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식 정의'는 현대엔 비합법적이죠
법치에 의한 자유 수호가 공화정의 기본이죠
로빈 후드는 영국 민담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탁월한 활 솜씨와 리더십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고, 무리를 형성해 숲속에 근거지를 마련했다. 그리고 부유한 귀족을 상대로 도둑질을 일삼았다. 그런데 중세의 기록을 살펴보면 로빈 후드를 의롭거나 정정당당하게만 그려놓지는 않았다.
로빈 후드는 불법조직일 뿐
“최근 백성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셔우드 숲과 같이 잉글랜드의 법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로빈 후드라 불리는 무법자가 무리를 이끌고 도둑질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고 룩스포드는 밝히고 있다.
로빈 후드는 꽤나 오랫동안 무법자의 대명사로 알려졌다. 민담에서는 로빈 후드를 ‘탐욕스러운 귀족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는 의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백성을 돌보지 않는 부패한 귀족(정부)에 대한 대안인 듯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 이미지와 전혀 다른 ‘무법자’라는 평가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로빈 후드가 이끄는 무리의 특성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로빈 후드는 요즘 말로 표현하면 사실상 ‘비합법적 폭력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나 다름없다. 로빈 후드의 무리는 어떠한 원칙도, 법적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로빈 후드가 무리의 수장으로서 누리는 권한 역시 마찬가지다. 즉 로빈 후드나 그가 이끄는 무리는 힘에 의거한 조직에 지나지 않으며, 이것은 근대적 의미에서 법의 테두리 밖에 존재하는 폭력 조직과 특성이 상당히 유사하다.
로빈 후드와 정부의 차이
그렇기에 로빈 후드와 그 무리는 정부 조직과 엄연한 차이를 가진다. 정부는 법에 기반해 통치활동을 하는 조직이다. 쉽게 말하자면, 현대인들은 과거의 왕정시대와 달리 법의 통치를 받으며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조건과 맞는 국가를 자유롭게 선택해 살 수 있다. 원하지 않는 정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법치야말로 정부가 정당성과 합법성을 획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특정 집단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법을 무시하고 활동한다면 그것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에게 폭력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로빈 후드 이야기가 마치 약자를 대변하는 것처럼 정의롭게 그려지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국가』에서 철인정치를 통해 이상국가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이란 철학자, 즉 당대 최고의 지식인을 일컫는다. 플라톤은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어리석은 다수에게 휘둘리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정치체제라 보고, 이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따라서 이성과 지성, 그리고 덕성을 고루 갖춘 철학자, 즉 철인이 절대적인 지배자로서 사회를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다수에게 소수가 희생되는 일이나 다수의 이익에 따라 사회가 좌지우지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반면 로마의 공화정은 플라톤의 철인통치론과 굉장히 대조적인 특징을 지닌다. 로마의 공화정은 비록 귀족 중심적이기는 하나, 왕이나 귀족이 정부를 장악하고 권력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로 권력의 분리와 균형, 그리고 견제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안정적이고 선진적인 정치체제였다. 또한 귀족이 아닌 서민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하여 정치적 권력이 귀족에게 쏠리는 것을 방지했다.
철인정치와 공화정
로마의 공화정은 기본적으로 귀족 중심의 정치체제였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자유를 포함하고 있었다. 평민의 정치적 발언권이 꽤나 높았고, 유력한 평민의 경우 신분상승의 기회도 주어졌다. 기원전 451년에는 로마법의 원형인 12표법을 제정해 법의 평등성을 보장했다. 이처럼 평민의 자유와 권익이 꾸준히 신장된 덕분에 로마는 공화정 시기에 정치적 안정과 사회 번영을 동시에 이룰 수 있었다.
플라톤의 철인통치론에는 없지만, 로마 공화정에는 있는 것이 바로 ‘자유’의 개념이다. 우리는 여기서 정부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즉 정부는 헌법에 근거해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존재 의의가 있다.
● 기억해주세요
법치야말로 정부가 정당성과 합법성을 획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특정 집단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법을 무시하고 활동한다면 그것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에게 폭력과 다름없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NO.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
319 | 교육개혁? 시장에 답이 있다 권혁철 / 2024-11-13 |
|||
318 | 잘 살고 못 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권혁철 / 2024-10-23 |
|||
317 | 자본이 어려운 당신에게 최승노 / 2024-10-10 |
|||
316 | 겨울 해수욕장에는 ‘바가지요금’이 없다 권혁철 / 2024-10-10 |
|||
315 |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 필요하다 권혁철 / 2024-09-24 |
|||
314 | 이유 있는 금융 부문 낙후...작은 정부 구현은 금융 규제 개혁부터 권혁철 / 2024-09-11 |
|||
313 | 뜬금없는 한국은행의 대학생 선발 방식 제안? 본업에 충실하길... 권혁철 / 2024-08-28 |
|||
312 | 복지 천국으로 가는 길은 노예로의 길이다 권혁철 / 2024-08-14 |
|||
311 | ‘노란봉투법’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권혁철 / 2024-07-24 |
|||
310 | 저출생의 무엇이 문제인가? 권혁철 / 2024-07-11 |
|||
309 | 국민연금 운용 독점의 부작용 최승노 / 2024-07-08 |
|||
308 | ‘인플레이션’ 용어의 왜곡과 정부의 숨바꼭질 놀이 권혁철 / 2024-06-26 |
|||
307 | 부동산 규제 철폐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권혁철 / 2024-06-12 |
|||
306 | 시진핑 `신에너지 경고`의 의미 최승노 / 2024-05-31 |
|||
305 | 민심은 천심! 최저임금은 민심을 거스르는 제도 권혁철 / 2024-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