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상속세, 기업을 위협하다

최승노 / 2020-05-25 / 조회: 4,787

손톱깎이 세계기업 '쓰리쎄븐' 주인 바뀐 이유는

높은 상속세 탓에 지분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죠


손톱깎이가 없는 집이 있을까? 손톱깎이는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이 작은 생활필수품으로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기업이 바로 ‘쓰리쎄븐’이다. 쓰리쎄븐은 손톱깎이로 30년 이상 세계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고,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할 정도였다.


상속세는 정의로운가?


1995년에는 쓰리쎄븐이란 상표를 놓고 미국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와 상표권 분쟁을 벌였고 끝내 이겼다. 그만큼 쓰리쎄븐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강소기업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쓰리쎄븐의 영광은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과거형으로 종결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상속세 문제였다. 2008년, 창업주인 김형규 회장이 갑자기 별세하면서 기업의 존속이 크게 위협받게 됐다. 상속법에 따라 증여자가 5년 안에 사망하면 증여는 상속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2006년 가족과 임직원들에게 증여한 37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이 김형규 회장의 별세로 졸지에 ‘상속’이 돼버렸다. 당시 증여받은 사람들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약 150억원에 달했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유족들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회사를 매각해야 했다. 상속세의 덫이 경영권은 물론이고 회사의 존립 자체를 어렵게 한 셈이었다. 그렇게 글로벌 강소기업 쓰리쎄븐 창업자의 영광은 세금과 함께 막을 내리고 말았다.


상속세만큼 정의롭지 못하고 해악이 큰 세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식을 위해 부를 이루고 또 물려주고 싶어 한다. 이런 기본적인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세금이 바로 상속세다. 자식이 혹은 후계자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배려하는 마음은 인류가 발전해온 원동력이다. 넉넉한 살림, 건실한 일감, 살기 좋은 환경,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상속세는 남기지 말고 다 써버리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 일군 사람을 벌주는 세금


상속세는 열심히 일해 무언가를 남기려는 사람에게 벌을 주는 세금이다. 특히 부를 일궈낸 사람에게 가혹한 누진세를 적용하는 징벌적 과세다. 이런 세금은 자연히 사회 활력을 없애고 사회 구성원의 소득을 줄이게 마련이며, 그 사회의 생산성을 결정짓는 자본의 형성을 방해한다.


인류의 진보 과정에 암적 요소가 되는 이런 모순된 제도가 과거에도 있었을까. 사실 상속세가 처음부터 자식에게 부를 넘기지 못하게 만드는 수단이었던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인류가 자본을 형성하고 물려주는 보편적 행위(상속)는 탄압의 대상이 됐다. 당장 소비하는 것이 장려되고 가족은 해체됐으며, 미래 세대에 빚을 물려주는 것이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부를 자식에게 넘겨주는 것은 사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누구나 자식에 대한 교육열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가진 것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사람의 심성이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부자에게는 이를 예외로 하고 싶은 사람들의 시기심인 것이다. 부자들의 재산은 몰수해도 좋다는 사회주의 심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부자들은 착취의 대상이 되고 그 재산은 강탈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거둬들인 상속세가 클 리가 없다. 어느 나라에서나 상속세는 거두는 비용이 더 큰 세금이다. 만약 상속세 때문에 경제 행위가 왜곡되는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그 사회적 폐해는 엄청나다.


상속은 본능


이처럼 얼마 안 되는 세금을 걷기 위해 우리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상속세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많은 나라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낮추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서 우리나라가 벗어나 있는 것은 자본주의 비판 세력이 우리 사회 정체성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방된 사회의 장점을 무력화시키며 반자본주의 운동을 펼친다. 상징적인 스캔들을 만들어 대중을 현혹시킨 다음, 시장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려 사회주의 제도를 만드는 디딤돌로 삼는다. 우리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상속세를 이제는 폐지할 때가 됐다. 부자도 부를 상속할 수 있는 합법적 길을 터주는 것이 현명하고 모두를 이롭게 하는 해결책이다. 자유로운 증여와 상속은 개인의 당연한 권리이며,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보장하는 기본원리다.


■ 기억해주세요


상속세는 열심히 일해 무언가를 남기려는 사람에게 벌을 주는 세금이다. 특히 부를 일궈낸 사람에게 가혹한 누진세를 적용하는 징벌적 과세다. 이런 세금은 자연히 사회 활력을 없애고 사회 구성원의 소득을 줄이게 마련이며, 그 사회의 생산성을 결정짓는 자본의 형성을 방해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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