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망(農亡) 4법’이 맞다

권혁철 / 2024-11-27 / 조회: 399

삼성전자가 반도체 칩을 너무 많이 생산해서 가격이 하락한다. 남는 반도체 칩을 정부가 나서서 의무 매입하고, 그 가격이 '공정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의무화한다. 현대자동차가 자동차를 너무 많이 생산해서 시장에서 남아도는 차량이 생기면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고, 그 가격이 너무 낮으면 그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도록 의무화한다. '폐업으로 창고 대방출’ '눈물을 머금고 떨이 판매’ 등을 하는 경우 그 물건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고, 그 가격이 '공정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을 정부가 보장하도록 의무화한다. 이게 말이 되는 정책인가? 말도 되지 않는 정책이란 것을 너도나도 잘 알기에, 이런 정책을 제안하는 정치인도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으로 옮기려는 정치인들이 있다. 물론, 전자나 자동차 부문이 아닌 농업 부문이지만, 정책의 내용은 똑같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강제하고 쌀값이 '평년 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의결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내용이다.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농업 관련 개정안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말고도 3건이 더 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는 특정 과일과 채소류에 대해 시장가격과 기준가격간 차액을 보전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또,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는 보험료율 산정 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대해 할증 적용을 배제한다는 내용을 담았고,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에는 재해 발생 시 이전까지 투입된 생산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생산한 생산물의 가격을 보장해 주고, 생산자가 기울여야 할 의무와 책임은 모두 면제시켜 주자는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헌법상 자유시장 경제 원칙과 농업의 미래를 무너뜨리는 '농망(農亡) 4법’ 강행 처리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언급했다. '농망(農亡) 4법’이라는 조어(造語)가 잘 표현했듯이, 송 장관은 각각의 법안이 초래할 부정적 효과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송 장관이 비판하는 내용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는 내용으로 특별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내용대로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고, 가격이 평년 가격 밑으로 하락하면 그 차액을 보전해준다면, '농민들은 쌀농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쌀은 계속해서 과잉 생산될 것이고, 그것을 매입해야 하는 정부의 재정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생각해 낼 수 있는 내용이다. 생산자가 기울여야 할 의무와 책임을 모두 면제시키면 이른바 도덕적 해이가 초래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른바 '여의도’에서는 이런 상식 수준의 논리조차도 '정치 논리’에 밀려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국회 소관 위원회를 통과한 농업 관련 4가지 개정안은 송 장관이 잘 표현했듯이 '농망(農亡) 4법’이 맞다. 그 개정안들은 농민을 망치고 농업을 망치는 반자유적, 반시장적 법안들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장관을 응원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통과가 된다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이런 '농망 법안’들이 시행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권혁철 자유시장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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