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도시를 꼽으면 미국 맨해튼, 영국 런던,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대한민국 서울 순이다. 서울이 세계 5대 도시에 속하니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서울과 맨해튼을 비교한다면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서울집을 팔면 맨해튼에 더 큰 집 산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 알만한 사람들은 서울이 아닌 맨해튼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서울보다 맨해튼이 더 자본화된 땅이라는 사실을 알아본 것이다. 자손에게 물려줄 것은 돈이나 부동산이 아닌 자본화라는 것을 새삼 환기시키는 현상이다.
자본화된 맨해튼은 어떤 도시일까. 산업화된 도시, 문화적 특성, 바람직한 정책, 뛰어난 노하우를 모두 갖추었다는 의미다. 맨해튼 같은 자본화된 도시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만 후손들이 이 땅을 떠나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본화된 도시는 교통과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허락된 자유가 많아야 한다. 즉 복잡하고 쓸데없는 규제가 사라져야 한다. 맨해튼을 가장 자본화된 도시로 꼽는 건 교통도 발달했지만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적 전통과 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된 맨해튼은 문화적 특성, 바람직한 정책, 뛰어난 노하우를 많이 갖추고 있다.
맨해튼에 가면 고층빌딩이 촘촘하게 서 있는데 도로는 좁고 차들은 많지 않다. 비결은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철망 덕분이다. 처음 간 사람은 제대로 타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요즘 '국뽕 유튜버’들이 서울 지하철이 최고인 것처럼 말하며 맨해튼의 지하철을 더럽다고 폄하하기 일쑤다. 맨해튼의 첫 번째 지하철 노선은 1904년 10월 27일에 개통되었다. 현재 27개 노선으로 늘어났으며 24시간 운행한다. 지하철의 핵심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신속하게 이동하는 게 포인트다.
우리나라 지하철 1호선이 1974년 8월 15일에 개통되었으니 맨해튼이 70년 빨랐던 셈이다. 오래되었기 때문에 맨해튼 지하철 시설이 노후한데 계속 리모델링을 해서 많이 나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지하철이 깨끗하고 우수한 건 사실이지만 이것은 자본재가 아닌 관리의 문제일 뿐이다.
미국은 농구장, 야구장, 아이스하키장, 미식축구장이 있어야 도시로 인정한다. 맨해튼, 샌프란시스코, LA, 시카고 정도가 이 네 가지를 갖추고 있다. 네 도시는 기능이 고도로 발달해 자본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웬만한 건 해결이 가능한 곳, 도시가 자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서울권과 부산권 밖에 없다. 우리나라 세종시나 네덜란드 덴하그는 단순한 행정도시에 불과할 뿐 도시가 자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D.C.도 정치 일번지일 뿐 도시 기능은 약하다.
도시가 도시의 역할을 하려면 생태계 유닛을 이루어야 한다. 부산이 그나마 도시 역할을 하는 건 가까운 울산, 창원과 유닛을 이룬 덕택이다. 대구나 광주는 인근에 유닛을 이룰 도시가 없다보니 도시가 자본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은 경기도와 인천과 유닛을 이루고 있고 도쿄는 인근의 요코하마와 유닛을 이루면서 하나의 생태계가 된다. 생태계가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하나의 큰 도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행정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도시 안에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어야 자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경쟁력은 곧 도시경쟁력인만큼 자본화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면밀하게 움직여야한다.
서울이 맨해튼보다는 못하다지만 파리와 바꾸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파리가 더 화려하지만 확일화되고 규격화되고 통제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도시에서는 창조, 혁신, 번영이 이뤄지지 않는다.
호주의 시드니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 아름다운 도시가 많지만 그런 도시는 산업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서울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역동적이며 산업화된 시설이 밀집된 서울은 유리한 면이 많아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5대 도시 서울은 경쟁력 있는 땅이다. 조선 500년, 대한민국 100년 동안 수도 역할을 한 것이 그 증거다. 서울이 더 자본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치밀한 정책을 세우고 추진해나가야 한다. 부동산 개발정책을 비롯한 모든 정책이 후손에게 자본을 물려줄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시를 집중화하고 부동산의 경쟁력을 만드는 일은 긴 시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자본의 눈으로 바라보며 경쟁력을 길러나가야 자본화된 조국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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