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은 100년 된 위스키나 다름없다. 한 모금에 현실의 고통은 잊을지 모르나, 결국 우리의 자유와 존엄성을 서서히 마비시켜간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은 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위스키의 실체를 폭로하며, 우리 사회가 어떻게 자유시장경제와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팔아 전체주의라는 취기에 빠져드는지 경고한다.
역대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들은 21대 국회의 비서관으로 일하며, 나는 하이에크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과정을 목도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부동산 거래 규제 및 과세 강화, 기초연금 확대 등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은 모두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시행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0년 43.6%에서 2023년 50.4%로 급증했고,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11억 원을 돌파했으며, 순자산 지니계수는 5년 연속 증가했다. 하이에크가 경고한 '치명적 자만'이 대한민국에서 실현된 것이다.
하이에크는 "인간의 이성으로 복잡한 사회경제 시스템을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정책을 예로 들면, 정부는 이를 통해 코로나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하이에크의 '분산된 지식' 개념에 따르면, 어떤 중앙집권적 기관도 복잡한 경제 시스템의 모든 정보를 완벽히 파악할 수 없다. 특히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의 경우, 대대적인 환수조치로 인해 행정부담과 소상공인들의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단기적 소비 진작에 그치고, 장기적으로는 5%대 물가상승률과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국가채무라는 숙취를 초래했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자생적 질서'를 무시한 채 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시도였다. 그 결과, 2017년 대비 2022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약 80% 상승하며 주거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하이에크가 주장한 "자유로운 가격 체계야말로 분산된 지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말은 현재 우리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의 확대는 하이에크가 가장 우려했던 '노예의 길'로 향하는 첫 잔이다. 그는 "복지국가의 이상은 결국 개인의 자유를 희생시키고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나는 의정활동을 하며, 많은 정치인들이 단기적 인기를 위해 기초연금 인상, 청년기본소득 도입 등 무분별한 복지 확대라는 술을 국민들에게 권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개인의 자립 의지를 약화시키는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이에크의 통찰은 경제 정책을 넘어 사회 전반에 적용된다. 그의 사상은 칼 포퍼의 '열린사회' 개념과 맥을 같이 하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적 토대를 제공한다. "자유는 책임을 동반한다"는 그의 강조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포퓰리즘이라는 술에 취해 잃어가고 있는 중요한 가치를 일깨워준다.
'노예의 길'은 우리에게 자유시장경제의 가치와 개인의 책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은 값비싼 위스키의 유혹으로 느껴지지만, 그 끝에는 자유의 상실과 재정파탄이라는 극심한 숙취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하이에크의 경고를 가슴에 새기고, 자유와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건전한 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년 100조 원씩 늘어나는 국가채무와 7%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복지와 규제를 요구하는 '행복한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스스로 노예의 길을 걸어갈지도 모른다.
NO. | 수상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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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대상 | `결정할 권력`에 맞서는 `선택할 자유` 정신건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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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대상 | 자유의 위기와 구속의 길: 《노예의 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김현익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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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수상 | 위스키 한 잔에 담긴 노예의 길 금성윤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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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최우수상 | 평등을 갈망하는 우리들 임성민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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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최우수상 | 반지성의 시대에 자유와 이성을 정회훈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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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최우수상 | 노예가 될 것인가, 주인이 될 것인가 김수만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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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최우수상 |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자유 김유진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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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최우수상 | 도덕적 인간, 윤리적 인간 김회연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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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최우수상 | 유토피아를 향한 잘못된 욕심 강수진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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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최우수상 | 선택할 자유를 억압하는 연금 개혁 김수철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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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최우수상 | 더 많은 자유를 위한 선택 임경효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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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최우수상 | 하이에크가 사회 초년생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강선행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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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우수상 | 하이에크와 현대사회의 자유주의 로드맵 김은준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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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우수상 | 자유의 원칙과 인권의 관계 서현순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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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우수상 | 자유를 포기하는 사람은 자유와 안전 그 어느 것도 누릴 자격이 없다. 서민준 / 2024-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