 학문은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한다. '학문은 순수하고 고결하니 현실과 무관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여전히 이런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자본이 풍부해야 교육도 잘된다는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본과 수입은 구분해야 한다. 자본은 학교를 설립할 때 설립자가 사재를 털어 땅 사고 건물 짓고 각종 기자재를 마련하면서 형성되었다. 학교를 운영하는 경상비는 등록금과 정부 보조금으로 해결한다. 최근 모 사립대가 자본은 있지만 경상비 적자를 메꾸지 못해 파산하면서 모든 재단의 재산이 국고로 편입됐다.
설립자가 사립대에 계속 자본을 투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본이 더 축적될 수 있는 장치, 자본을 출연하기 쉬운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여입학제도가 활성화되는 일이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들은 대학발전에 공로가 있거나 기부금을 많이 낸 사람의 자녀들에게 입학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여입학 대상자는 1600점 기준의 SAT 점수에서 160점 정도 이점을 안게 된다고 한다.
평등사상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기여입학제도에 대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사람이 등록금을 똑같이 내야 할 이유가 있을까. 8000만 원을 내는 사람도 있고, 한 푼도 안 내는 사람도 있으면 안 되는 걸까. 경제력은 차이가 나는데 모두가 똑같은 등록금을 내려니 힘에 부치는 사람이 생기고, 그래서 매년 등록금 투쟁이 벌어진다.
학생이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있듯, 학교는 학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학교가 8000만 원을 내고 다닐 학생과 공짜로 다닐 학생을 고를 권리를 가져야 한다.
기여입학제보다 더 확실한 것은 기업에서 대학에 재산을 출연하는 일이다. 기업에서 대학에 재산을 출연하면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박한 편이다. 세제 혜택을 많이 주고 인센티브를 확실히 부여해 기부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학교에 자본을 투입하면서 학교에 마음껏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가 그 요구에 충실히 부응하면 훨씬 많은 자본이 학교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은 기부금을 잘 활용해 좋은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자본을 현실에 적합한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자본을 충분히 이용해 현실에서 가치 창출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본이 탄탄하면 교육도 잘 되기 마련이다. 풍부한 환경 속에서 좋은 인재가 배출되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여러 제약이 많은 데도 우리나라 대학이 중위권에 오르고, 국민소득 3만5000달러로 선진국에 진입했다. 규제가 풀어지고 모든 게 원활하게 돌아간다면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와 네덜란드를 앞질러 국민소득 8만 달러 고지에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자본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많이 연구해야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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