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정치권과 경제 관련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섰다. 이번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확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다. 요컨대, 하도급 근로자가 자신이 속해 있는 회사가 아닌 원청 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또 불법파업에 대항한 회사의 손해배상청구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법안을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국회 소위원회를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노란봉투법’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법안은 본래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의 주도로 통과가 되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되었던 법안이다. 이것을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야당이 다시 발의한 것이다.
알고 보면, '노란봉투법’의 실질적인 역사는 지난 21대 국회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오래전에 시작된 것으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것만 찾아보더라도 거의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7월에 일단의 노동조합원들이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하고 포스코 본사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농성을 하면서, 포스코 본사에 대해 자신들과 협상할 것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언뜻 보면, 포스코의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회사를 상대로 파업을 벌이는 것 같지만, 사실 이들은 포스코의 근로자가 아니다. 포스코는 해당 공사를 발주한 발주업체일 뿐이었고, 이 근로자들은 포스코로부터 수주를 받아 해당 공사를 하는 전문건설사 소속 근로자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소속된 회사와 임금 인상을 놓고 단체협상을 벌이다 결렬되자 발주업체인 포스코에 몰려가 포스코 직원들을 가두고 불법 점거농성을 벌였던 것이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재판 두 건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전국택배노동조합이 택배 대리점 대신 원청 기업인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건이며, 다른 하나는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원청 기업인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건이다. 이렇게 보면, '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집행된다는 것은 적어도 거의 20년이나 오래 추진해 온 노동조합의 '투쟁’이 목적을 달성했다는 공식적인 선언이 되는 셈이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경제계의 우려는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이 법이 통과되면, 원청 기업은 당장에 하청기업 근로자 및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존의 노사관계에 또 하나의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불법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단 하나, 그것도 사후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는 것뿐인데, 이것마저 무력화된다면 이제 기업들은 불법파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노란봉투법’이 갖고 있는 가장 크고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헌법 가치인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뿌리째 흔든다는 점이다. 일례로, 자유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가운데 하나는 사유 재산이며, 국민은 자신의 재산을 지킬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그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불법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수단마저 쓸 수 없도록 손발을 묶는다. 이는 국민의 재산권을 지킬 권리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 또한 국가가 재산권 보호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재산권 침해를 조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의 과잉 확대, 손해배상책임 제한이 위헌이라는 이야기가 공연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매년 발표되는 국제경쟁력 지표를 조금이라도 주목해서 살펴보기라도 했다면, '노란봉투법’ 같은 법안을 제출하기는 힘들 것이다. 국제경쟁력 지표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낙후된 부문이 노동 부문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노동 부문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임금 결정의 경직성, 고용 및 해고의 경직성, 그리고 갈등의 노사관계이다. 당연히 경직되어 있는 이런 부분이 개혁되어야 우리나라 국제경쟁력이 크게 상승하고 경제도 활기를 찾을 것이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오히려 정반대로 더더욱 경직시키겠다는 것이 아닌가.
위헌적이고, 반시장경제적이며, 대한민국의 국제경쟁력을 심각하게 무너뜨리는 '노란봉투법’은 애초에 제안되지도 않아야 할 법이다. 나아가 엄밀한 의미에서 국회가 통과시킨다고 해서 다같은 '법’이 되는 것도 아니다. '법다운 법’만을 법이라 할 수 있고, 그런 법에 따라 통치되는 나라가 진정한 '법치국가’다. '노란봉투법’은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 통과된다면, 대통령은 다시 한번 거부권을 행사하여 '법 같지도 않은 법’을 거부해야 한다.
권혁철 자유시장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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