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의 최근의 부동산 정책 행보에 관해 논란이 한창이다. 2월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그러자 누구나 예상했던 대로 3월 들어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런데, 이에 놀란 듯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재지정했다. 마치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는 반응이다. 더군다나 동(洞) 단위로 지정되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최초로 구(區) 단위로 확대해서 묶인 것이다. 규제를 해제한 지 한 달 만에 한층 더 심한 규제로 반응한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투기가 성행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지역에 대해 국토교통부나 시도 지사가 일정 기간을 정해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1978년 12월 처음 도입된 제도로 외환위기, 금융위기 이후 유명무실해졌다가, 2020년대 들어 대규모 아파트가 포함된 서울시 중심에도 지정되기 시작한 제도다. '사고팔려면 관(官)의 허락을 받아라’ '당신이 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공무원이 판정하겠다’는 이 제도는 근본적으로 개인의 재산권 행사와 자유를 극도로 침해하고 제약하는 반시장적, 반자유주의적, 사회주의적 제도로서 마땅히 없어져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해제했다가―애초에 왜 무슨 생각으로 해제를 했었는지조차 의문이 들게 만들지만―다시 확대·재시행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억지로 막았던 봇물이 터지면 한동안 격류가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 당연한 이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랴부랴 확대·재지정하는 정부와 서울시의 대응도 그렇지만, 규제를 풀어 집값이불안해졌다고 규제를 해제한 것을 '정책 실패’라고 비난하는 이른바 '경제 전문가’들의 반응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토지거래허가제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이고, 따라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왜곡되었던 것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정책 실패’라고 부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평소 '친시장’을 주창하던 전문가들과 미디어조차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일러 경제석학인 미제스(Mises)는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고 했다. 레닌(Lenin)만 사회주의 건설에 커다란 도움을 주는 쓸모 있는 바보들이 있다고 한 것이 아니다. 평소 친시장을주창하다가도 본인도 모르게 사회주의적 정책, 통제주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쓸모있는 바보들’이 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부동산 문제도 통제와 억압으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해서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역사적, 경험적으로도 통제와 억압으로 해결한 선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대로, 시장경제적인 방법으로 해결한 선례는 많다. 비근한 예로, 18세기 인도의 벵갈 지방에 기근이 발생했는데, 그때 정부는 농산물 거래상과 투기상들을 단속하고 쌀의 가격을 통제했다. 결과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그런데, 19세기에 인도에 다시 기근이 닥쳤을 때, 과거와는 정반대로 시장에 맡겨두었더니 결과 역시 정반대로 나타났다.
16세기 스페인 통치하의 안트워프에서 반란이 일어났을 때 스페인 정부는 반란군을 굶겨 죽일 목적으로 봉쇄정책을 폈다. 식료품 가격이 치솟자,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스페인의 봉쇄를 뚫고 밀거래가 이루어졌고, 안트워프의 반란군은 살아남았다. 그런데, 식량난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안트워프 당국은 식료품에 대해 최고가격제를 정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엄격하게 처벌했다. 그러자 위험을 무릅쓰고 스페인의 봉쇄를 뚫고 식료품을 들여 올 유인은 사라졌고 식료품의 공급은 급감했다. 결국 안트워프는 식량 부족으로 인해 스페인에게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역사적 경험적 사례는 무수히 많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모든 인민에게 '1주택을보장’하는 북한의 주택 실상과 모든 인민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는 북한의 의료 실상은 어떤가. 이런 사례들은 경제원칙을 무시하고 시장을 폐쇄한 채 규제와 통제 및 억압을 통해서는 결코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적으로 증명해 주는 사례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가 부랴부랴 확대·재지정하는 정부와 서울시의 행태를 보면, 이런 무수한 역사적, 경험적 사실조차 '나 몰라라’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민주제도 하에서 정치인이 통제와 규제를 선호하는 여론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자유시장경제 학자인 토마스 소웰(Thomas Sowell)은 여론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정치인들이 정치인생을 걸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했다. 우리가 정치인을 '정치가’와 '정치꾼’으로 구분하는 것도 그런 이유 아니겠는가. 역사적, 경험적 사실조차 '나 몰라라’ 하면서 결과가 어찌 되든 여론의 흐름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정치꾼이라고밖에는 달리 칭할 단어가 없다.
권혁철(자유시장연구소장,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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