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이제는 청년과의 동반성장을 모색해야 할 때

곽은경 / 2024-11-04 / 조회: 302       브릿지경제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은 매우 엄혹하다. 대학 문턱이 높아 4명 중 1명이 재수나 삼수를 하고 있으며, 대학 졸업 후에는 수년을 취업 재수생 신분으로 보내야 한다. 그나마 취업에 성공한다면 운이 좋은 경우일 것이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구직 활동을 포기한 채 그냥 쉬고 있는 청년들이 무려 75만 명이라고 한다.


이런 청년들은 ‘N포 세대’라 불린다. 포기할 것이 셀 수 없이 많아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는 물론 급기야 꿈과 미래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딱한 사정을 표현한 용어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380조 예산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합계 출산율이 0.7에 그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당장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고려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좋은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급여 수준이 높고 복지 제도가 좋은 대기업 일자리를 원한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편한 직장 역시 대기업이다. 이러한 양질의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3.9%에 불과하며,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의 48%, 독일의 41%, 일본의 30%와 비교할 때, 우리는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대기업 일자리가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기업의 규모별 규제를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자산규모가 2조원을 넘으면 사외이사 선임에 제약조건이 따르고,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 된다. 5조가 넘으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 의무 및 각종 규제를 적용받으며, 10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의 경우 상호·순환 출자가 금지되고, 채무 보증 및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등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러한 단계별 규제가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유인을 감소시킨다.


반기업 정서에 기반한 규제 역시 대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상속세와 법인세 등의 세금 부담이 크고, 중대재해처벌법, 노랑봉투법과 같은 노동 규제도 계속해서 양산되면서 근로자의 고용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대기업은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도,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힘들 수밖에 없다. 부족한 대기업 일자리로 인해서 청년들은 혁신을 주도하고,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는 대신 수능 공부와 취업준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이는 개인 차원에서도, 국가 차원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보호도 좋은 일자리를 없애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정책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골목상권의 생존을 강조하며, 시장에서 대기업을 퇴출시켜왔다. 동반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생계형적합업종’ 같은 제도들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정책적 보호에 안주하고, 중견기업들은 규제가 두려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꺼리다 보니 한국경제가 동반침체의 위기에 몰렸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청년과의 동반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은 기업과 경쟁력 있는 기업을 보호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상생을 강요한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의 미래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다. 꼭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더라도 급여가 높고 복지 혜택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저출산, 교육, 지방소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청년의 미래와 상생을 시작할 때이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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