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서스 "인구가 식량보다 빨리 증가해서 지구는 종말"
…기술발전으로 생산성 급증…선진국마다 인구 줄어 고민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맬서스는 1798년 인류사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책 《인구론》을 저술했다. 그는 이 책에서 식량의 증산 속도와 인구의 증가 속도를 비교해 보건대 인류는 머지않아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할 거라고 예언했다. 현대인의 귀에도 익숙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표현은 맬서스에게서 나온 말이다.
맬서스와 종말론자들
산술급수란 1, 2, 3, 4, 5 … 식으로 증가하는 것이고 기하급수란 1, 2, 4, 8, 16 … 식으로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식량과 인구의 격차가 이런 식으로 벌어진다면 인류는 결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인류의 미래를 근심한 맬서스는 《인구론》의 결론을 토대로 빈민층을 대상으로 하는 불임 시술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인구 관리 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맬서스의 예상은 다행히도 오래지 않아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의 종말론적 미래관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1968년 일단의 지식인과 과학자들은 ‘로마클럽’이란 비영리 연구기관을 만들었다. 로마클럽은 환경오염과 자원의 고갈 추세를 감안할 때, 인류는 100년 이내에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 물론 이들의 주장도 사실이 아닌 걸로 판명됐다.
맬서스와 로마클럽의 예상은 빗나갔지만 그들의 주장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에도 제법 큰 영향을 미쳤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고 부르짖었던 1960~1980년대의 산아 제한 정책이 그렇다. 우리의 가족계획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는 20세기 맬서스의 가장 충실한 계승자였던 셈이다.
그의 수확체감법칙은 틀렸다
맬서스의 예상이 빗나간 이유는 뭘까? 맬서스는 살아있을 때도 이름난 경제학자였으며, 《인구론》의 이론적 근거도 경제학적 배경을 토대로 하고 있다. 바로 오늘날 경제학원론에도 나오는 ‘수확체감의 법칙’이다.
수확체감이란 재화를 생산할 때 자본이나 노동 등 개별 생산요소를 늘리면 전체 생산량(총생산)은 증가하지만 생산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생산량 증가분(한계생산)은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보자. 인구가 늘면 인류는 농사에 투입하는 농부 숫자를 늘릴 것이다. 하지만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토지의 규모는 일정하니 농부 수를 무한정 늘린다고 해서 농산물도 그만큼 따라 증가하진 않는다. 앞서 말한 식량과 인구 간의 격차는 여기에서 발생하고 따라서 식량난은 피하기 어렵다고 맬서스는 생각했다.
맬서스의 예상이 빗나간 이유를 오늘날 우리는 잘 안다. 비록 땅은 늘지 않았지만 과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진보했다. 농업 기술이 진보하면서 자본과 노동 모두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다. 생물학이 발달하면서 단위당 산출량이 더 많은 종자가 나왔고 기계공학이 발달하면서 더 뛰어난 성능의 농기계가 나왔다.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기술 진보로 농산물의 공급 곡선 자체가 위로 이동해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다.
사실 맬서스가 주목한 수확체감의 법칙 자체가 본래 장기보단 단기에 더 들어맞는 이론이다. 단기엔 기술 수준이 일정하다. 하지만 장기엔 기술 수준 역시 노동이나 자본의 투입량만큼 유동적으로 바뀌는 변수다. 산업혁명이 본격화하기 전에 살았던 맬서스로선 농업 기술이 진보해 수확 체감을 극복할 거라는 예상까지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맬서스가 틀린 데는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그가 사람의 가치를 몰랐다는 점이다. 맬서스에게 인간은 그저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기만 하는 존재였다. 그러니 자연 자원이 일정한데 인구가 늘면 인류 전체가 위험에 빠질 거라는 결론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그 자체로 혁신적인 자원이다. 맬서스가 기술의 진보를 예상하지 못한 건 시대적인 한계도 있지만 결국 그가 기술의 진보를 이끌 인간의 능력을 신뢰하지 않았던 탓이 크다.
인간 자체가 뛰어난 자원
현대 인류는 자원과 환경을 덜 소모하면서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는 뛰어난 과학과 기술들을 창조해냈다. 인간은 자원을 소모하기만 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가장 우수한 생산자이자 혁신자다. 인류의 근현대사는 맬서스와 그의 뒤를 이은 로마클럽의 생각과는 달리 늘어난 인구가 그만큼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늘어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학 기술 문명을 혁신시킨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인구 증가를 걱정했던 맬서스로선 민망스럽겠지만 현대 선진 국가들은 뜻밖에도 인구 감소 추세를 더 근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서유럽 등지에서는 인구 노령화가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대두됐고 그중엔 이미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나라들도 있다. 한때 산아 제한의 세계적 모범 국가였던 우리나라는 2006년 가족계획 표어를 ‘낳을수록 희망가득 기를수록 행복가득’으로 바꾸었다.
■ 기억해주세요
맬서스는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는 《인구론》의 결론을 토대로 빈민층을 대상으로 하는 불임 시술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인구 관리 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맬서스의 예상은 다행히도 오래지 않아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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