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이라고 하면 대개 부동산과 현금을 떠올린다. 부모가 세상을 떠날 때 특별한 유언이 없는 한 법률에 따라 자녀들이 부동산과 현금을 분배하게 된다.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형제간에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하다가 정말 피를 부르는 일까지 있다.
돈이나 건물 같은 유산을 받으면 당장 풍요로워지겠지만 여러 가지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 갑자기 목돈이 생기고 매달 임대료가 들어오면서 나태해지거나 타락의 길로 들어선 예가 셀 수 없이 많다.
단순한 돈이 아닌 자본을 유산으로 받는다면 나뿐만 아니라 집안과 국가, 나아가 세계인까지도 풍성해질 수 있다. 계산해서 딱딱 분배받는 물질보다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는 유산을 물려주고 그런 유산을 받아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올바른 유산을 물려주자는 헤리티지(Heritage) 운동을 오래전부터 펼쳐왔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자유, 기회, 번영, 시민 사회 번성’이라는 미션을 내걸고 미래 세대에 좋은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헤리티지 운동은 단체뿐만 아니라 개인들에게도 널리 퍼져있다. 미국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부모들은 자녀가 돈보다 평생을 살아갈 지식 자본을 쌓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한다. 양질의 교육을 통해 능력있는 전문인으로 성장시켜 세파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자본화된 유산을 물려주려는 정신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부모들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엄청난 돈을 대학에 기부한다. 아이에게 돈이 아닌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자녀가 훌륭한 교육을 받아 능력있는 인물이 되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유산의 자본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평등의식이 강해 기부 입학제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만 대학을 운영하다 보니 재정이 빈곤해 아직도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대학도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의 기부입학 제도는 오래전에 정착되었다. 부자 자녀의 입학으로 대학 재정이 좋아지면 수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는다는 인식 덕택이다. 미국이 기부입학제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은 들어가기는 쉽지만 졸업하기 엄청나게 어렵기 때문이다.
꼭 대학에 가서 교육을 받는 것만 자본화가 아니다. 가수의 자녀가 맛깔나고 찰지게 노래 부르는 것도 분명한 자본이다. 의사 아버지가 아들과 의료기술에 대해 대화하면서 의학 지식을 전수해주거나 한의사가 침술을 전수해주는 것도 유산의 자본화가 틀림없다. 마트를 운영하는 아빠 덕에 어릴 때부터 장사수완을 배우거나 보일러공 아버지한테 기술을 배워 아버지 못지않은 솜씨를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유산의 자본화라고 할만하다.
돈이 아닌 지식을 후손에게 물려주어 그 지식이 가치를 발휘하면 사회자본이 되는 것이다. 훌륭한 자본이 많은 사회가 번성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돈을 물려줄 것인가, 자본화된 유산을 자녀에게 안길 것인가. 비단 자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좋은 유산을 남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본화된 좋은 유산을 물려주면 가치가 점점 퍼져나가면서 나의 자녀와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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